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사고 쉽게 버려진 SPA 브랜드 옷들이 향하는 곳
며칠 전 2021년에 방영된 KBS 다큐멘터리 <환경 스페셜: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를 보게 됐습니다. 옷을 많이 소비하고 관심 있는 입장에서 옷을 제작할 때 상상 이상의 물이 사용되며, 환경에도 매우 좋지 않다는 것은 익히 들어왔습니다. 부끄럽지만 그런 얘기를 듣고도 환경을 위한 별도의 노력은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환경 오염의 과정과 실태를 보니 심각성이 느껴지더군요.
바로 이전 게시물에서는 의류 수거함에 버린 옷이 어디로 가는지 알아봤었습니다. 의류 수거함에 버린 옷은 어디로 갈까? 당시 5%는 국내 빈티지샵으로, 나머지 95%는 아프리카, 인도, 필리핀 등 개발도상국으로 수출되어 다시 소비된다고 소개했었는데요, 그 95%의 의류 중 다시 소비되는 옷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소비되지 못한 옷은 아프리카의 강으로 들어가 쓰레기 강이 되거나, 산처럼 쌓여 헌 옷 쓰레기 산이 되기도 했습니다.
인간의 아름다움을 위해 만들어진 이 옷들이 왜 지구의 아름다움을 삼키고 있는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KBS <환경 스페셜: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를 통해 알아봤습니다.
패스트패션, 그리고 플라스틱
유니클로, 자라, 아소스, 스파오, H&M 등, 위 브랜드들은 SPA 브랜드, 혹은 패스트패션 브랜드라고 불리는 브랜드들입니다. 이 브랜드들은 다양한 상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대량생산합니다. 사실 이 브랜드들뿐만 아니라 국내의 보세 업체들도 마찬가지죠. 저렴한 원단으로 빠르게 소비되고 빠르게 버려지는 옷들을 생산합니다.
SPA 브랜드나 보세 의류 모두 트렌드를 따라가는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 많은 상품군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데, 여기서 저렴한 가격이 가능한 이유 중 하나는 옷을 제작할 때 폴리에스터라는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폴리에스터는 면보다 약 70~80% 정도 저렴하고 염색성도 우수합니다. 거기에 섬유의 강도도 좋기 때문에 다양한 의류에 사용되죠.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원단일 겁니다. 이렇게 생산되는 옷들은 생산량이 많은 만큼 폐기되는 양도 많다 보니 환경오염에 굉장히 취약한 상황입니다.
우리는 플라스틱 옷을 입고 있고, 그 플라스틱은 다시 우리에게 돌아온다.
PET는 석유 화학공장에서 원유를 정제할 때 나오는 에틸렌과 파라자일렌이 원료인데, 이것을 틀에 맞춰 착출하면 페트병이 되고, 방사 기술로 실을 뽑아내 옷을 만들면 우리가 입고 있는 폴리에스터 의류가 됩니다. 폴리에스터 의류의 문제는 생산 과정과 폐기 과정뿐만 아니라 세탁 과정에서도 환경 오염을 유발한다는 것인데요,
세탁 과정에서 섬유가 마모되며 미세 플라스틱들이 나옵니다. 소재에 따라 다르지만 옷 1kg 세탁 시 최소 16만여 개에서 67만여 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배출됩니다. 이렇게 배출된 미세 플라스틱은 걸러낼 수도 없이 폐수와 함께 한강으로 흘러 들어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실제로 한강 물을 특수 현미경으로 분석해 본 결과, 발견된 미세 플라스틱 7개 중 가장 많이 나온 4개(폴리프로필렌, 폴리에틸렌, 폴리에스터,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는 함성 섬유 관련 물질이었습니다. 우리가 구매하는 과정에서 이미 플라스틱을 소비한 것이고, 세탁하는 과정에서 플라스틱을 배출하며, 버릴 때도 플라스틱을 배출하는 거죠.
그렇게 버려진 옷들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미국, 영국, 캐나다, 중국에서 수출된 옷들은 아크라의 칸타만토 시장에서 거래됩니다. 그중 거래되지 못한 옷들은 이곳 오다우 강에 아무런 해결책도 없이 버려집니다. 오다우 강은 버려진 옷들과 쓰레기로 뒤덮였으며, 옆으로는 버려진 옷들이 산처럼 쌓여있습니다.
우리는 아무런 생각이나 죄책감 없이 옷을 버렸지만, 그 옷들은 쌓여서 아프리카까지 넘어간 뒤, 폐기물 처리 시스템도 없이 쌓여가거나 불태워집니다. 감당할 수 없는 양의 옷 쓰레기로 이미 강과 바다를 오염시켰지만, 불태우는 과정에서도 환경오염을 야기하고 있는 것이죠. 그 소재가 면이 아닌 폴리에스테르라면 더 심각할 것이고요.
