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요, 카펫, 테이블 웨어를 활용해 만드는 원 앤 온리 브랜드, 썬번

2024-05-03

세상 어디에도 없는 나만의 옷


© 논라벨 매거진


수많은 업사이클링 브랜드와는 달리 오래된 담요, 카펫, 테이블 웨어를 활용해 하나뿐인 옷을 만드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사용되는 원단 특성상 화려한 패턴과 자수들이 있지만, 유니크하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은 것이 특징이죠.


썬번(SUNBURN)의 이종경 대표님은 오랜 기간 일해온 영화 의상 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을 잠시 내려놓고 발리로 떠났습니다. 서핑을 즐기며 자연과 가까운 삶을 즐기다가, 문득 자신이 소비하던 많은 것들이 너무 소모적이라고 느끼게 됐죠. 뜨거운 태양과 잘 어울릴 것 같은, 자유로운 무드의 썬번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 논라벨 매거진


안녕하세요. 썬번에 대해서 소개 부탁드립니다.

썬번을 운영하고 있는 이종경이라고 합니다. 썬번은 오래된 담요나 카펫 같은 패브릭을 활용해 옷으로 업사이클링 하는 브랜드에요. 이쁜 패턴을 가지고 있는 빈티지 패브릭들이 버려지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고, 재밌게 활용할 수 있는 게 없을까 하다가 작년 5월부터 시작하게 됐어요. 동남아나 미국, 유럽 등에서 원단을 수입해 원 앤 온리 형식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이전에 스타일리스트로 일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썬번을 만들게 되신 건지 궁금해요.

제가 스무 살 때부터 영화 의상 스타일리스트로 일했어요. 그 분야에서 10년 정도 생활하다가 2020년부터는 배우 개인의 스타일링이나 광고 스타일링도 진행하고 있거든요. 그렇게 3년 정도하다 보니 새롭고 재밌는 걸 하고 싶었어요. 한 가지 일을 꽤 오래 해왔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하고 싶었고, 23년 1월까지 일을 하고 멈춘 다음 발리에 갔어요.


© 논라벨 매거진


그때 간 발리에서 썬번이 시작된 거군요.

그렇죠. 이전부터 서핑 문화를 좋아하긴 했는데 간간이 취미로만 했었거든요. 발리에 간 김에 제대로 배워보자 싶어서 서핑 캠프에 갔어요.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곳에서 매일 서핑을 하며 지내다 보니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됐어요. 매 순간 자연과 마주하다 보니 그곳에서는 제가 일해온 직종과는 무관하게 옷이 크게 필요가 없었고, 그런 게 너무 소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불어 꼭 필요하지 않지만 많은 옷을 소비해왔던 자신을 반성하게 됐고요. 그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업사이클링 브랜드를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혹시 발리에는 어느 정도 계셨나요?

처음엔 한 달을 갔고, 이후 근처 다른 나라들을 여행했다가 다시 발리로 갔어요. 두 번째로 갔을 때에는 '아 여기서 느낀 걸로 뭔가를 시작해야겠다'라는 생각으로 갔었고,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썬번을 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어서 계속 왔다 갔다 했어요.


© 썬번


SNS를 보면 발리를 오가며 생활하시는 모습을 종종 담으시더라고요. 별도의 룩북이 없더라도 그 모습이 썬번의 무드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했어요.

원래는 스타일리스트 일이 지쳤을 때 리프레시 하려는 목적으로 썬번을 시작했어요. 물론 요즘은 본업과 세컨잡을 나누진 않지만, 원래 해오던 일이 스타일리스트였으니까요. 그런데 비즈니스 목적으로 수차례 발리를 오가다 보니 어느새 썬번도 본업이 된 상황이에요. SNS에 공유하는 이미지들은 "우리의 색은 이런 거야"라며 본격적으로 준비해서 보여주는 것보다는 제가 활동하는 모습이나 삶의 방식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게 가장 썬번답기도 하고, 브랜드를 시작한 의도와 잘 맞는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하고 있어요.


© 썬번


썬번 제품들에 대해서 설명 부탁드릴게요.

