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라는 직업에 깃든 시선에 질문을 던지는 그들의 방식

© 논라벨 매거진
‘청소를 직업으로 삼는 사람’은 어떤 시선을 받고 있을까요?
누구나 필요로 하지만, 정작 ‘직업’으로 마주할 때는 망설이게 되는 일. 청소라는 일을 둘러싼 낡은 인식 속에서 세 명의 청년이 직접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는 무시했던 그 일에 자부심을 입히고, 존중의 언어로 풀어낸 이들의 이야기는 영상 콘텐츠를 넘어, 옷이 되어 세상에 나왔습니다. 청소부를 위한 브랜드답게 론칭 또한 ‘국제청소위생박람회’에서 이루어졌죠.
청소를 통해 삶을 가꾸고, 콘텐츠로 시선을 바꾸며, 태도의 변화를 통해 메시지를 던지는 세 사람. ‘무시 프로젝트’의 ‘청소의 고수’, ‘투명한 남자’, ‘클리닝 버디’를 만나봤습니다.

© 무시 프로젝트
안녕하세요. 논라벨 매거진 독자분들께 소개 부탁드립니다.
청소의 고수 : 안녕하세요. 울산에서 청소업체를 운영하는 ‘청소의 고수’ 김은민입니다.
투명한 남자 : 반갑습니다. 저는 울산에서 유리창 청소를 하고, 그 과정을 콘텐츠로 기록하고 있는 ‘투명한 남자’ 강병삼입니다.
클리닝버디 : 안녕하세요. 경주에서 청소 사업을 하고 있는 ‘클리닝버디’ 최재용입니다. 무시 프로젝트의 제품개발 및 생산 파트를 맡고 있습니다.
‘청소’를 직업으로 삼는 것이 아직은 낯설게 느껴지는 분들도 있는 것 같아요.
청소의 고수: 아직도 청소업에 대해 편견을 가진 분들이 많아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처럼 보이지만, 사실 기술과 경험이 필요한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죠.
투명한 남자: 게다가 ‘청소’라고 하면 누군가를 돕는 일, 혹은 단순히 힘든 일 정도로만 생각하는 분들도 많아요. 하지만 저는 이 일을 ‘내가 선택한 하나의 직업’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수많은 기술 중에서도 ‘청소’를 직업으로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클리닝버디’ 최재용 | © 논라벨 매거진
클리닝버디: 원래는 청소를 취미처럼 즐기던 사람이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청소 관련 영상을 보고, 이 일도 다양한 분야가 있고 실제로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이라는 걸 알게 됐죠. 그걸 보면서 ‘내가 잘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고, 도전하게 됐습니다. 혼자 계획하고 실행하는 과정도 제 성향에 잘 맞았고요.
투명한 남자: 정말 많은 분들이 해주시는 질문인데, 거창한 이유는 없었어요. 단순히 빠르게 시작할 수 있었고, 막상 해보니 재미있더라고요. 그 단순한 계기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어요.

‘청소의 고수’ 김은민 | © 논라벨 매거진
청소의 고수 : 처음엔 정말 생계를 위해 시작한 일이었어요. 그런데 다른 분야에서는 주목받지 못했던 제가, 이 업계에서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더라고요. 제가 조금은 특별한 사람처럼 느껴졌어요. 저에게는 새로운 가능성이 열려 있는 블루오션같이 느껴져서 선택했습니다.
‘전문적인 청소’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청소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투명한 남자’ 강병삼 | © 논라벨 매거진
클리닝버디: 저는 원래 집 청소하는 걸 좋아했어요. 그런데 이 일을 직업으로 시작하고 보니, 일상에서의 청소와 전문 청소는 전혀 다르더라고요. 현장에 따라 사용해야 하는 약품도 다르고, 장비에 대한 이해도 필요해요. 청소를 직업으로 하려면 사전에 공부가 필요하고, 무엇보다 경험을 통해 배워야 할 것이 정말 많아요. 저도 아직 배워가는 중입니다. 모르는 게 생기면 검색도 해보고, 팀원들에게 물어보면서 하나씩 알아가고 있어요. 하면 할수록 어렵고, 배울 게 너무 많더라고요.
