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 친환경 식재료 기반의 브런치 카페
© 논라벨 매거진
이제 음식은 혀의 만족을 넘어 뱃속의 편안함까지 고민하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비건 식당이나 글루텐 프리처럼, 단순히 신념만을 위한 레시피가 아닌 우리에게 진정 이로운 음식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최소한의 양념으로 재료 본연의 가치와 맛을 생각하는 가게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건강하지 못한 재료와 레시피로 자극과 편의성에 초점을 맞춘 음식들이 넘쳐나는 요즘, 앞으로 우리는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어야 할지, 지속 가능한 식생활은 무엇인지 리프레쉬먼트의 김지열 대표님과 이야기 나누어보았습니다.
리프레쉬먼트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리프레쉬먼트는 성수동에 위치한 제철 친환경 식재료 기반의 브런치 카페 입니다. 리프레쉬먼트는 사전적 의미로 원기 회복, 기분 전환이라는 뜻과 가벼운 식사나 음료라는 뜻을 담고 있어요. 이곳은 단순히 요리를 파는 음식점이 아닌, 단 한 그릇의 요리일지라도 드시는 분들로 하여금 리프레쉬먼트(Refreshment, 원기 회복, 상쾌하게 함)를 드리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나아가 찾아주시는 손님들에게 자극이 넘쳐나는 시대에서 편안한 휴식의 공간이 되고자 합니다.
브랜드가 탄생한 지점부터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대표님이 현재까지 꾸준히 지켜온 취미가 있을까요?
저는 예술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자연은 가장 완벽한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때문에 종종 자전거를 타고 자연 속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한강이나 남산을 가거나 틈이 날 때마다 교외로 드라이브를 가죠. 우리나라는 4계절이 뚜렷하고 날씨의 변덕이 심한 편이라, 계절에 따른 나무나 꽃의 변화를 보거나 산과 강을 바라보다 보면, 자연의 생명력으로부터 저도 살아있음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자연 속에서 바람을 가르며 교류하면 너무나 행복해요.
그리고 갤러리나 미술관, 미감이 훌륭한 공간에 방문하거나 건축물을 둘러보기도 해요. 어떠한 분야든 전문성과 작가 정신으로 창조한 창작물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제 삶에 영감을 줍니다.
리프레쉬먼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기억나는 과정들을 들려주세요.
샌프란시스코와 뉴욕, 유럽의 주요 도시에서 생활하면서 발달된 식문화가 전해주는 일상의 선물 같은 시간들은 저에게 순수한 행복감 그 자체였어요. 정보와 자극이 넘쳐 마음의 여유를 갖기 힘든 복잡한 사회 속에서 의도적인 휴식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꼈어요. 그리고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언젠가 저의 브랜드에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이후 뉴욕에서 유학 생활을 하던 시절부터 긴밀한 관계였던 건축가 한 분과 함께 구체적인 기획을 하기 시작했어요. 저희가 추구하는 미니멀리즘과 쾌적한 시스템에서 진정성 있는 서비스를 차분하게 제공할 수 있는 공간과 사람, 음식과 음료가 어우러진 제철 친환경 식재료 기반의 브런치 카페를요. 복잡한 사회 속에서 의도적인 휴식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기에, 제가 일구는 브랜드는 과도한 포장이나 지나치게 유행을 따르지 않는 신선한 느낌을 선사하고 싶었어요.
성수동에 자리를 잡은 것은 리프레쉬먼트의 개성있는 특성 만큼 탁월한 선택처럼 보이기도 하는것 같습니다. 대표님께서는 어떤 생각으로 매장의 위치를 성수동으로 선택하셨나요?
서울은 지역마다 다채로운 특색을 띄고 있어요. 그중 성수동은 가장 다양하고 신선한 프로젝트들이 넘쳐나는 곳이라 가장 좋아하는 동네에요. 그리고 다양한 이벤트가 있으면서도 사람냄새가 나는 동네이기도 하죠.
지역을 성수동으로 정하고 주변을 둘러보았을 때, 연무장길을 중심으로 들어선 상권은 시끌벅적한 콘텐츠들이 급변하는 곳이어서 조금은 한적한 곳을 찾다가 상원길 북쪽 작은 상가에 자리를 잡게 되었어요. 진정한 휴식을 제공해 드리려면 주변 분위기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성수동이 떠오르기 전, 옛 성수의 모습을 간직한 주거지역이기에, 일상의 흔적들이 자연스럽게 느껴져 좋았어요. 가까운 곳인 송정제방공원은 중랑천을 따라 벚꽃길과 은행나무들도 산책하기 너무 좋을 거 같았고요.
