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선스 브랜드를 보는 두 가지 시선

폭발적인 매출 성장과는 반대로 외면하는 사람들


국내에서 전개되고 있는 라이선스 브랜드들


패션에 관심이 깊은 사람들은 대개 국내 라이선스 브랜드에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중들은 브랜드의 라이선스 여부에 관심조차 없는 경우가 많고, 마케팅에 힘입어 매출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죠. MLB와 디스커버리를 운영하고 있는 F&F는 지난 2022년 매출 1조 8,000억 원을 달성했고, 스노우피크의 국내 라이선스를 전개하는 감성코퍼레이션은 2019년 론칭해 2020년 매출 164억에서 2021년 489억, 2022년 1,174억까지 성장했습니다. 코닥 어패럴을 소유한 하이라이트브랜즈 또한 2021년 589억, 2022년 1,721억의 매출을 올리며 라이선스 브랜드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어요. 새로운 라이선스 브랜드의 론칭 소식이 전해질 땐 '별게 다 패션 브랜드로 나온다'라는 소리를 듣는데, 막상 매출 규모를 보면 엄청난 시장규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1. 기존 브랜드와 무관한 '한국화' 브랜드

© © 노스페이스 코리아


노스페이스의 국내 라인을 전개하는 영원아웃도어는 미국 노스페이스의 근간인 '아웃도어'카테고리를 중심으로 캐주얼 의류까지 함께 전개하고 있습니다. 간혹 화이트 라벨(한국 전용 라인)의 디자인이나 제품에 사용되는 소재, 충전재 등의 이슈가 있긴 하지만 미국의 노스페이스와 결이 다르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다른 라이선스 브랜드들도 이러한 방식으로 운영됐다면 좋았겠지만, 그들이 판매하는 제품이나 룩북을 보면 국내에서 대중적으로 유행하는 의류에 로고만 얹은 듯한 디자인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 LEE 코리아


스티브 맥퀸의 Lee Storm Rider 착용 모습
© Fedora Lounge


© BBC Earth

© FIFA 1904


론칭 3년 만에 매출 700억을 달성한 LEE 코리아. 기존 브랜드처럼 패션업을 하고 있긴 하나, 데님・워크웨어로 이름을 알렸던 헤리티지와는 무관하게 스웨트 셔츠, 후디, 니트, 백팩, 볼캡, 다운재킷 등 베이직한 아이템에 브랜드의 로고를 강조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FIFA1904, BBC EARTH, 코닥 어패럴, 팬암, 내셔널지오그래픽과 같은 브랜드들도 기존의 헤리티지와는 무관한 제품들을 선보입니다. 영국 공영방송과 지난해 유행했던 COS의 퀼티드 패딩 백을 모티브로 한 제품이 어떤 관계인지, 국제축구연맹과 밀리터리 아우터는 어떤 식으로 연결이 되는 건지 의문입니다.


2. 획일화된 아이템. 로고 떼고 본다면?

미국 항공사, 국제축구연맹, 영국 다큐멘터리 채널, 워크웨어 브랜드의 이름을 달고 나온 의류들

© 각 브랜드 인스타그램


일부 브랜드의 온라인 스토어를 들어가 보면 캐주얼한 디자인에 청소년부터 대학생들이 사 입을 수 있을만한 가격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또 하나 느껴지는 점은 분명 여러 회사에서 전개하는 다른 브랜드인데, 라벨을 떼고 보면 어떤 브랜드인지 맞히기가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룩북을 봐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이름을 가져온 브랜드(혹은 기업, 단체)의 정체성은 명확한데, 의류로 풀어내는 브랜드의 정체성이 모호한 거죠. 


하나의 브랜드를 알리고 궤도에 올리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많은 자본을 투입하거나, 기존에 알려져 있던 이름을 빌리거나, 독보적인 제품으로 사람들의 흥미를 얻는 등의 과정이 필요하죠. 많은 라이선스 브랜드들이 기존에 알려져 있던 이름을 빌려 자본을 투입해 매출을 올리다 보니,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나 디자인은 우선순위에서 많이 밀릴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3. 의류 사업이냐, 패션 사업이냐


의류 사업이라는 말과 패션 사업이라는 말은 결이 다르게 느껴집니다. 의류 사업은 팔리는 옷을 만들어 높은 매출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면, 패션 사업은 자신들의 고유한 정체성과 디자인으로 대중들을 설득하고자 하는 느낌입니다. 라이선스 브랜드의 경우 전개 방향을 전자로 설정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디자인의 다양성이니, 브랜드의 근간이니 하는 말들이 의미 없을 수 있습니다. 지속적인 노출과 마케팅은 대중들에게 있어 매혹적인 요소이기 떄문입니다. 패션에 조금 더 관심이 있다고 한들 이런 상황을 지적할 권리는 없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아쉬움이 어딘가 남는것도 어쩔 수 없는 느낌입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업체의 이름을 빌려왔다면 최소한의 관련된 상품이 나왔으면 하는 마음으로요. 


기업의 입장에서는 최대한의 매출을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유명 업체의 이름 사용, 위험 부담이 적은 팔릴 수 있는 디자인)을 택했고, 그 결과 매출이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한동안은 새로운 브랜드들이 추가되며 이러한 모습으로 전개되지 않을까 추측됩니다. 이미 유럽축구연맹의 '챔피언스리그'도 국내 기업에서 독점 전개권을 확보했고, 파트너사를 모집하고 있다고 합니다.



Editor: 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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