패션을 꼭 분류하고 카테고리화해야 할까
© Allure
해가 바뀌거나 계절이 넘어가는 시점에서, 각종 매체들은 저마다 트렌드를 예측합니다. 올해는 할아버지 옷장에서 꺼낸 듯한 니트나 재킷을 활용하는 '그랜파코어', 마피아의 와이프처럼 강렬한 느낌의 '몹와이프(Mob-Wife Aesthetic)'스타일이 트렌드일 거라는 예측이 보이네요. 그런데 이런 키워드,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 Glass Onion, British Vogue, Grailed, The Wall Street Journal
지난 2023년을 돌이켜보면 트렌드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키워드가 등장했습니다. 2022년부터 이어져 온 Y2K를 비롯해 고프코어, 블록코어, 바비코어, 발레코어, 올드머니(콰이어트 럭셔리), 오피스코어 등이 있었어요. 일 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많은 트렌드가 제시되었죠.
위 키워드들 중에서 눈에 자주 보일 만큼 큰 트렌드였던 것도 있지만, 일부는 트렌드가 온 건지조차 의문인 경우도 있었습니다. 또 특정 키워드를 가지고 트렌드라더니, 몇 개월 되지 않아 전혀 다른 키워드를 이야기하기도 했어요. 트렌드가 대중적으로 전파될만한 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각종 매체에서는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소개하니 피로감이 몰려왔고, 이에 대해 두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업과 매체에서 만들어내는 트렌드 유혹
© Page Six, British Vogue, BOSS
화려하게 개성을 드러냈던 Y2K와는 반대로, 로고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럭셔리함을 표현하는 '올드머니 룩(콰이어트 럭셔리)'. 관련 콘텐츠에서 이야기하는 공통점은 "올드머니는 특정 아이템이 아닌, 라이프스타일이다"였습니다. 집안 대대로 부유하게 생활하며 자연스럽게 몸에 밴 격식과 관리된 외형, 티는 나지 않지만 고급스러운 옷들이 올드머니라고 했죠. 올드머니가 트렌드가 될 수 있냐는 의문을 가지던 차에, 이러한 의견에 동의했습니다. 많은 자산을 가진 상류층을 이야기하는데, 그들의 고급스러운 옷이나 라이프스타일이 트렌드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지난여름 영화 '바비(Barbie, 2023)'의 개봉과 함께 떠올랐던 키워드 '바비코어'도 의문이었습니다. 영화 속 바비처럼 핑크 컬러의 아이템을 활용한 스타일을 지칭하는 것이었는데, 일시적인 현상에 트렌드를 지칭하는 '-코어'라는 표현까지 붙는 것은 무리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올드머니도, 바비코어도 이렇다 할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자, 다음엔 '오피스 코어(비즈니스 코어)'가 트렌드라는 이야기도 등장했어요. 그리고 최근엔 마피아 보스의 와이프가 입을 듯한 '몹 와이프(Mob-Wifves)'패션이 유행이라고 합니다. 약 반년 사이에 티 안 나는 럭셔리가 유행이었다가, 오피스에서 입는 단정한 옷이 유행이었다가, 마피아의 와이프처럼 센 옷이 트렌드라니. 너무 자주 바뀌고,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다양한 개성, 다각화된 트렌드.
© 마땡킴, 유니폼 브릿지, 레이브
반대로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오프라인에서 만날 수 있는 브랜드는 제한적이었어요. 특정 브랜드의 쇼룸이나 팝업스토어를 찾아가지 않는 이상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브랜드는 직접 만져보고 입어보기 어려웠죠. 하지만 팬데믹 기간에 온라인 쇼핑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며 트렌디한 디자인을 선보이는 브랜드들이 돋보였고, 엔데믹 시대가 되자 오프라인 경험의 필요성을 느낀 브랜드들은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어요. 브랜드의 팬들은 오프라인으로 찾아오며 열광했죠.
다양해진 취향만큼 다양한 키워드가 제시된다고 생각해 봐도, 유행을 쉽게 예측하고 이름을 짓는다는 느낌은 버릴 수 없습니다. 트렌드와 관련한 패션 콘텐츠는 대부분 해외 매체를 기반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국내 매체들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무책임하게 소개되는 트렌드에는 항상 아쉬움이 남습니다. 정작 그 트렌드가 오긴 했는지, 오지 않았다면 이유는 무엇인지, 다음 트렌드를 소개하는 데에 있어 조금 더 신중할 필요는 없는지에 대한 고민 없이 사소한 것까지 카테고리화해서 콘텐츠로 소비되는 것이 아쉽습니다. 이런 네이밍도 하나의 트렌드로 봐야 할까요?
