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100년 넘은 주택, 서울도 가질 수 있을까?

영국의 아파트 수명 130년, 한국 27년


정재호 - 회현동기념비 1, 2005


단명하는 아파트

영국 130년, 독일 120년, 프랑스가 80년, 일본 55년, 한국 27년. 국토 교통부에서 발표한 전 세계 아파트의 평균 수명입니다. 물론 국내에서도 건축물의 수명이 점차 늘고 있는 추세지만 전 세계 주요 국가들에 비해서 지나치게 짧은 점은 이상합니다.


깨지기 쉬운 유리로 만든 빈티지 조명도 30년 넘게 사용할 수 있는데, 국내의 아파트는 건축 역사를 뒤바꾼 철근 콘크리트로 지었음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수명이 짧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 국토교통부

서대문구 충정아파트


할아버지 건물에게 듣는 조언

서대문구 충정아파트는 1932년 준공된 우리나라 최초의 아파트입니다. 평균수명이 30~40년에 불과한 보통의 한국 아파트와 달리 충정아파트는 무려 85년간 자리를 지켰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난해 6월, 서울시 제7차 도시계획 위원회에서 충정아파트의 철거 내용이 포함된 마포로 5구역의 정비 계획안이 수정 가결되면서 철거가 결정되었죠.


충정아파트가 85년이라는 긴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배경에는  국내 최초의 아파트라는 역사성에 따른 보존가치를 지키기 위한 움직임도 있었습니다만, 다른 아파트들과 다른 구조 방식에 따른 이점도 수명의 영향을 끼쳤습니다. 


왼쪽 : 충정아파트 평면도, 오른쪽 : 횡단면도 / 출처 : 서울시


충정아파트는 기둥식 구조를 선택했기 때문에 비교적 긴 수명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건물의 구조는 크게 기둥 구조와 벽 구조로 나뉘는데, 기둥 구조는 부피가 큰 기둥을 세워야 하는 탓에 실내 공간을 확보하기 어렵지만,  튼튼하면서도 배관과 전선의 통로를 확보할 수 있어 유지 보수가 쉬운 편입니다. 반면, 벽구조 방식은 넓은 실내 공간과 자유로운 입면 배치가 가능한 대신, 배관과 전선을 모두 콘크리트에 묻어 유지 보수가 어려운 편입니다.



벽구조
기둥 구조
장점
- 건축 기간 단축
- 실내 공간 확보 가능

- 벽구조에 비해 튼튼함
- 유지 보수가 용이함


단점

- 유지 보수가 어려움



- 실내 공간에 부피를 차지함


 즉, 충정 아파트는 기둥식 구조를 채택했기 때문에 노후한 배관과 배선을 필요할 때마다 교체하며, 건물의 수명을 늘렸던 것입니다.


대한민국 최초의 단지형 고층 아파트였던 '여의도 시범 아파트' ©정윤천

유럽의 아파트


기둥식으로 지을 때 비용이 더 든다는 거부감이 공동주택을 내력벽 방식으로 짓게 만든다.

김수암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납득할 만한 이유

유럽은 어떻게 아파트를 지었길래 오랜 시간을 수명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요? 먼저 아파트는 산업혁명(1760년대)으로 인한 도시화에 따른 인구 밀집을 해소하기 위해 고안한 주거형태입니다. 해결 방안으로 철근 콘크리트를 발견하는 등 유럽은 우리보다 훨씬 앞서 도시 문제를 해결해 나갔습니다.


반면  1960년대부터 뒤늦게 도시화가 진행된 서울은 도시의 인구 밀집에 대해 상대적으로 늦었으며,   우리 건축의 주재료가 목재였다는 점도 고층 건물에 대한 노하우 부족으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또한 한국은 아파트를 '재산'으로 바라보는 특성 때문에 건물의 대대적인 수리가 필요할 시,  유지 보수 대신 투자 대비 이익이 발생하는 재건축으로 진행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용산구 이촌동 '시범 중산아파트'


한국식 100년 건물을 바라보아야 할 때

지난달 서울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시·건축 디자인 혁신방안을 발표했으며, 서울주택도시 (SH)는 재건축 시 고품질 자재를 사용해 100년이 넘어도 끄떡없는, 내구성 뛰어난 아파트를 짓겠다는 발표와 함께 내부 심사를 거쳐 입찰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 © tvN


상훈 (박호산 님) : 저거는 얼마 전에 네가 안전 진단한 건물이지? 진짜 튼튼하게 지었나 보다.

동훈 (이선균 님) : 안 튼튼해. D 등급 나왔어

상훈 : ‘경축’이라는데?

동훈 : 재건축하려면 D 등급 나와야 돼. D 등급 나와서 재건축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야. 돈 벌게 생겼다고….

상훈 : 하. 진짜 ‘어메이징 코리아’다. 안전하지 않다고 판정 난 걸 경축이라고….


tvN의 드라마 '나의 아저씨' 속 인물들의 대화는 '재건축 = 돈'으로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표현한 장면입니다. 물론 아파트를 돈으로 바라보는 것이 개개인의 욕심보다는 시대를 관통한 '가난'이라는 트라우마가 사람들로 하여금 '집 속에 사람'을 보지 못하게 했을지도 모릅니다만 앞으로의 도시 개발은 100년을 내다본 사람 중심의 개발을 고려해보면 어떨까요?



Editor : 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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