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티지 샵에서 본 그 옷, 의류수거함 출신이 맞을지도?
집 근처에 의류 수거함 하나씩은 있으시죠?
지금은 입지 않는 옷을 주변에 나눠주거나 중고로 판매하기 때문에 잘 이용하지 않지만, 어렸을 땐 옷을 버리면 자연스럽게 의류 수거함에 버리던 때가 있습니다. 어렸을 때 듣기로 의류 수거함에 버려지는 옷들은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가 된다고 했습니다. 그 시절엔 기부가 되나 보다 싶었었는데, 구제 시장(광장시장, 동묘)으로 쇼핑을 다니면서 의문이 들기 시작하더라고요.
구제 시장이나 빈티지샵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 브랜드(폴로, 리바이스, 칼하트 등등)는 당연하게 생각해왔는데, 어느 순간 국내 브랜드의 제품도 빈티지샵에 많이 걸려있었기 때문이죠. 제가 한참 구제 시장과 빈티지샵을 다니던 2000년대 후반에는 빈티지샵 간판에 "미국 직수입", "일본 직수입" 등의 표기가 많이 되어있었습니다.
구제 시장의 의류는 미국과 일본 제품이 대부분인 줄 알았던 당시의 저는 시장에 걸려있는 한국 구제 의류를 보며 농담 삼아 친구들과 이런 얘기를 나눴습니다.
"이거 의류 수거함에서 가져온 거 아냐?"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 옷은 의류 수거함에서 가져왔던 것일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되는 용도로 알고 있었던 의류 수거함, 어떤 경로를 통해 빈티지 시장으로 나오게 되는지 알아봤습니다.
의류 수거함은 왜 탄생했을까?
어렸을 때 알고 있던 내용대로 의류 수거함의 초기 목적은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함이 맞습니다.
의류 수거함은 1998년 외환위기 당시 헌 옷을 모아 어려운 이웃을 돕자는 취지로 전국에 등장했습니다. 취지가 불우이웃 돕기였던 만큼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분들이 많으실 텐데, 사실 의류 수거함을 관리하는 것은 지자체가 아닌 복지단체, 장애인 협회, 보훈 단체, 그리고 개인입니다.
협회(복지단체, 장애인 협회, 보훈단체 등)는 의류 수거함에 버려진 옷을 수거해서 중고 의류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업자에게 판매 후 수익을 얻는다고 하는데요, 이 수익을 장애인 단체 운영비로 사용하거나 장학기금 등으로 기부한다고 합니다. 다만 협회가 기부하는 내역은 공개된 정보가 아니기 때문에 정확하게 어디로 얼마만큼 기부가 되고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기부의 여부는 의류 수거함 소유자들에게 달린 것이죠. 기부의 여부와 관계없이 결국 의류 수거함을 소유하고 있는 협회나 개인 모두 업자에게 판매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업자가 가져간 중고 의류는 어디로 갈까?
출처: 스마트 관광 신문
의류 수거함에서 나온 의류는 의류 수거함을 소유한 협회나 개인이 중고 의류업자에게 판매합니다. 어떤 종류의 옷인지, 어떤 브랜드인지 등이 아닌 무게당 가격을 책정해 판매합니다. 판매된 중고 의류는 업자들의 창고로 이동되어 분류작업을 시작합니다.
출처: 스마트 관광 신문
분류 작업을 통해 국내 구제 의류 시장으로 들어갈만한 옷과 수출용으로 구분되는데요, 국내 구제 의류 시장에서 다시 유통되는 옷은 5%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95%는 아프리카, 인도, 필리핀 등 개발도상국으로 수출되어 다시 판매되기도 하고 기부되기도 합니다. 선별작업 과정에서 나온 명품이나 고가의 제품은 따로 분류해 업체에서 판매해 이익을 취하기도 하고요.
결론은 내가 의류 수거함에 버린 옷이 충분히 구제 시장에 돌아다닐 수 있는 것입니다. 어차피 버릴 옷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내가 버린 것으로 누군가가 이익을 취한다고 하니 왠지 모르게 아깝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지만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꼭 아까워할 필요는 없더군요.
우리가 일반 쓰레기나 음식물 쓰레기, 혹은 가구 등 모든 것을 버릴 땐 처리하는 비용이 들어간다고 생각합니다. 쓰레기봉투를 구매하거나 폐기물 스티커를 붙이는 경우처럼요. 그런데 옷은 그렇지 않습니다. 의류 수거함이 있으니까요.
간편하게 비용을 들이지 않고 의류를 버리는 대신, 나에게서 수명을 잃은 옷이 새 생명을 얻어 시장에 다시 나간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Editor: 정민
빈티지 샵에서 본 그 옷, 의류수거함 출신이 맞을지도?