Editor: 정민
패션을 꼭 분류하고 카테고리화해야 할까
© Allure
해가 바뀌거나 계절이 넘어가는 시점에서, 각종 매체들은 저마다 트렌드를 예측합니다. 올해는 할아버지 옷장에서 꺼낸 듯한 니트나 재킷을 활용하는 '그랜파코어', 마피아의 와이프처럼 강렬한 느낌의 '몹와이프(Mob-Wife Aesthetic)'스타일이 트렌드일 거라는 예측이 보이네요. 그런데 이런 키워드,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 Glass Onion, British Vogue, Grailed, The Wall Street Journal
지난 2023년을 돌이켜보면 트렌드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키워드가 등장했습니다. 2022년부터 이어져 온 Y2K를 비롯해 고프코어, 블록코어, 바비코어, 발레코어, 올드머니(콰이어트 럭셔리), 오피스코어 등이 있었어요. 일 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많은 트렌드가 제시되었죠.
위 키워드들 중에서 눈에 자주 보일 만큼 큰 트렌드였던 것도 있지만, 일부는 트렌드가 온 건지조차 의문인 경우도 있었습니다. 또 특정 키워드를 가지고 트렌드라더니, 몇 개월 되지 않아 전혀 다른 키워드를 이야기하기도 했어요. 트렌드가 대중적으로 전파될만한 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각종 매체에서는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소개하니 피로감이 몰려왔고, 이에 대해 두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 Page Six, British Vogue, BOSS
화려하게 개성을 드러냈던 Y2K와는 반대로, 로고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럭셔리함을 표현하는 '올드머니 룩(콰이어트 럭셔리)'. 관련 콘텐츠에서 이야기하는 공통점은 "올드머니는 특정 아이템이 아닌, 라이프스타일이다"였습니다. 집안 대대로 부유하게 생활하며 자연스럽게 몸에 밴 격식과 관리된 외형, 티는 나지 않지만 고급스러운 옷들이 올드머니라고 했죠. 올드머니가 트렌드가 될 수 있냐는 의문을 가지던 차에, 이러한 의견에 동의했습니다. 많은 자산을 가진 상류층을 이야기하는데, 그들의 고급스러운 옷이나 라이프스타일이 트렌드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지난여름 영화 '바비(Barbie, 2023)'의 개봉과 함께 떠올랐던 키워드 '바비코어'도 의문이었습니다. 영화 속 바비처럼 핑크 컬러의 아이템을 활용한 스타일을 지칭하는 것이었는데, 일시적인 현상에 트렌드를 지칭하는 '-코어'라는 표현까지 붙는 것은 무리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올드머니도, 바비코어도 이렇다 할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자, 다음엔 '오피스 코어(비즈니스 코어)'가 트렌드라는 이야기도 등장했어요. 그리고 최근엔 마피아 보스의 와이프가 입을 듯한 '몹 와이프(Mob-Wifves)'패션이 유행이라고 합니다. 약 반년 사이에 티 안 나는 럭셔리가 유행이었다가, 오피스에서 입는 단정한 옷이 유행이었다가, 마피아의 와이프처럼 센 옷이 트렌드라니. 너무 자주 바뀌고,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 마땡킴, 유니폼 브릿지, 레이브
반대로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오프라인에서 만날 수 있는 브랜드는 제한적이었어요. 특정 브랜드의 쇼룸이나 팝업스토어를 찾아가지 않는 이상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브랜드는 직접 만져보고 입어보기 어려웠죠. 하지만 팬데믹 기간에 온라인 쇼핑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며 트렌디한 디자인을 선보이는 브랜드들이 돋보였고, 엔데믹 시대가 되자 오프라인 경험의 필요성을 느낀 브랜드들은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어요. 브랜드의 팬들은 오프라인으로 찾아오며 열광했죠.
다양해진 취향만큼 다양한 키워드가 제시된다고 생각해 봐도, 유행을 쉽게 예측하고 이름을 짓는다는 느낌은 버릴 수 없습니다. 트렌드와 관련한 패션 콘텐츠는 대부분 해외 매체를 기반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국내 매체들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무책임하게 소개되는 트렌드에는 항상 아쉬움이 남습니다. 정작 그 트렌드가 오긴 했는지, 오지 않았다면 이유는 무엇인지, 다음 트렌드를 소개하는 데에 있어 조금 더 신중할 필요는 없는지에 대한 고민 없이 사소한 것까지 카테고리화해서 콘텐츠로 소비되는 것이 아쉽습니다. 이런 네이밍도 하나의 트렌드로 봐야 할까요?
Editor: 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