패스트패션을 지양해야 한다.
과잉생산과 과잉소비가 익숙해진 우리는 소비 시에만 비용을 지불하고, 그 이후에 옷이 어떻게 처리되는지는 신경 쓰지 않습니다. 옷을 버릴 때 비용을 지불하거나 책임감을 느끼지도 않죠.
SNS와 정보가 활성화되면서 유행도 빠르게 소비되고 있습니다. 다큐멘터리에 나온 모 대학생은 특정 옷을 입고 사진을 찍어서 SNS에 업로드했다면, 그 이후로는 그 옷을 못 입겠다고 합니다. SNS에서 자신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다양한 옷을 입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것이겠죠. SNS가 활성화된 요즘 비단 이 대학생 뿐만 아니라 그런 분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금은 아프리카를 포함한 다른 개발도상국에서 우리의 옷을 수입하고 쓰레기 산까지 만들어지며 억지로 처리하고 있지만, 만약 해외에서 이 옷들을 수입하지 않아 우리가 떠안게 된다면 어떨까요? 당장 우리나라의 바다에서 옷 쓰레기가 파도에 떠밀려 오고 처리하지 못한 쓰레기 산이 쌓인다고 상상하면 끔찍합니다.
우리는 편하게 소비하고 쓰레기는 개발도상국이 떠안고 있는 이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저렴하다고, 새 옷을 입고 싶다고 무분별하게 하는 소비는 지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렴한 옷을 사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으나 계속해서 함성섬유로 만들어진 의류를 소비하니 기업에서는 더 많은 옷을 생산해 내고, 그 옷은 판매가 되었을 때도, 그리고 판매가 되지 않았을 때도 계속해서 플라스틱 쓰레기로 남게 됩니다.
새 옷을 전혀 사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상황에 따라 중고 의류를 구매하거나 빈티지샵에서 쇼핑하는 것 또한 괜찮습니다. 새 옷이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요.
자연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당장 눈앞에 지구의 오염이나 변화가 닥쳤을 때에는 수습하려고 해도 이미 전과는 달라진 상황일 것입니다.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오염되기 전에 패스트패션을 지양하고 조금 더 환경을 위한 소비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Editor: 정민
쉽게 사고 쉽게 버려진 SPA 브랜드 옷들이 향하는 곳
며칠 전 2021년에 방영된 KBS 다큐멘터리 <환경 스페셜: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를 보게 됐습니다. 옷을 많이 소비하고 관심 있는 입장에서 옷을 제작할 때 상상 이상의 물이 사용되며, 환경에도 매우 좋지 않다는 것은 익히 들어왔습니다. 부끄럽지만 그런 얘기를 듣고도 환경을 위한 별도의 노력은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환경 오염의 과정과 실태를 보니 심각성이 느껴지더군요.
바로 이전 게시물에서는 의류 수거함에 버린 옷이 어디로 가는지 알아봤었습니다. 의류 수거함에 버린 옷은 어디로 갈까? 당시 5%는 국내 빈티지샵으로, 나머지 95%는 아프리카, 인도, 필리핀 등 개발도상국으로 수출되어 다시 소비된다고 소개했었는데요, 그 95%의 의류 중 다시 소비되는 옷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소비되지 못한 옷은 아프리카의 강으로 들어가 쓰레기 강이 되거나, 산처럼 쌓여 헌 옷 쓰레기 산이 되기도 했습니다.
인간의 아름다움을 위해 만들어진 이 옷들이 왜 지구의 아름다움을 삼키고 있는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KBS <환경 스페셜: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를 통해 알아봤습니다.
패스트패션, 그리고 플라스틱
유니클로, 자라, 아소스, 스파오, H&M 등, 위 브랜드들은 SPA 브랜드, 혹은 패스트패션 브랜드라고 불리는 브랜드들입니다. 이 브랜드들은 다양한 상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대량생산합니다. 사실 이 브랜드들뿐만 아니라 국내의 보세 업체들도 마찬가지죠. 저렴한 원단으로 빠르게 소비되고 빠르게 버려지는 옷들을 생산합니다.
SPA 브랜드나 보세 의류 모두 트렌드를 따라가는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 많은 상품군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데, 여기서 저렴한 가격이 가능한 이유 중 하나는 옷을 제작할 때 폴리에스터라는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폴리에스터는 면보다 약 70~80% 정도 저렴하고 염색성도 우수합니다. 거기에 섬유의 강도도 좋기 때문에 다양한 의류에 사용되죠.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원단일 겁니다. 이렇게 생산되는 옷들은 생산량이 많은 만큼 폐기되는 양도 많다 보니 환경오염에 굉장히 취약한 상황입니다.