청소의 고수: 대부분의 분들이 생각하는 청소는 ‘쓸고, 닦는 일’일 거예요. 물론 그것도 청소의 일환이지만, 저희가 하는 일은 훨씬 더 복합적입니다. 고객이 의뢰하시면 오염의 원인을 파악하고, 마감재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적절한 약품과 장비를 선택해 오염을 제거합니다. 그리고 작업 이후엔 고객이 일상에서도 관리할 수 있는 솔루션까지 제공합니다. 현장마다 조건이 달라서, 그에 맞는 맞춤 대응이 중요해요. 이론으로는 배울 수 없는 숙련도와 경험도 꼭 필요하고요.
투명한 남자: 제가 하는 외창 청소 역시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일입니다. 높은 곳에서 작업해야 하다 보니 장비 조작 능력은 물론, 현장마다 다른 구조나 재질에 맞는 작업 방식, 안전 관리, 위생 기준에 대한 이해까지 다 필요해요. 유리 표면에 흠집이 나지 않도록 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써야 하고, 현장에서 예기치 않게 벌어질 수 있는 위험에도 즉각 대응해야 합니다. 이런 노하우가 없으면 작업 시간이 길어지고, 마감재에 대한 하자 발생률도 훨씬 높아지죠.
아직 편견이 꽤 있는 일인 만큼, 일을 하면서 무시 받은 경험도 있으신지 궁금해요.
투명한 남자: 크게 상처받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일상 속에서 흘리듯 던지는 말들이 마음에 남을 때가 있어요. 예전에 유리창을 청소하고 있는데, 옆 가게 사장님이 “그걸 왜 사람을 불러서 해요? 그냥 직접 하지~”라고 하시더라고요. 순간 그 말이 이 일이 ‘별거 아닌 일’처럼 들려서 멈칫했어요. 하지만 그런 말들 덕분에 오히려 더 고민하게 됐어요. ‘이 일이 정말 별거 아닌 걸까? 이 인식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지금의 콘텐츠로 이어졌습니다.
클리닝버디: 저는 평소에 타인의 시선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이라 그런지, 직접적인 무시를 느낀 적은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 것도 어떤 의미에선 ‘무시’일 수 있겠네요. (웃음)
청소의 고수 : 청소부라고 하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불쌍하다거나, 다른 길이 막혀서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전에는 그런 시선들을 많이 신경 썼었는데, 이제는 그런 시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해요. 남들의 시선보다는 저의 태도와 결과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를 경험해 본 사람들은 저희의 가치를 알아봐 주거든요. 그걸 증명해 내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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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 프로젝트’는 어떤 브랜드인가요?
청소의 고수: 무시 프로젝트는 브랜드 이름 그대로 ‘존중받고 싶은 마음’에서 출발한 브랜드입니다. 청소를 업으로 삼고 있는 저희 셋이 함께 만든 캐주얼웨어 브랜드인데요. 현장에서 일하면서 느낀 불편함, 그리고 복장에 대한 중요성을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단순히 청소하는 사람들을 위한 옷이 아니라, 몸을 써서 일하는 모든 이들이 편하고 멋지게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고자 했어요. 현장에서 영감을 받았지만, 그 현장을 벗어나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웨어러블한 디자인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투명한 남자: ‘청소’라는 단어에는 종종 무시의 시선이 따라붙곤 하잖아요. 그 시선에 질문을 던지고 싶었어요. 무시당했던 일, 무시해왔던 감정들, 그리고 그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자 했습니다.




© 무시 프로젝트
‘국제청소위생박람회’에서 무시 프로젝트가 패션 브랜드로 첫 선을 보였어요.
