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자연주의 건축물, 낙수장

의미있는 첫번째 시도


©fallingwater.org


어떤 건물이길래?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건축물 100’로 자주 소개되는 프랭크 로이드 (Frank Lloyd)의 대표작 '낙수장 (Falling Water)입니다. 낙수장은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을 설계한 건축가로 알려진 프랭크 로이드의 건축 철학이 가장 잘 드러나는 건축물입니다.


1939년에 완공된 낙수장이 오늘날까지도 역사적 건축물로 꼽히는 이유는 입지 조건이 나쁜 폭포 위에 지었기 때문이 아니라 건물과 자연의 조화를 우선했고 이를 실현해낸 건축물이기 때문인데요, 바꾸어 말하면 건물을 지을 평지를 마련하기 위해 물을 막고, 나무를 뽑는 것이 아닌 자연과 조화를 생각한 서양의 첫 번째 건물이라는 점이 이 건물의 역사적 중요성을 증명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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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MA


그동안의 서양 건축

지금은 서양에서도 자연과의 조화를 이룬 건축물을 찾아보기 쉽지만, 낙수장 이전의 서양 건축물에서는 건축물과 주변 환경은 독립적인 존재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동서양의 정원을 비교해 보면 자연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를 명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먼저 경복궁의 향원정을 살펴보면, 건축물과 주변 경관 (나무와 멀리 보이는 산, 호수) 과의 조화를 고려하여 정자를 설계하였지만 서양의 베르사유 궁전을 보면, 자연과의 조화보다는 기하학적 패턴 안에 자연을 포함시킨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서양의 정원, 베르사유 궁전

동양의 정원, 경복궁 향원정


프랭크 로이드는 자연을 기능적으로 바라보았던 서양에서,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하는 동양적 마인드를 건축물에 투영했던 것이죠.


사실 프랭크 로이드가 건축가로서 활동하던 시기의 유럽은 일본 민화와 판화가 본격적으로 유입되던 시기였습니다. 이 때문에 동양이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이 흘러들어가 유럽에서도 주변 사물, 자연과의 조화에 대한 고민이 이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프랭크 로이드는 당시 일본에서 유입된 그림을 다수 구입하였으며, 일본에서 거주한 이력도 있을 정도로 동양의 유기성과 여백의 미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죠.


프랭크 로이드가 일본의 그림을 연구한 뒤 저술한 책


오가닉 아키텍처(Organic Architecture)

주변의 경관과 건축물, 물질과 비물질의 유기성에 초점을 둔 그의 건축물은 쉽게 말해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주변과 조화를 이루는 방식으로 설계되었습니다.


건축물을 쌓아 올리는 부지에 있던 오래된 나무 한 그루도 훼손하지 않기 위해 빔(beam)에 곡선을 주었고, 건축물에 투입된 돌이나 나무도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하여 조화를 추구하였습니다. 또한 나뭇가지가 뻗어나가듯 *캔틸레버 기법으로 건축물을 노출시켜 건물 아래 폭포를 내려다볼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캔틸레버(cantilever) : 한쪽 끝이 고정돼 있고 다른 끝은 받쳐지지 않은 상태로 뻗어 나온 철골 구조


©fallingwater.org


기능과 조화 사이에서

아쉽게도 현재의 낙수장은 본래의 기능인 '집'으로서의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폭포 위에 위치한 탓에 소음 문제가 심했으며, 지반이 불안정한 위치였던 탓에 완공된 후에도 철근의 수와 직경을 늘려서 구조 보강을 해야만 했습니다.


현재 낙수장은 주거지가 아닌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이 되어 국가에 귀속되어 관광지로 운영 중이고,  반년 주기로 지속적으로 안전 문제에 대한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건물이 본래의 역할을 해내지 못하더라도 19세기와 20세기 전반, 경제 논리에 집중한 기능주의 건축과 디자인이 확산되는 동안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서의 오가닉 건축과 디자인, 자연과의 조화를 지속적으로 논의하게 하였다는 점에 주목할 때, 프랭크 로이드의 실천은 시대적인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Editor : 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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