기획 단계부터 많은 고민의 흔적들이 느껴집니다. 요리 재료나 플레이팅도 그만큼 많은 정성을 쏟으실 것 같아요.
메뉴를 구성할 때 자연 그대로를 추구하면서 식재료가 가진 본질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플레이팅에도 자연스러움을 추구하고 있어요. 조리 과정에서도 불을 적게 사용하고, 양념도 최소한으로 하면서 각 재료들이 서로 어울릴 수 있도록 맛의 밸런스를 고려합니다.
주로 믹스 형태의 음식들을 구성했는데, 모두 수저나 포크로 여러 가지 재료를 함께 맛볼 수 있는 음식들이죠. 저희 매장에서 판매하는 부리또볼과 포케, 비빔밥도 마찬가지 입니다. 먹었을 때 자연 그대로의 식재료가 가진 특성을 느낄 수 있는 조화로운 음식이라고 생각했어요. 꾸며낸 환경보다는 자연에서 자란 식재료를 사용하기 위해서 가능한 유기농, 무농약, 저농약 등 친환경적으로 재배된 농산물을 수급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사진 : 리프레쉬먼트
그렇다면 대표님께서는 언제부터 제철 재료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제철 식재료에 대한 관심은 조리를 공부하고 식재료를 손질하면서 자연스럽게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로 지자체별로 운영하는 농촌융복합지원센터에서 자문 위원으로 4년간 활동했었어요. 지역 농민들이 해당 센터에 방문하시면 컨설팅을 해드리는 일을 맡아서 진행했죠. 그 과정에서 각 지역 소규모 농어가에서 생산되는 품목들은 양이 적고 상품성이 떨어져 현재의 대규모 유통사에 납품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위원 활동 기간에 알게 된 인연들과 함께 폐기 위기에 있는 재료를 활용해 메뉴를 개발해 소개해 드리는 활동도 가졌습니다. 추후에는 *푸드 리퍼브 피클이나 잼, 청을 담가 판매해 볼 예정입니다. 소비를 넘어서 지역과 도시와 크게는 우리나라의 식문화에 모범적인 역할을 해보려고 해요.
*푸드 리퍼브 : 맛과 영양에는 문제가 없으나 외관상 모양이 매끈하지 않거나 흠집이 있어 소비자의 기준에 미치지 못해 상품 가치가 낮은 식재료
공들였던 음식을 처음 선보였을 때, 손님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깔끔하고 슴슴한데 각 재료 본연의 맛이 어우러져 산뜻한 느낌이라는 말씀을 해주시더라고요. 아주 맛있다는 말보다 각 재료가 가진 맛을 지키려는 저희의 의도를 정확히 이해해 주시는 분들이 찾아주실 때 감사함을 느껴요. 자극적이고 일률적인 양념으로 음식의 향을 덮어버리지 않고 재료마다 어울리는 맛의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조리하거든요. 물론 너무 가볍게 느껴져 애매하다는 의견도 종종 있기도 해요.
찾아주신 분들이 과식하지 않도록 단가는 줄이되 적당한 양의 음식으로 구성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중점을 두고 있는 건 손님들이 식사를 마무리하셨을 때 더부룩하지 않고 깔끔하게 식사를 마치실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그래서인지 평소 드시는 양이 많으신 분들은 한 끼 식사로 적다는 피드백도 있어요. 그래서 합리적인 가격과 영양적인 측면을 모두 고려해 메뉴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저희 가게를 나가시는 모든 손님들이 산뜻하고 건강하고 가벼운 한 끼 식사가 되실 수 있도록 말이죠.
사진 : 리프레쉬먼트
공간을 운영하다 보면 다양한 변수가 발생하실텐데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표님만의 노하우가 있으실까요?
맞습니다. 상업공간을 기획하다 보면 인력 운영이나 시설관리 등의 변수에 의해 고객에게 전해질 상품의 퀄리티가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확신이 들 때까지 오픈을 미루고 직원들끼리 연구 및 개발을 통해 의논하고 여러 번의 시식회를 하며 보완하는 기간을 꼭 갖습니다. 고객에게 선보이기 시작한 이후 초반에는 고객의 피드백이나 온라인 리뷰를 참고하면서 계속 완성해 나가려 해요.