집 근처에 의류 수거함 하나씩은 있으시죠?
지금은 입지 않는 옷을 주변에 나눠주거나 중고로 판매하기 때문에 잘 이용하지 않지만, 어렸을 땐 옷을 버리면 자연스럽게 의류 수거함에 버리던 때가 있습니다. 어렸을 때 듣기로 의류 수거함에 버려지는 옷들은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가 된다고 했습니다. 그 시절엔 기부가 되나 보다 싶었었는데, 구제 시장(광장시장, 동묘)으로 쇼핑을 다니면서 의문이 들기 시작하더라고요.
구제 시장이나 빈티지샵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 브랜드(폴로, 리바이스, 칼하트 등등)는 당연하게 생각해왔는데, 어느 순간 국내 브랜드의 제품도 빈티지샵에 많이 걸려있었기 때문이죠. 제가 한참 구제 시장과 빈티지샵을 다니던 2000년대 후반에는 빈티지샵 간판에 "미국 직수입", "일본 직수입" 등의 표기가 많이 되어있었습니다.
구제 시장의 의류는 미국과 일본 제품이 대부분인 줄 알았던 당시의 저는 시장에 걸려있는 한국 구제 의류를 보며 농담 삼아 친구들과 이런 얘기를 나눴습니다.
"이거 의류 수거함에서 가져온 거 아냐?"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 옷은 의류 수거함에서 가져왔던 것일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되는 용도로 알고 있었던 의류 수거함, 어떤 경로를 통해 빈티지 시장으로 나오게 되는지 알아봤습니다.
의류 수거함은 왜 탄생했을까?
어렸을 때 알고 있던 내용대로 의류 수거함의 초기 목적은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함이 맞습니다.
의류 수거함은 1998년 외환위기 당시 헌 옷을 모아 어려운 이웃을 돕자는 취지로 전국에 등장했습니다. 취지가 불우이웃 돕기였던 만큼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분들이 많으실 텐데, 사실 의류 수거함을 관리하는 것은 지자체가 아닌 복지단체, 장애인 협회, 보훈 단체, 그리고 개인입니다.
협회(복지단체, 장애인 협회, 보훈단체 등)는 의류 수거함에 버려진 옷을 수거해서 중고 의류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업자에게 판매 후 수익을 얻는다고 하는데요, 이 수익을 장애인 단체 운영비로 사용하거나 장학기금 등으로 기부한다고 합니다. 다만 협회가 기부하는 내역은 공개된 정보가 아니기 때문에 정확하게 어디로 얼마만큼 기부가 되고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기부의 여부는 의류 수거함 소유자들에게 달린 것이죠. 기부의 여부와 관계없이 결국 의류 수거함을 소유하고 있는 협회나 개인 모두 업자에게 판매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업자가 가져간 중고 의류는 어디로 갈까?
출처: 스마트 관광 신문
의류 수거함에서 나온 의류는 의류 수거함을 소유한 협회나 개인이 중고 의류업자에게 판매합니다. 어떤 종류의 옷인지, 어떤 브랜드인지 등이 아닌 무게당 가격을 책정해 판매합니다. 판매된 중고 의류는 업자들의 창고로 이동되어 분류작업을 시작합니다.
출처: 스마트 관광 신문
분류 작업을 통해 국내 구제 의류 시장으로 들어갈만한 옷과 수출용으로 구분되는데요, 국내 구제 의류 시장에서 다시 유통되는 옷은 5%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95%는 아프리카, 인도, 필리핀 등 개발도상국으로 수출되어 다시 판매되기도 하고 기부되기도 합니다. 선별작업 과정에서 나온 명품이나 고가의 제품은 따로 분류해 업체에서 판매해 이익을 취하기도 하고요.
결론은 내가 의류 수거함에 버린 옷이 충분히 구제 시장에 돌아다닐 수 있는 것입니다. 어차피 버릴 옷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내가 버린 것으로 누군가가 이익을 취한다고 하니 왠지 모르게 아깝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지만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꼭 아까워할 필요는 없더군요.
우리가 일반 쓰레기나 음식물 쓰레기, 혹은 가구 등 모든 것을 버릴 땐 처리하는 비용이 들어간다고 생각합니다. 쓰레기봉투를 구매하거나 폐기물 스티커를 붙이는 경우처럼요. 그런데 옷은 그렇지 않습니다. 의류 수거함이 있으니까요.
간편하게 비용을 들이지 않고 의류를 버리는 대신, 나에게서 수명을 잃은 옷이 새 생명을 얻어 시장에 다시 나간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Editor: 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