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정돈된 쿨함'


© 논라벨 매거진
스트릿・스케이트 브랜드의 인기는 시대의 흐름과 함께 크게 요동칩니다. 모두가 동경하던 로고와 스타일이 어느 순간 외면받기도 하고, 한동안 잊힌 듯 보이던 브랜드가 다시 멋진 사람들의 옷차림 속에서 되살아나기도 하죠. 흥미로운 점은, 이런 변화가 꼭 브랜드의 드라마틱한 변신 덕분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트렌드의 흐름이 있을 뿐, 브랜드는 제자리에서 자신들의 스타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슈프림 역시 언제나 슈프림이었지만, 최근에는 다수의 대중보다는 마니아틱한 이들에게 집중적으로 소비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브랜드가 가진 본질적인 멋을 꾸준히 탐구하고, 소비하는 이들이죠.
마포구 합정동의 ‘도비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초기 정체성이 뚜렷하던 올드 슈프림부터 황금기의 아카이브, 그리고 최근 시즌 아이템까지. 특정 시기에 치우치지 않고 ‘슈프림이라는 브랜드 그 자체’에 주목하며 큐레이션을 이어가는 샵입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비교적 생소한 ‘올드 슈프림’의 매력은 무엇인지, 그리고 슈프림의 변하지 않는 가치는 무엇인지 도비가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 논라벨 매거진
독자분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도비가(DOBBYGA)입니다. 도비가는 슈프림과 스투시를 중심으로 80-90년대 꼼데가르송 옴므, 스톤아일랜드, C.P 컴퍼니 등의 제품들을 소개하고 있어요. 많은 브랜드를 다루는 것은 아니지만, 적은 브랜드 안에서도 결이 뚜렷한 제품들을 선별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다른 빈티지샵에서 보기 어려운 올드 슈프림 제품들이 많이 있어요. 올드 슈프림만의 매력을 느끼는 특정 시기가 있나요?
브랜드 초창기인 1994년부터 지금까지 각 시기마다 특유의 매력이 있기 때문에, 특정 시기만을 골라 좋아한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려운데요. 초창기에는 아메리칸 캐주얼을 바탕으로 해 투박함 속에서 돋보이는 멋진 분위기가 있었고, 2000년대 초반에는 서브컬처를 기반으로 반항적인 감성이 가장 강하게 드러났습니다. 2010년대 초반부터는 빈티지·워크웨어를 재해석한 시즌들이 흥미로웠고, 중반부터는 루이비통과의 협업 등 글로벌 브랜드로 확장되는 흐름이 재미있었죠. 그래서 한 시기를 꼽기보다는, 각 시기마다 담긴 맥락 자체가 슈프림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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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슈프림을 소개하실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입어도 이쁜 옷인가’입니다. 단순히 오래돼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그리고 미래에도 통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거기에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90년대–2000년대 초반 영화와 서브컬처에서 보여지던 무드가 담겨있는지, 그리고 초창기 슈프림 특유의 아메리칸 캐주얼을 기반으로 한 안정적인 디자인에 스트릿의 요소가 담겨있는지도 중요해요. 시대를 넘어설 수 있는, 기본기가 좋은 제품들이 결국 제 취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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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에 올드 슈프림 제품과 함께 최근에 발매된 제품들도 소개하고 계신데요. 대표님이 생각하는 올드 시즌의 제품과 현재 출시되는 제품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슈프림은 스트릿·스케이트 브랜드이지만, 그 뿌리는 아메리칸 아메리칸 캐주얼에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올드 슈프림은 기본에 충실한 디자인, 미제 특유의 투박함, 그리고 과감한 그래픽이 어우러져 초기의 ‘날 것 같은 힘’이 느껴지는 것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
그렇다고 최근 제품이 나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오히려 시대에 맞는 슈프림이라고 생각해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면서 안정적이고, 다양한 협업을 통해 디자인적 실험과 패션 브랜드로서의 면모도 한층 강화되었다고 느낍니다. 다만 초창기에 보였던 거칠고 반항적인 분위기, 투박하면서도 멋있는 그 쿨한 멋은 지금은 쉽게 나오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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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에 맞게 달라지는 모습들이 있지만, 반대로 오랜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슈프림의 ‘코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결국 ‘정돈된 쿨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쿨함은 하나의 특징이 아니라, 슈프림이 지닌 여러 분위기와 태도가 함께 만들어낸 결과예요. 