그리고 매일 있었던 이슈들을 정리하고 분석하며 의견을 나눕니다. 통계를 보면 패턴이 보이고 일어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어느 정도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어요. 사소한 사항까지 공유가 되어있다면 긴급한 상황에서도 각자가 임기응변으로 대처가 가능한 거 같아요.
구성원들과 함께 해결해나가시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그 외에도 구성원들과 나누고 싶은 가치가 있으실까요?
사실 비즈니스 경영자의 입장에서 고객이 가장 중요하지만 저는 구성원이 더 중요하다고도 생각합니다. 브랜드의 철학을 온전히 고객에게 전하려면 회사의 시스템, 즉 매뉴얼 교육과 각 구성원들에게 어떤 진취적인 비전과 모티베이션을 심어줄 수 있느냐가 관건인 거 같아요. 리프레쉬먼트는 단지 돈을 벌어가는 직업이 아니라 서로의 꿈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고 목표를 이루기 위한 단계적 성장이 가능한 둥지의 역할을 하고 싶어요. 현재 건축가가 꿈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셰프가 꿈인 조리사와 함께 팀을 이루고 있는데 예술과 전문성이라는 공통점으로 교감하며 교류하고 있어요. 저의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해 주기도 하고요.
한가로운 시간에는 구성원들이 관련 분야의 책을 읽거나 자격증 공부 등 자율적이고 생산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전혀 관여하지 않는 편이에요. 시프트 없이 모두가 함께 일하고 쉬며 카페가 아닌 작은 회사에서 일한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자 합니다.
브랜드를 소비하는 고객분들과 나누고 싶은 ‘리프레쉬먼트’의 가치가 있을까요?
사회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우리의 외식 생활의 다양성과 질도 높아지고 있어요. 반면 개인적인 아쉬움이지만 자극적이고 단숨에 사라지는 식문화도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식문화의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새롭고 기발한 레시피도 중요하지만, 식문화의 방향에 대한 논의도 분명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우리 먹거리 문화의 형성 과정을 이해하고 현재의 문제점을 개선하여 올바르고 자랑스러운 우리만의 식문화를 형성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속 가능한 친환경 식문화를 실천하기 위해 우리가 매일 할 수 있는 것은 작은 습관들을 만드는 것이에요. 탄소 배출을 줄 위기 위해 지역 생산자의 농수산물을 구매하고 제철 식재료를 소비한다거나 음식물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것이죠.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이나 친환경 세제 사용하고 일회용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해요. 그리고 리프레쉬먼트에서는 다회용기나 텀블러를 사용하시면 할인해 드리고 있어요.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라는 말이 있듯이, 균형 잡힌 영양 관리를 위해 곡류, 채소류, 콩류 등을 섭취하고 가벼운 운동도 생활화하여 모두가 원기를 복 돋우는 일상을 맞이했으면 좋겠어요.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지속 가능한 식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어떤 태도로 접근하면 좋을까요?
지속 가능한 식문화를 만들기는 자신의 삶의 질을 올릴 수 있는 일종의 투자라고 생각해요. 오직 건강을 위한 행위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행위 자체가 미미하게나마 우리 환경과 자연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죠. 미래를 지향하고 지속 가능한 삶의 가치에 대해 진정성만 있고 서두르지만 않는다면 작은 실천도 위대할 수 있지요.
사회 전반에 걸쳐 ESG, 즉 지속 가능경영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식품업계에도 가치 있는 소비의 개념이 확대되면서 윤리적/친환경적 식문화가 자리 잡혀가고 있는 초기 단계인 거 같아요. 새로운 시대적 트렌드가 아닌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당연하고 영원한 의식적인 움직임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세상은 발전해가고 있지만 자연보호에 대한 화두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어요. 살아있는 동안에는 자연에 폐가 끼치는 존재로 남아버리기에는 죄책감도 있고, 저도 단순히 외식업을 하면서 저희가 만드는 음식과 음료들로 수익을 내고 있지만, 단지 비즈니스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환경 보호에 이바지하는 케이스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Editor : 태진, 지혜
성수동, 친환경 식재료 기반의 브런치 카페
© 논라벨 매거진
이제 음식은 혀의 만족을 넘어 뱃속의 편안함까지 고민하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비건 식당이나 글루텐 프리처럼, 단순히 신념만을 위한 레시피가 아닌 우리에게 진정 이로운 음식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최소한의 양념으로 재료 본연의 가치와 맛을 생각하는 가게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건강하지 못한 재료와 레시피로 자극과 편의성에 초점을 맞춘 음식들이 넘쳐나는 요즘, 앞으로 우리는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어야 할지, 지속 가능한 식생활은 무엇인지 리프레쉬먼트의 김지열 대표님과 이야기 나누어보았습니다.