재킷과 후드 집업, 팬츠, 셔츠, 맨투맨, 모자 등이 있어요. 원래는 후드 집업이 아닌 후드티 형식으로 발매했었는데, 집업 형태가 좀 더 입기에 용이하고 가볍게 매치할 수 있는 것 같아 현재는 집업으로 전개하고 있어요. 팬츠는 무릎 위, 무릎을 덮는 기장, 롱팬츠까지 기장별로 준비되어 있고, 셔츠도 반팔과 긴팔 형태로 출시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직접 생산하는 제품과 함께 빈티지 티셔츠, 빈티지 모자까지 같이 소개했었어요. 당시 제품을 하나하나 입어보면서 고르고 셀렉해서 소개하다 보니까 너무 힘들고 지쳐서, 현재는 직접 생산하는 제품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 썬번


제품을 보면 대체적으로 실루엣이 여유로운 것 같아요.

네. 몸에 핏하게 붙는 것들은 많이 없고, 전체적으로 루즈한 느낌으로 제작하고 있어요. 보통 다른 브랜드는 1,2,3 사이즈 혹은 S, M, L 이런 식으로 사이징을 하는데, 저희는 업사이클링 브랜드 특성상 일관되고 명확한 사이즈 표기가 불가능하잖아요. 그걸 어떻게 위트 있게 풀어볼까 하다가 "당신이 입는 것이 당신의 사이즈다"라는 의미로 사이즈 택에 'Your Size'라고 표기하게 됐어요.


© 논라벨 매거진


저도 썬번 제품을 처음 봤을 때 'Your Size'라는 택으로 표기한 게 굉장히 재밌었어요. 그런데 재밌는 것과는 별개로 생산하는 입장에서는 어려운 점이 많을 것 같아요.

일단 굉장히 어려워요(웃음). 원단도 사이즈가 다 다르거든요. 사이즈가 제각각인 원단의 버려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그 원단에 맞는 제품군으로 생산하고 있는데, 보통의 경우처럼 다 똑같이 재단해서 하는 것도 아니고, 소재도 조금씩 다르고 보풀감이나 원단의 오염 등에 따라서 사용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어요. 고객들의 니즈에 맞춰서 최대한 사이징을 하려고는 하는데, 그게 쉽지는 않아요.


© 논라벨 매거진


현재 쇼룸과 인스타그램은 운영하시는데, 온라인스토어는 없는 걸로 알고 있어요.

저희를 찾아주시는 분들도 온라인스토어에 대해 많이들 물어봐 주셔요. 저희도 늘 계획은 있는데, 현재는 여력이 안되는 것 같아요. 온라인스토어를 운영하면 한 피스씩 실측을 재서 기입을 해야 하는데, 소규모로 운영하다 보니 인력적인 부분에서도 쉽지 않아요. 그래도 아쉽다는 생각이 있는 반면에 '고객들이 매장에 와서 옷을 직접 보고 느꼈으면 좋겠다', '각자 맞는 핏이나 제품들을 찾아갔으면 좋겠다'라는 생각도 해요.


팝업도 몇 차례 진행하셨어요. 앞으로도 계획된 팝업이 있으실까요?

네. 감사하게도 팝업은 꾸준히 요청이 들어와서 아마 상반기 내에 한번 진행할 것 같아요. 그리고 지난여름에 참여했던 글라스 하우스에도 올여름 또 참가할 것 같습니다.


© 논라벨 매거진


마지막으로 고객들이 썬번 제품을 입으면서 느꼈으면 하는 점이 있으실까요?

썬번의 제품들은 하나씩밖에 없으니까, 그걸 입는 것에 대한 특별함을 느끼면 좋을 것 같아요. "이 옷은 나만 입을 수 있다", "나밖에 없다"같은 느낌으로요. 업사이클링 된 제품인 만큼 지속 가능한 슬로건, 혹은 캠페인 같은 느낌으로 하나씩 가지고 있으면 재밌을 것 같습니다.



Editor: 정민


NON LABEL
NEWSLETTER


논라벨이 선택한 이야기들을 메일로 받아보세요.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취향을 모아 

여러분의 메일함에 조용히 넣어두고 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