가장 큰 바탕은 뉴욕 다운타운 문화입니다. 스케이트보드, 힙합, 그래피티처럼 거리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문화에서 시작한 브랜드라 힘을 주지 않아도 멋있는, 그 특유의 분위기가 슈프림의 출발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초창기 슈프림은 다른 브랜드의 이미지나 로고를 가져와 자기 식으로 비틀어서 쓰는, 조금 반항적인 느낌이 강했어요. 박스 로고가 예술가 Barbara Kruger의 스타일을 참고한 것도 그런 흐름 중 하나죠. 가끔은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기도 하고요. 이러한 ‘기성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태도’가 슈프림만의 매력을 만들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건 슈프림이 가진 ‘깔끔함’이에요. 다른 스케이트 브랜드들은 그래픽이 거칠거나 색이 많이 섞여서 산만해 보일 때도 있지만, Supreme은 기본이 되는 옷의 형태가 단순하고 안정적이기 때문에 요란한 그래픽을 써도 지저분해 보이지 않고, 심플한 디자인은 오히려 더 깔끔하게 빛나요. 거리 문화의 자유로운 분위기, 초기의 반항적인 감성, 깔끔한 기본 디자인, 정돈된 그래픽과 색감 이 모든 것들이 자연스럽게 합쳐져 ‘정돈된 쿨함’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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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까지만 해도 슈프림이 스트릿 패션의 중심에 있었지만, 최근에는 관심이 다소 줄어든 것으로 보여요. 심지어 부정적으로 표현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변화된 인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런 인식의 변화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생각합니다. 브랜드가 커지고 접근성이 좋아졌기에, 예전처럼 소수만 즐기던 나만의 것이라는 생각, ‘힙한 느낌’이라는 게 사라지기 마련이니까요. 오히려 저는 더 멋지게 슈프림을 소비하는 분들이 많아졌다고 느낍니다. 소비층과 소비 방식이 다양해진 만큼, 그에 따라 슈프림의 제품군도 다양하다 생각합니다. 각자의 무드대로 즐기면 되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서로 존중은 못하더라도 불필요한 비난은 없어졌으면 합니다.
일본에는 오지슈프림(オジシュプリ)이라는 표현이 있어요. 비하적 의미가 아니라, 90~00년대 전성기를 직접 겪은 슈프림을 즐기는 세대를 가리키는 말이에요. 일본 스트릿 씬에서는 오히려 친근하고 존중받는 카테고리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저는 슈프림을 즐기는 데 어떤 제한도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게 슈프림은 디아블로나 플스 시절 게임처럼 어린 시절의 세계관과 추억이 담긴 문화적 상징일 수 있으니까요. 각자의 방식대로 자연스럽게 즐기면 되는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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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슈프림 외에 도비가가 집중해서 다루는 카테고리가 있다면?
올드 슈프림 말고도 저는 기본이 좋은 옷,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멋이 남는 옷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옷의 느낌이 딱 그런 방향이기 때문이에요. 치즈 버거로 비유하면 더 쉽습니다. 좋은 패티·치즈·빵만 있어도 충분히 맛있고, 여기에 양파처럼 살짝 재미가 더해지면 완성도가 높아지잖아요. 제가 좋아하는 옷도 그렇습니다. 과하게 꾸민 옷보다 베이스는 단단하고, 거기에 적당한 포인트만 들어간 옷을 선호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80–90s Comme des Garçons Homme 같은 브랜드를 자주 다루게 됩니다. 이 브랜드들은 디자인이 과하지 않은데도 분위기가 있고,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 힘이 있어요. 결국 도비가에서 집중하는 카테고리는 화려함보다는 안정적인 멋, 유행보다는 꾸준히 멋있는 옷, 과한 장식보다 기본이 잘 된 옷이라고 생각합니다. 도비가는 그런 취향을 좋아하는 분들이 편하게 들를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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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질문이네요. 앞으로 도비가가 해보고 싶은 시도나 목표가 있다면?
앞으로는 도비가의 취향을 더 또렷하게 보여주는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멋이 남는 옷, 기본이 탄탄하고 적당한 재미가 있는 옷들을 소개하고 싶고 또 하나는 도비가만의 작은 아이템을 직접 만들어보는 것입니다. 옷, 액세서리, 혹은 아주 사소한 물건이라도 “아, 이건 도비가 같다”라고 느껴지는 제품을 만들어 소개해 보고 싶어요.
