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힙합 리듬에 춤추는 자동차, 로우라이더(Lowrider)

2025-04-17

편견을 벗어난 거리 위 예술 작품


Dr.Dre - 'Still Dre' MV | © VEVO


80-90년대 힙합 뮤직비디오 속, 각진 올드카들이 위아래로 튀어 오릅니다. 닥터 드레와 스눕 독의 'Still Dre' 뮤직비디오에서는 수많은 차들이 위아래로 움직이며, 마치 리듬을 타는 것 같은 모습을 연출하는데요. 반짝이는 크롬 휠을 장착한 낮은 차량들이 무리를 지어 거리를 유유히 누비고, 앞뒤로 튀어 오르며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로우 라이더의 탄생

© Karen Ducey / The Seattle Times


로우라이더(Lowrider)는 1940년대 후반,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 지역에 정착한 멕시칸-아메리칸(치카노) 커뮤니티에서 탄생했습니다. 당시의 이민자들은 고가의 차량 대신 중고 클래식카를 직접 꾸미며 자신들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냈죠. 캐딜락의 '엘도라도', 쉐보레의 '임팔라', '몬테카를로', 뷰익의 '리베이라'와 같은 클래식 아메리칸 차량의 차체를 최대한 낮게 깔고, 유압 시스템이나 서스펜션을 장착해 자유롭게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도록 커스텀 했습니다. 덕분에 차량은 점프하거나 기울어지며, 음악에 맞춰 춤을 추듯 움직일 수 있게 되었죠.



편견을 넘어, 거리 위의 공동체로

© gmauthority.com


로우라이더 문화에도 어려운 시간은 있었습니다. 1958년, 캘리포니아 차량법이 차량 차체가 휠 림보다 낮아지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했고, 이는 로우라이더 커뮤니티에 직접적인 타격을 줬는데요. 이에 대응해 1959년에는 유압 시스템을 활용해 차량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장치를 고안했고, 해당 법안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었습니다.


© motortrend.com


이후 로우라이더는 1980~90년대에 걸쳐 큰 인기를 끌었지만, 캘리포니아 도시 곳곳에서는 이를 금지하는 법령을 제정하며 또 한번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다양한 인종이 공존하는 미국 사회 특성상, 이러한 규제는 치카노 커뮤니티를 향한 편견이나 차별로 해석되기도 했죠. 2022년에는 산 호세와 새크라멘토를 기점으로 캘리포니아 각 시의회에서 규제를 철회하기 시작했고, 2020년 뉴멕시코주에서는 경찰이 로우라이더 형식의 순찰차를 공개하며 문화를 존중하는 사회적 진보의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 motortrend.com


로우라이더는 단순히 낮은 차량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차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이들과 공동체를 이루는 삶의 방식이죠. 한때 불법과 편견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로우라이더는 이제 정체성과 예술, 그리고 자유를 상징하는 거리 위의 예술 작품이 되었습니다.



Editor: 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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