우리는 플라스틱 옷을 입고 있고, 그 플라스틱은 다시 우리에게 돌아온다.
PET는 석유 화학공장에서 원유를 정제할 때 나오는 에틸렌과 파라자일렌이 원료인데, 이것을 틀에 맞춰 착출하면 페트병이 되고, 방사 기술로 실을 뽑아내 옷을 만들면 우리가 입고 있는 폴리에스터 의류가 됩니다. 폴리에스터 의류의 문제는 생산 과정과 폐기 과정뿐만 아니라 세탁 과정에서도 환경 오염을 유발한다는 것인데요,
세탁 과정에서 섬유가 마모되며 미세 플라스틱들이 나옵니다. 소재에 따라 다르지만 옷 1kg 세탁 시 최소 16만여 개에서 67만여 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배출됩니다. 이렇게 배출된 미세 플라스틱은 걸러낼 수도 없이 폐수와 함께 한강으로 흘러 들어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실제로 한강 물을 특수 현미경으로 분석해 본 결과, 발견된 미세 플라스틱 7개 중 가장 많이 나온 4개(폴리프로필렌, 폴리에틸렌, 폴리에스터,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는 함성 섬유 관련 물질이었습니다. 우리가 구매하는 과정에서 이미 플라스틱을 소비한 것이고, 세탁하는 과정에서 플라스틱을 배출하며, 버릴 때도 플라스틱을 배출하는 거죠.
그렇게 버려진 옷들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미국, 영국, 캐나다, 중국에서 수출된 옷들은 아크라의 칸타만토 시장에서 거래됩니다. 그중 거래되지 못한 옷들은 이곳 오다우 강에 아무런 해결책도 없이 버려집니다. 오다우 강은 버려진 옷들과 쓰레기로 뒤덮였으며, 옆으로는 버려진 옷들이 산처럼 쌓여있습니다.
우리는 아무런 생각이나 죄책감 없이 옷을 버렸지만, 그 옷들은 쌓여서 아프리카까지 넘어간 뒤, 폐기물 처리 시스템도 없이 쌓여가거나 불태워집니다. 감당할 수 없는 양의 옷 쓰레기로 이미 강과 바다를 오염시켰지만, 불태우는 과정에서도 환경오염을 야기하고 있는 것이죠. 그 소재가 면이 아닌 폴리에스테르라면 더 심각할 것이고요.
패스트패션을 지양해야 한다.
과잉생산과 과잉소비가 익숙해진 우리는 소비 시에만 비용을 지불하고, 그 이후에 옷이 어떻게 처리되는지는 신경 쓰지 않습니다. 옷을 버릴 때 비용을 지불하거나 책임감을 느끼지도 않죠.
SNS와 정보가 활성화되면서 유행도 빠르게 소비되고 있습니다. 다큐멘터리에 나온 모 대학생은 특정 옷을 입고 사진을 찍어서 SNS에 업로드했다면, 그 이후로는 그 옷을 못 입겠다고 합니다. SNS에서 자신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다양한 옷을 입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것이겠죠. SNS가 활성화된 요즘 비단 이 대학생 뿐만 아니라 그런 분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금은 아프리카를 포함한 다른 개발도상국에서 우리의 옷을 수입하고 쓰레기 산까지 만들어지며 억지로 처리하고 있지만, 만약 해외에서 이 옷들을 수입하지 않아 우리가 떠안게 된다면 어떨까요? 당장 우리나라의 바다에서 옷 쓰레기가 파도에 떠밀려 오고 처리하지 못한 쓰레기 산이 쌓인다고 상상하면 끔찍합니다.
우리는 편하게 소비하고 쓰레기는 개발도상국이 떠안고 있는 이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저렴하다고, 새 옷을 입고 싶다고 무분별하게 하는 소비는 지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렴한 옷을 사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으나 계속해서 함성섬유로 만들어진 의류를 소비하니 기업에서는 더 많은 옷을 생산해 내고, 그 옷은 판매가 되었을 때도, 그리고 판매가 되지 않았을 때도 계속해서 플라스틱 쓰레기로 남게 됩니다.
새 옷을 전혀 사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상황에 따라 중고 의류를 구매하거나 빈티지샵에서 쇼핑하는 것 또한 괜찮습니다. 새 옷이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요.
자연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당장 눈앞에 지구의 오염이나 변화가 닥쳤을 때에는 수습하려고 해도 이미 전과는 달라진 상황일 것입니다.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오염되기 전에 패스트패션을 지양하고 조금 더 환경을 위한 소비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Editor: 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