그리고 의미 있는 브랜드나 공간과의 협업, 작지만 인상적인 팝업 형태의 전시 등 도비가의 취향을 더 직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시도들도 계속 생각하고 있습니다. 크게 거창한 목표라기보다는, 비슷한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편안한 놀이터처럼 만들어가는 것이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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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정민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정돈된 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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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릿・스케이트 브랜드의 인기는 시대의 흐름과 함께 크게 요동칩니다. 모두가 동경하던 로고와 스타일이 어느 순간 외면받기도 하고, 한동안 잊힌 듯 보이던 브랜드가 다시 멋진 사람들의 옷차림 속에서 되살아나기도 하죠. 흥미로운 점은, 이런 변화가 꼭 브랜드의 드라마틱한 변신 덕분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트렌드의 흐름이 있을 뿐, 브랜드는 제자리에서 자신들의 스타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슈프림 역시 언제나 슈프림이었지만, 최근에는 다수의 대중보다는 마니아틱한 이들에게 집중적으로 소비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브랜드가 가진 본질적인 멋을 꾸준히 탐구하고, 소비하는 이들이죠.
마포구 합정동의 ‘도비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초기 정체성이 뚜렷하던 올드 슈프림부터 황금기의 아카이브, 그리고 최근 시즌 아이템까지. 특정 시기에 치우치지 않고 ‘슈프림이라는 브랜드 그 자체’에 주목하며 큐레이션을 이어가는 샵입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비교적 생소한 ‘올드 슈프림’의 매력은 무엇인지, 그리고 슈프림의 변하지 않는 가치는 무엇인지 도비가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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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분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도비가(DOBBYGA)입니다. 도비가는 슈프림과 스투시를 중심으로 80-90년대 꼼데가르송 옴므, 스톤아일랜드, C.P 컴퍼니 등의 제품들을 소개하고 있어요. 많은 브랜드를 다루는 것은 아니지만, 적은 브랜드 안에서도 결이 뚜렷한 제품들을 선별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다른 빈티지샵에서 보기 어려운 올드 슈프림 제품들이 많이 있어요. 올드 슈프림만의 매력을 느끼는 특정 시기가 있나요?
브랜드 초창기인 1994년부터 지금까지 각 시기마다 특유의 매력이 있기 때문에, 특정 시기만을 골라 좋아한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려운데요. 초창기에는 아메리칸 캐주얼을 바탕으로 해 투박함 속에서 돋보이는 멋진 분위기가 있었고, 2000년대 초반에는 서브컬처를 기반으로 반항적인 감성이 가장 강하게 드러났습니다. 2010년대 초반부터는 빈티지·워크웨어를 재해석한 시즌들이 흥미로웠고, 중반부터는 루이비통과의 협업 등 글로벌 브랜드로 확장되는 흐름이 재미있었죠. 그래서 한 시기를 꼽기보다는, 각 시기마다 담긴 맥락 자체가 슈프림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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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슈프림을 소개하실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입어도 이쁜 옷인가’입니다. 단순히 오래돼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그리고 미래에도 통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거기에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90년대–2000년대 초반 영화와 서브컬처에서 보여지던 무드가 담겨있는지, 그리고 초창기 슈프림 특유의 아메리칸 캐주얼을 기반으로 한 안정적인 디자인에 스트릿의 요소가 담겨있는지도 중요해요. 시대를 넘어설 수 있는, 기본기가 좋은 제품들이 결국 제 취향입니다.
© 논라벨 매거진
매장에 올드 슈프림 제품과 함께 최근에 발매된 제품들도 소개하고 계신데요. 대표님이 생각하는 올드 시즌의 제품과 현재 출시되는 제품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슈프림은 스트릿·스케이트 브랜드이지만, 그 뿌리는 아메리칸 아메리칸 캐주얼에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올드 슈프림은 기본에 충실한 디자인, 미제 특유의 투박함, 그리고 과감한 그래픽이 어우러져 초기의 ‘날 것 같은 힘’이 느껴지는 것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
그렇다고 최근 제품이 나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오히려 시대에 맞는 슈프림이라고 생각해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면서 안정적이고, 다양한 협업을 통해 디자인적 실험과 패션 브랜드로서의 면모도 한층 강화되었다고 느낍니다. 다만 초창기에 보였던 거칠고 반항적인 분위기, 투박하면서도 멋있는 그 쿨한 멋은 지금은 쉽게 나오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 논라벨 매거진