클리닝버디: 패션 브랜드라고 불리게 될 거라 기대치 않고 시작했던 프로젝트라 뭔가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하네요.(웃음) 첫 번째 컬렉션의 테마는 ‘청소부’라는 직업이고, 그들이 현장에서 실제 필요로 할 법한 디테일이나 청소 관련 오브젝트를 위트 있게 풀어냈어요. 저희가 직접 현업에 종사하고 있다 보니, 실용성을 가장 우선으로 고려했죠. 물 작업을 고려한 발수 원단, 손걸레를 걸 수 있는 루프 같은 기능들이 대표적이에요. 또 하나의 특징은 전체적으로 밝은 컬러 톤이라는 점인데요. 보통 현장 일하면 어두운 옷을 입는 게 당연하게 여겨지잖아요. 저희는 그런 틀을 깨고 싶었어요. 그래서 파스텔 계열을 많이 사용했고, 결과물을 보니 잘한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청소의 고수: 저희는 큰 자본으로 시작한 브랜드가 아니다 보니, 일반적인 브랜드처럼 SS, FW로 시즌을 나누진 않아요. 첫 번째 시즌은 저희 직업인 ‘청소부’를 테마로 했고, 이후에는 다른 기술직군도 다뤄볼 계획입니다. 사실 청소부는 공간을 깨끗하게 만드는 사람이지만, 정작 본인은 더럽혀도 되는 옷, 멋과는 거리가 먼 옷을 입는다는 인식이 있잖아요. 그런 고정관념을 바꿔보고 싶었어요. “더러워져도 괜찮아, 세탁하면 되지”라는 마음으로 밝은 컬러를 사용했고, 작업을 마친 뒤에도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옷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투명한 남자: 이번 시즌은 몸으로 겪고 마음으로 느꼈던 시간들을 옷에 담은 시즌이에요. 단순히 유니폼이 아니라, ‘청소하는 사람’의 시선과 태도, 그리고 유쾌하면서도 메시지를 담은 그래픽들로 기획했어요. 무시 프로젝트는 옷을 파는 브랜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무시받던 시간과 시선에 질문을 던지는 브랜드입니다. 누군가에겐 그냥 옷일 수 있지만, 저희에겐 ‘존중받고 싶던 마음’을 표현한 결과물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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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웨어 브랜드를 표방하지만,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청소의 고수: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패션을 전공한 분들 사이에서 워크웨어는 일종의 ‘근본’ 같은 영역이더라고요. 그래서 저희 같은 청소부가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카테고리가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청소부가 옷을 만든다고 했을 때 “티셔츠나 몇 장 만들겠지”라는 시선도 있었고요. 그런 인식 속에서 시작하다 보니, 저희끼리 가장 많이 했던 말이 “깊이 있는 브랜드가 되자”였어요. 단순히 옷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만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습니다.
클리닝버디 : 사실 ‘워크웨어 브랜드’라는 단어를 쓰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국내에서 워크웨어라 하면 조 맥코이,버즈릭슨 같은 일본 브랜드나 미국의 벤 데이비스같이 밀리터리 복각에 기반을 둔 소위 말해 ‘근본’있는 브랜드를 떠올릴 것 같은데 사실 저희가 의도한 건 그게 아니었거든요. 우리가 대단한 장인 정신을 강조할 것도 아니고, 사실은 현장뿐 아니라 어디서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옷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저는 무시프로젝트의 옷을 작업복의 디테일을 딴 캐주얼웨어 정도로 부르고 싶어요. 물론 무시프로젝트의 연차가 쌓일수록 그만큼 브랜드의 깊이감도 쌓이게 될 거고 그렇게 하기 위해 봉제 기법이나 원단의 특성, 히스토리 등에 대해서도 계속 공부를 해나갈 계획입니다.


© 무시 프로젝트
브랜드 외에도 청소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여러 활동을 하고 계신다고요.
청소의 고수 : 저희는 SNS 활동을 꽤 열심히 하고 있어요. 청소를 하는 사람도 이런 멋진 바이브로 멋진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클린 그래피티 같은 프로젝트도 그런 시도의 일환이에요.
투명한 남자 : 일상 브이로그나 직접 영업하는 과정을 담은 영상을 꾸준히 만들고 있어요. 청소라는 일이 단지 생계 수단이 아니라 젊은 사람들이 당당하게 선택하고, 그걸 통해 자신만의 인생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요. 그게 제가 하고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식의 ‘인식 변화’라고 생각해요.