리프레쉬먼트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리프레쉬먼트는 성수동에 위치한 제철 친환경 식재료 기반의 브런치 카페 입니다. 리프레쉬먼트는 사전적 의미로 원기 회복, 기분 전환이라는 뜻과 가벼운 식사나 음료라는 뜻을 담고 있어요. 이곳은 단순히 요리를 파는 음식점이 아닌, 단 한 그릇의 요리일지라도 드시는 분들로 하여금 리프레쉬먼트(Refreshment, 원기 회복, 상쾌하게 함)를 드리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나아가 찾아주시는 손님들에게 자극이 넘쳐나는 시대에서 편안한 휴식의 공간이 되고자 합니다.
브랜드가 탄생한 지점부터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대표님이 현재까지 꾸준히 지켜온 취미가 있을까요?
저는 예술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자연은 가장 완벽한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때문에 종종 자전거를 타고 자연 속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한강이나 남산을 가거나 틈이 날 때마다 교외로 드라이브를 가죠. 우리나라는 4계절이 뚜렷하고 날씨의 변덕이 심한 편이라, 계절에 따른 나무나 꽃의 변화를 보거나 산과 강을 바라보다 보면, 자연의 생명력으로부터 저도 살아있음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자연 속에서 바람을 가르며 교류하면 너무나 행복해요.
그리고 갤러리나 미술관, 미감이 훌륭한 공간에 방문하거나 건축물을 둘러보기도 해요. 어떠한 분야든 전문성과 작가 정신으로 창조한 창작물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제 삶에 영감을 줍니다.
리프레쉬먼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기억나는 과정들을 들려주세요.
샌프란시스코와 뉴욕, 유럽의 주요 도시에서 생활하면서 발달된 식문화가 전해주는 일상의 선물 같은 시간들은 저에게 순수한 행복감 그 자체였어요. 정보와 자극이 넘쳐 마음의 여유를 갖기 힘든 복잡한 사회 속에서 의도적인 휴식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꼈어요. 그리고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언젠가 저의 브랜드에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이후 뉴욕에서 유학 생활을 하던 시절부터 긴밀한 관계였던 건축가 한 분과 함께 구체적인 기획을 하기 시작했어요. 저희가 추구하는 미니멀리즘과 쾌적한 시스템에서 진정성 있는 서비스를 차분하게 제공할 수 있는 공간과 사람, 음식과 음료가 어우러진 제철 친환경 식재료 기반의 브런치 카페를요. 복잡한 사회 속에서 의도적인 휴식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기에, 제가 일구는 브랜드는 과도한 포장이나 지나치게 유행을 따르지 않는 신선한 느낌을 선사하고 싶었어요.
성수동에 자리를 잡은 것은 리프레쉬먼트의 개성있는 특성 만큼 탁월한 선택처럼 보이기도 하는것 같습니다. 대표님께서는 어떤 생각으로 매장의 위치를 성수동으로 선택하셨나요?
서울은 지역마다 다채로운 특색을 띄고 있어요. 그중 성수동은 가장 다양하고 신선한 프로젝트들이 넘쳐나는 곳이라 가장 좋아하는 동네에요. 그리고 다양한 이벤트가 있으면서도 사람냄새가 나는 동네이기도 하죠.
지역을 성수동으로 정하고 주변을 둘러보았을 때, 연무장길을 중심으로 들어선 상권은 시끌벅적한 콘텐츠들이 급변하는 곳이어서 조금은 한적한 곳을 찾다가 상원길 북쪽 작은 상가에 자리를 잡게 되었어요. 진정한 휴식을 제공해 드리려면 주변 분위기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성수동이 떠오르기 전, 옛 성수의 모습을 간직한 주거지역이기에, 일상의 흔적들이 자연스럽게 느껴져 좋았어요. 가까운 곳인 송정제방공원은 중랑천을 따라 벚꽃길과 은행나무들도 산책하기 너무 좋을 거 같았고요.
