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아이콘택트

2025-05-12

눈빛은 말보다 강하다


©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는 뉴욕 MoMA에 〈The Artist is Present〉라는 퍼포먼스를 선보였습니다. 그녀는 3개월 동안 매일 관객들과 마주 앉아 아무 말 없이 눈을 마주치는 침묵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접촉도 대화도 없는 이 단순한 행위는 관람객들의 마음을 깊이 울렸습니다. 어떤 이들은 눈물을 흘리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어떤 이들은 그 짧은 마주침 속에서 오래된 감정과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이 퍼포먼스의 규칙은 단순했습니다. 오직 눈을 마주칠 것, 그 외의 모든 접촉은 금지. 하지만 단 한 번 마리나는 이 규칙을 깨뜨립니다. 그녀의 전 연인이자 오랜 시간 함께 예술의 길을 걸었던 울레이가 퍼포먼스 중 돌연 등장했을 때였습니다. 마리나는 오랜 침묵 끝에 그의 손을 잡았고, 두 사람은 말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22년 만의 재회였습니다.


그들은 12년간 사랑하며 함께 작업했고, 만리장성의 중간에서 이별을 고했던 연인이었습니다. 각자 반대편에서 출발해 90일간 2500km를 걸어 만나 작별 인사를 나눈 두 사람. 그렇게 끝난 관계는 시간이 지나 다시 눈빛으로 이어졌습니다. 침묵 속에서 진심이 흐르고, 눈빛은 말보다 깊은 것을 전합니다. 마리나의 퍼포먼스는 말없이 마주보는 그 순간, 우리가 서로를 가장 깊이 만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Editor: 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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