클리닝버디 : 저희는 청소뿐 아니라 모든 현장 노동자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계속 메세지를 던지고 있고, 사람들의 편견들을 바꾸기 위해 ‘우리는 스스로 존중받을 행동을 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지기도 해요. 매너를 갖춘 한 사람으로서 멋진 옷을 입고 흥미로운 본인만의 라이프스타일을 가꾸는 것, 작은 일이지만 본인 삶에 품격을 더할 수 있는 그런 것들을 제시하고 싶어요. 그리고 은민이형(청소의 고수)이 아이디어가 넘쳐나서 조만간 또 재미있는 일을 하지 않을까요.(웃음)
*클린 그래피티: 벽이나 바닥의 오염을 일부러 지워 이미지나 텍스트를 만들어내는 거리 예술의 한 형태. 전체적으로 청소되거나 비가 오면 사라지는 형태로, 일시적인 특성이 있다.
향후 무시 프로젝트로 꼭 해보고 싶은 새로운 시도나 계획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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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의 고수: 예전부터 매거진을 만들고 싶었어요. 왜 기술직 현장 사람들을 위한 잡지는 없을까, 늘 그런 고민을 했거든요. 패션 매거진, 힙합 매거진은 넘쳐나잖아요. 반면 현장의 고충과 재미, 이야기를 담은 매체는 거의 없어요. 그래서 이번 무시 프로젝트를 계기로 그 생각을 천천히 풀어가고 싶습니다. 자극적인 성공담보다는, 일상의 고단함과 사람 냄새가 담긴 이야기를 담고 싶어요. 그래서 이번 논라벨 매거진과의 인터뷰도 저에겐 정말 설레는 일이었습니다. 버킷리스트 하나 이룬 기분이에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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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닝버디: 재미있고 의미 있는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해보고 싶어요. 함께하는 팀원들이 열정적이고 아이디어도 많아서 앞으로 더 다양한 시도들을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제품 관련해서는 저희가 시즌 단위로 꾸준히 컬렉션을 내는 브랜드는 아니지만, 재밌는 컨셉이 떠오르면 언제든 준비해서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일 계획이에요.
세 분의 콘텐츠를 통해 ‘직업으로서의 청소’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분들도 생겼다고 들었습니다. 같은 길을 꿈꾸는 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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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의 고수: 누구나 시작할 수 있지만,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저에겐 블루오션이지만, 누군가에겐 레드오션일 수도 있어요. 결국 본인이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이 업계는 특히 노력에 따른 결과가 아주 솔직하게 드러나는 곳이에요.
투명한 남자: 제가 아무리 유리창 청소에 대해서 많이 알렸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청소’라는 말에 물음표를 붙이는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그 시선을 일일이 바꿀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중요한 건 남들의 눈보다 내가 내 일에 느낌표를 찍을 수 있느냐예요. 그 믿음이 흔들리지 않는다면, 도전해 볼 가치가 충분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클리닝버디 : 제가 한마디 할 입장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이 일을 하면서 만족하는 부분이 많아요. 이 일이 스스로에게 매력적이라고 느껴진다면, 도전하지 않을 이유가 없겠죠. 단순히 청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에게 어떤 만족을 줄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면 더 오래, 더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업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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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정민
'청소'라는 직업에 깃든 시선에 질문을 던지는 그들의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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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를 직업으로 삼는 사람’은 어떤 시선을 받고 있을까요?
누구나 필요로 하지만, 정작 ‘직업’으로 마주할 때는 망설이게 되는 일. 청소라는 일을 둘러싼 낡은 인식 속에서 세 명의 청년이 직접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는 무시했던 그 일에 자부심을 입히고, 존중의 언어로 풀어낸 이들의 이야기는 영상 콘텐츠를 넘어, 옷이 되어 세상에 나왔습니다. 청소부를 위한 브랜드답게 론칭 또한 ‘국제청소위생박람회’에서 이루어졌죠.