기획 단계부터 많은 고민의 흔적들이 느껴집니다. 요리 재료나 플레이팅도 그만큼 많은 정성을 쏟으실 것 같아요.
메뉴를 구성할 때 자연 그대로를 추구하면서 식재료가 가진 본질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플레이팅에도 자연스러움을 추구하고 있어요. 조리 과정에서도 불을 적게 사용하고, 양념도 최소한으로 하면서 각 재료들이 서로 어울릴 수 있도록 맛의 밸런스를 고려합니다.
주로 믹스 형태의 음식들을 구성했는데, 모두 수저나 포크로 여러 가지 재료를 함께 맛볼 수 있는 음식들이죠. 저희 매장에서 판매하는 부리또볼과 포케, 비빔밥도 마찬가지 입니다. 먹었을 때 자연 그대로의 식재료가 가진 특성을 느낄 수 있는 조화로운 음식이라고 생각했어요. 꾸며낸 환경보다는 자연에서 자란 식재료를 사용하기 위해서 가능한 유기농, 무농약, 저농약 등 친환경적으로 재배된 농산물을 수급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사진 : 리프레쉬먼트
그렇다면 대표님께서는 언제부터 제철 재료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제철 식재료에 대한 관심은 조리를 공부하고 식재료를 손질하면서 자연스럽게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로 지자체별로 운영하는 농촌융복합지원센터에서 자문 위원으로 4년간 활동했었어요. 지역 농민들이 해당 센터에 방문하시면 컨설팅을 해드리는 일을 맡아서 진행했죠. 그 과정에서 각 지역 소규모 농어가에서 생산되는 품목들은 양이 적고 상품성이 떨어져 현재의 대규모 유통사에 납품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위원 활동 기간에 알게 된 인연들과 함께 폐기 위기에 있는 재료를 활용해 메뉴를 개발해 소개해 드리는 활동도 가졌습니다. 추후에는 *푸드 리퍼브 피클이나 잼, 청을 담가 판매해 볼 예정입니다. 소비를 넘어서 지역과 도시와 크게는 우리나라의 식문화에 모범적인 역할을 해보려고 해요.
*푸드 리퍼브 : 맛과 영양에는 문제가 없으나 외관상 모양이 매끈하지 않거나 흠집이 있어 소비자의 기준에 미치지 못해 상품 가치가 낮은 식재료
공들였던 음식을 처음 선보였을 때, 손님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깔끔하고 슴슴한데 각 재료 본연의 맛이 어우러져 산뜻한 느낌이라는 말씀을 해주시더라고요. 아주 맛있다는 말보다 각 재료가 가진 맛을 지키려는 저희의 의도를 정확히 이해해 주시는 분들이 찾아주실 때 감사함을 느껴요. 자극적이고 일률적인 양념으로 음식의 향을 덮어버리지 않고 재료마다 어울리는 맛의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조리하거든요. 물론 너무 가볍게 느껴져 애매하다는 의견도 종종 있기도 해요.
찾아주신 분들이 과식하지 않도록 단가는 줄이되 적당한 양의 음식으로 구성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중점을 두고 있는 건 손님들이 식사를 마무리하셨을 때 더부룩하지 않고 깔끔하게 식사를 마치실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그래서인지 평소 드시는 양이 많으신 분들은 한 끼 식사로 적다는 피드백도 있어요. 그래서 합리적인 가격과 영양적인 측면을 모두 고려해 메뉴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저희 가게를 나가시는 모든 손님들이 산뜻하고 건강하고 가벼운 한 끼 식사가 되실 수 있도록 말이죠.
사진 : 리프레쉬먼트
공간을 운영하다 보면 다양한 변수가 발생하실텐데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표님만의 노하우가 있으실까요?