시대에 맞게 달라지는 모습들이 있지만, 반대로 오랜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슈프림의 ‘코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결국 ‘정돈된 쿨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쿨함은 하나의 특징이 아니라, 슈프림이 지닌 여러 분위기와 태도가 함께 만들어낸 결과예요. 가장 큰 바탕은 뉴욕 다운타운 문화입니다. 스케이트보드, 힙합, 그래피티처럼 거리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문화에서 시작한 브랜드라 힘을 주지 않아도 멋있는, 그 특유의 분위기가 슈프림의 출발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초창기 슈프림은 다른 브랜드의 이미지나 로고를 가져와 자기 식으로 비틀어서 쓰는, 조금 반항적인 느낌이 강했어요. 박스 로고가 예술가 Barbara Kruger의 스타일을 참고한 것도 그런 흐름 중 하나죠. 가끔은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기도 하고요. 이러한 ‘기성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태도’가 슈프림만의 매력을 만들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건 슈프림이 가진 ‘깔끔함’이에요. 다른 스케이트 브랜드들은 그래픽이 거칠거나 색이 많이 섞여서 산만해 보일 때도 있지만, Supreme은 기본이 되는 옷의 형태가 단순하고 안정적이기 때문에 요란한 그래픽을 써도 지저분해 보이지 않고, 심플한 디자인은 오히려 더 깔끔하게 빛나요. 거리 문화의 자유로운 분위기, 초기의 반항적인 감성, 깔끔한 기본 디자인, 정돈된 그래픽과 색감 이 모든 것들이 자연스럽게 합쳐져 ‘정돈된 쿨함’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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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까지만 해도 슈프림이 스트릿 패션의 중심에 있었지만, 최근에는 관심이 다소 줄어든 것으로 보여요. 심지어 부정적으로 표현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변화된 인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런 인식의 변화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생각합니다. 브랜드가 커지고 접근성이 좋아졌기에, 예전처럼 소수만 즐기던 나만의 것이라는 생각, ‘힙한 느낌’이라는 게 사라지기 마련이니까요. 오히려 저는 더 멋지게 슈프림을 소비하는 분들이 많아졌다고 느낍니다. 소비층과 소비 방식이 다양해진 만큼, 그에 따라 슈프림의 제품군도 다양하다 생각합니다. 각자의 무드대로 즐기면 되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서로 존중은 못하더라도 불필요한 비난은 없어졌으면 합니다.
일본에는 오지슈프림(オジシュプリ)이라는 표현이 있어요. 비하적 의미가 아니라, 90~00년대 전성기를 직접 겪은 슈프림을 즐기는 세대를 가리키는 말이에요. 일본 스트릿 씬에서는 오히려 친근하고 존중받는 카테고리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저는 슈프림을 즐기는 데 어떤 제한도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게 슈프림은 디아블로나 플스 시절 게임처럼 어린 시절의 세계관과 추억이 담긴 문화적 상징일 수 있으니까요. 각자의 방식대로 자연스럽게 즐기면 되는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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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슈프림 외에 도비가가 집중해서 다루는 카테고리가 있다면?
올드 슈프림 말고도 저는 기본이 좋은 옷,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멋이 남는 옷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옷의 느낌이 딱 그런 방향이기 때문이에요. 치즈 버거로 비유하면 더 쉽습니다. 좋은 패티·치즈·빵만 있어도 충분히 맛있고, 여기에 양파처럼 살짝 재미가 더해지면 완성도가 높아지잖아요. 제가 좋아하는 옷도 그렇습니다. 과하게 꾸민 옷보다 베이스는 단단하고, 거기에 적당한 포인트만 들어간 옷을 선호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80–90s Comme des Garçons Homme 같은 브랜드를 자주 다루게 됩니다. 이 브랜드들은 디자인이 과하지 않은데도 분위기가 있고,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 힘이 있어요. 결국 도비가에서 집중하는 카테고리는 화려함보다는 안정적인 멋, 유행보다는 꾸준히 멋있는 옷, 과한 장식보다 기본이 잘 된 옷이라고 생각합니다. 도비가는 그런 취향을 좋아하는 분들이 편하게 들를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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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질문이네요. 앞으로 도비가가 해보고 싶은 시도나 목표가 있다면?
앞으로는 도비가의 취향을 더 또렷하게 보여주는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멋이 남는 옷, 기본이 탄탄하고 적당한 재미가 있는 옷들을 소개하고 싶고 또 하나는 도비가만의 작은 아이템을 직접 만들어보는 것입니다. 옷, 액세서리, 혹은 아주 사소한 물건이라도 “아, 이건 도비가 같다”라고 느껴지는 제품을 만들어 소개해 보고 싶어요.
그리고 의미 있는 브랜드나 공간과의 협업, 작지만 인상적인 팝업 형태의 전시 등 도비가의 취향을 더 직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시도들도 계속 생각하고 있습니다. 크게 거창한 목표라기보다는, 비슷한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편안한 놀이터처럼 만들어가는 것이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입니다.
© 논라벨 매거진
Editor: 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