청소를 통해 삶을 가꾸고, 콘텐츠로 시선을 바꾸며, 태도의 변화를 통해 메시지를 던지는 세 사람. ‘무시 프로젝트’의 ‘청소의 고수’, ‘투명한 남자’, ‘클리닝 버디’를 만나봤습니다.
© 무시 프로젝트
안녕하세요. 논라벨 매거진 독자분들께 소개 부탁드립니다.
청소의 고수 : 안녕하세요. 울산에서 청소업체를 운영하는 ‘청소의 고수’ 김은민입니다.
투명한 남자 : 반갑습니다. 저는 울산에서 유리창 청소를 하고, 그 과정을 콘텐츠로 기록하고 있는 ‘투명한 남자’ 강병삼입니다.
클리닝버디 : 안녕하세요. 경주에서 청소 사업을 하고 있는 ‘클리닝버디’ 최재용입니다. 무시 프로젝트의 제품개발 및 생산 파트를 맡고 있습니다.
‘청소’를 직업으로 삼는 것이 아직은 낯설게 느껴지는 분들도 있는 것 같아요.
청소의 고수: 아직도 청소업에 대해 편견을 가진 분들이 많아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처럼 보이지만, 사실 기술과 경험이 필요한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죠.
투명한 남자: 게다가 ‘청소’라고 하면 누군가를 돕는 일, 혹은 단순히 힘든 일 정도로만 생각하는 분들도 많아요. 하지만 저는 이 일을 ‘내가 선택한 하나의 직업’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수많은 기술 중에서도 ‘청소’를 직업으로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클리닝버디’ 최재용 | © 논라벨 매거진
클리닝버디: 원래는 청소를 취미처럼 즐기던 사람이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청소 관련 영상을 보고, 이 일도 다양한 분야가 있고 실제로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이라는 걸 알게 됐죠. 그걸 보면서 ‘내가 잘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고, 도전하게 됐습니다. 혼자 계획하고 실행하는 과정도 제 성향에 잘 맞았고요.
투명한 남자: 정말 많은 분들이 해주시는 질문인데, 거창한 이유는 없었어요. 단순히 빠르게 시작할 수 있었고, 막상 해보니 재미있더라고요. 그 단순한 계기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어요.
‘청소의 고수’ 김은민 | © 논라벨 매거진
청소의 고수 : 처음엔 정말 생계를 위해 시작한 일이었어요. 그런데 다른 분야에서는 주목받지 못했던 제가, 이 업계에서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더라고요. 제가 조금은 특별한 사람처럼 느껴졌어요. 저에게는 새로운 가능성이 열려 있는 블루오션같이 느껴져서 선택했습니다.
‘전문적인 청소’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청소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투명한 남자’ 강병삼 | © 논라벨 매거진
클리닝버디: 저는 원래 집 청소하는 걸 좋아했어요. 그런데 이 일을 직업으로 시작하고 보니, 일상에서의 청소와 전문 청소는 전혀 다르더라고요. 현장에 따라 사용해야 하는 약품도 다르고, 장비에 대한 이해도 필요해요. 청소를 직업으로 하려면 사전에 공부가 필요하고, 무엇보다 경험을 통해 배워야 할 것이 정말 많아요. 저도 아직 배워가는 중입니다. 모르는 게 생기면 검색도 해보고, 팀원들에게 물어보면서 하나씩 알아가고 있어요. 하면 할수록 어렵고, 배울 게 너무 많더라고요.
청소의 고수: 대부분의 분들이 생각하는 청소는 ‘쓸고, 닦는 일’일 거예요. 물론 그것도 청소의 일환이지만, 저희가 하는 일은 훨씬 더 복합적입니다. 고객이 의뢰하시면 오염의 원인을 파악하고, 마감재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적절한 약품과 장비를 선택해 오염을 제거합니다. 그리고 작업 이후엔 고객이 일상에서도 관리할 수 있는 솔루션까지 제공합니다. 현장마다 조건이 달라서, 그에 맞는 맞춤 대응이 중요해요. 이론으로는 배울 수 없는 숙련도와 경험도 꼭 필요하고요.