맞습니다. 상업공간을 기획하다 보면 인력 운영이나 시설관리 등의 변수에 의해 고객에게 전해질 상품의 퀄리티가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확신이 들 때까지 오픈을 미루고 직원들끼리 연구 및 개발을 통해 의논하고 여러 번의 시식회를 하며 보완하는 기간을 꼭 갖습니다. 고객에게 선보이기 시작한 이후 초반에는 고객의 피드백이나 온라인 리뷰를 참고하면서 계속 완성해 나가려 해요.
그리고 매일 있었던 이슈들을 정리하고 분석하며 의견을 나눕니다. 통계를 보면 패턴이 보이고 일어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어느 정도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어요. 사소한 사항까지 공유가 되어있다면 긴급한 상황에서도 각자가 임기응변으로 대처가 가능한 거 같아요.
구성원들과 함께 해결해나가시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그 외에도 구성원들과 나누고 싶은 가치가 있으실까요?
사실 비즈니스 경영자의 입장에서 고객이 가장 중요하지만 저는 구성원이 더 중요하다고도 생각합니다. 브랜드의 철학을 온전히 고객에게 전하려면 회사의 시스템, 즉 매뉴얼 교육과 각 구성원들에게 어떤 진취적인 비전과 모티베이션을 심어줄 수 있느냐가 관건인 거 같아요. 리프레쉬먼트는 단지 돈을 벌어가는 직업이 아니라 서로의 꿈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고 목표를 이루기 위한 단계적 성장이 가능한 둥지의 역할을 하고 싶어요. 현재 건축가가 꿈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셰프가 꿈인 조리사와 함께 팀을 이루고 있는데 예술과 전문성이라는 공통점으로 교감하며 교류하고 있어요. 저의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해 주기도 하고요.
한가로운 시간에는 구성원들이 관련 분야의 책을 읽거나 자격증 공부 등 자율적이고 생산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전혀 관여하지 않는 편이에요. 시프트 없이 모두가 함께 일하고 쉬며 카페가 아닌 작은 회사에서 일한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자 합니다.
브랜드를 소비하는 고객분들과 나누고 싶은 ‘리프레쉬먼트’의 가치가 있을까요?
사회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우리의 외식 생활의 다양성과 질도 높아지고 있어요. 반면 개인적인 아쉬움이지만 자극적이고 단숨에 사라지는 식문화도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식문화의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새롭고 기발한 레시피도 중요하지만, 식문화의 방향에 대한 논의도 분명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우리 먹거리 문화의 형성 과정을 이해하고 현재의 문제점을 개선하여 올바르고 자랑스러운 우리만의 식문화를 형성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속 가능한 친환경 식문화를 실천하기 위해 우리가 매일 할 수 있는 것은 작은 습관들을 만드는 것이에요. 탄소 배출을 줄 위기 위해 지역 생산자의 농수산물을 구매하고 제철 식재료를 소비한다거나 음식물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것이죠.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이나 친환경 세제 사용하고 일회용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해요. 그리고 리프레쉬먼트에서는 다회용기나 텀블러를 사용하시면 할인해 드리고 있어요.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라는 말이 있듯이, 균형 잡힌 영양 관리를 위해 곡류, 채소류, 콩류 등을 섭취하고 가벼운 운동도 생활화하여 모두가 원기를 복 돋우는 일상을 맞이했으면 좋겠어요.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지속 가능한 식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어떤 태도로 접근하면 좋을까요?
지속 가능한 식문화를 만들기는 자신의 삶의 질을 올릴 수 있는 일종의 투자라고 생각해요. 오직 건강을 위한 행위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행위 자체가 미미하게나마 우리 환경과 자연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죠. 미래를 지향하고 지속 가능한 삶의 가치에 대해 진정성만 있고 서두르지만 않는다면 작은 실천도 위대할 수 있지요.
사회 전반에 걸쳐 ESG, 즉 지속 가능경영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식품업계에도 가치 있는 소비의 개념이 확대되면서 윤리적/친환경적 식문화가 자리 잡혀가고 있는 초기 단계인 거 같아요. 새로운 시대적 트렌드가 아닌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당연하고 영원한 의식적인 움직임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세상은 발전해가고 있지만 자연보호에 대한 화두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어요. 살아있는 동안에는 자연에 폐가 끼치는 존재로 남아버리기에는 죄책감도 있고, 저도 단순히 외식업을 하면서 저희가 만드는 음식과 음료들로 수익을 내고 있지만, 단지 비즈니스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환경 보호에 이바지하는 케이스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Editor : 태진, 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