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하얗게 타버린 바닷속의 보물, 산호

2022-11-02

무서운 속도로 산호가 죽어가고 있다.


푸른빛 바다를 물들이는 형형색색의 산호. 수영을 못하는 저는 바닷속을 들여다보는 다이빙은 꿈도 꿀 수 없어서 산호는 그저 바닷속 식물이나 코랄(Coral) 색으로 인식되어왔고, 눈으로 본 경험은 심해를 배경으로 한 자연 다큐멘터리나 고작 아쿠아리움 수조 안에 인공적으로 자리한 모습을 본 것이 전부입니다. 그래서 어디까지나 산호는 그저 바닷속에서 장식적인 역할로 존재한다고 여겼습니다. 


산호의 백화현상


죽은 산호


그러나 우연한 기회로 한 장의 사진을 보고 난 후 산호에 대한 생각을 달리하게 됐습니다. 이 사진은 겉보기에는 우리가 흔히 알던 산호의 모습처럼 보이지만, 급격한 수온 상승으로 산호에 영양을 공급하는 미세조류가 사라지며 하얗게 변하는 <백화현상>이 일어난 산호의 모습입니다. 다시 말해 죽어가고 있는 산호의 모습이죠. 백화현상이 일어난 산호는 희박한 확률로 되살아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골격이 무너지며 폐사하게 된다고 합니다.

백화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바닷물의 온도 상승입니다. 최근 UN이 지원하는 세계 산호초 관찰 네트워크에서 73개국 1만 2000여 개 지역을 대상으로 산호초를 관찰한 결과,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 새 세계 산호초의 14%가 사라졌다고 밝혔습니다.


심지어 산호초의 왕국이라 불리는 호주의 <그레이트배리어리프>에서도 산호초의 개체 수가 50%가량 감소해, 지난해 7월 중국 푸저우에서 열린 유네스코 회의에서 세계문화유산 박탈 표결이 부쳐지기도 했습니다. 다행히도 개표 결과 부결되어 세계문화유산의 지위는 지켰지만, 산호초가 사라졌다는 것은 단지 지역의 명예를 잃었다는 의미만은 아닐 것입니다. 



산호가 없으면 어떻게 될까?

산호는 입과 촉수를 사용해 먹이를 사냥하는 동물이며 동시에 광합성을 하는 식물이기도 합니다. 산호가 형형색색의 빛을 띄는 이유도 광합성의 과정이며, 산호는 광합성 과정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하는 바닷속의 열대우림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숲이 다양한 동식물 생태계의 거점 역할이 되듯이, 자연스레 산호를 중심으로 많은 해양생물들이 알을 낳고, 먹이를 구하며 포식자를 피해 숨는 안식처가 되어주는 해양생태계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산호는 해저에서 고작 0.2%의 면적을 차지하지만, 해양생물의 25%가 군락을 이룰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주요 서식지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만약 산호가 사라지면 다양한 해양생물들의 터전이 자연스레 붕괴되어 해양 생물의 다양성과 개체 수가 감소하게 될 것입니다. 실제로 관련 연구에 따르면 산호의 생물 다양성은 195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현재는 63%나 감소한 실정입니다.



산호를 지키는 방법

 

많은 산호들이 수온 18˚ C ~ 25˚ C 정도로 따뜻하고, 얕은 바다에 서식합니다. 하지만 산호는 독소를 가지고 있어 접근이 어렵기 때문에 개인이 산호 보호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현재 호주나 대만 등 해양국가들을 중심으로 산호의 생태계 보호를 위해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하여 어획을 금지하는 등 생태계 유지에 힘쓰고 있습니다. 

리프타일(Reff Tile) 


나아가 홍콩 대학 연구팀은 3D 프린팅을 이용해 산호를 보호할 수 있는 진흙 형태의 '리프타일(Reff Tile)'을 산호에 부착해 산호 생장에 도움을 주는 기술을 개발했고, 인간 장내에 유익한 프로바이오틱스를 이용한 연구도 진행 중에 있으며, 세계 곳곳의 민간단체와 기업들이 연계하여 산호 복구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현재 국내에서 산호에 대한 관심과 보호의 움직임은 아직 미비한 편입니다. 국내의 대표적인 산호 군락지인 제주에 위치한 <연산호 군락지>는 해양보호구역 및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지만, 가거도나 추자도, 울릉도와 독도 인근의 산호 군락지는 여전히 보호의 손길이 필요한 지역입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의 식탁은 매번 어묵, 새우젓, 김 등 바다로부터 얻은 식재료가 주를 이룹니다. 삼겹살을 먹어도 멸치 젓갈이 등장하고, 김칫소에도 새우젓이 들어가죠. 만약 산호를 비롯한 해양생태계의 보호가 나아지지 않는다면, 식당에서 밑반찬이 유료로 변할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식탁에서 아예 사라져버릴지도 몰라요. 



Editor: 금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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