투명한 남자: 제가 하는 외창 청소 역시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일입니다. 높은 곳에서 작업해야 하다 보니 장비 조작 능력은 물론, 현장마다 다른 구조나 재질에 맞는 작업 방식, 안전 관리, 위생 기준에 대한 이해까지 다 필요해요. 유리 표면에 흠집이 나지 않도록 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써야 하고, 현장에서 예기치 않게 벌어질 수 있는 위험에도 즉각 대응해야 합니다. 이런 노하우가 없으면 작업 시간이 길어지고, 마감재에 대한 하자 발생률도 훨씬 높아지죠.
아직 편견이 꽤 있는 일인 만큼, 일을 하면서 무시 받은 경험도 있으신지 궁금해요.
투명한 남자: 크게 상처받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일상 속에서 흘리듯 던지는 말들이 마음에 남을 때가 있어요. 예전에 유리창을 청소하고 있는데, 옆 가게 사장님이 “그걸 왜 사람을 불러서 해요? 그냥 직접 하지~”라고 하시더라고요. 순간 그 말이 이 일이 ‘별거 아닌 일’처럼 들려서 멈칫했어요. 하지만 그런 말들 덕분에 오히려 더 고민하게 됐어요. ‘이 일이 정말 별거 아닌 걸까? 이 인식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지금의 콘텐츠로 이어졌습니다.
클리닝버디: 저는 평소에 타인의 시선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이라 그런지, 직접적인 무시를 느낀 적은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 것도 어떤 의미에선 ‘무시’일 수 있겠네요. (웃음)
청소의 고수 : 청소부라고 하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불쌍하다거나, 다른 길이 막혀서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전에는 그런 시선들을 많이 신경 썼었는데, 이제는 그런 시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해요. 남들의 시선보다는 저의 태도와 결과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를 경험해 본 사람들은 저희의 가치를 알아봐 주거든요. 그걸 증명해 내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논라벨 매거진
‘무시 프로젝트’는 어떤 브랜드인가요?
청소의 고수: 무시 프로젝트는 브랜드 이름 그대로 ‘존중받고 싶은 마음’에서 출발한 브랜드입니다. 청소를 업으로 삼고 있는 저희 셋이 함께 만든 캐주얼웨어 브랜드인데요. 현장에서 일하면서 느낀 불편함, 그리고 복장에 대한 중요성을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단순히 청소하는 사람들을 위한 옷이 아니라, 몸을 써서 일하는 모든 이들이 편하고 멋지게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고자 했어요. 현장에서 영감을 받았지만, 그 현장을 벗어나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웨어러블한 디자인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투명한 남자: ‘청소’라는 단어에는 종종 무시의 시선이 따라붙곤 하잖아요. 그 시선에 질문을 던지고 싶었어요. 무시당했던 일, 무시해왔던 감정들, 그리고 그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자 했습니다.
© 무시 프로젝트
‘국제청소위생박람회’에서 무시 프로젝트가 패션 브랜드로 첫 선을 보였어요.
클리닝버디: 패션 브랜드라고 불리게 될 거라 기대치 않고 시작했던 프로젝트라 뭔가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하네요.(웃음) 첫 번째 컬렉션의 테마는 ‘청소부’라는 직업이고, 그들이 현장에서 실제 필요로 할 법한 디테일이나 청소 관련 오브젝트를 위트 있게 풀어냈어요. 저희가 직접 현업에 종사하고 있다 보니, 실용성을 가장 우선으로 고려했죠. 물 작업을 고려한 발수 원단, 손걸레를 걸 수 있는 루프 같은 기능들이 대표적이에요. 또 하나의 특징은 전체적으로 밝은 컬러 톤이라는 점인데요. 보통 현장 일하면 어두운 옷을 입는 게 당연하게 여겨지잖아요. 저희는 그런 틀을 깨고 싶었어요. 그래서 파스텔 계열을 많이 사용했고, 결과물을 보니 잘한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청소의 고수: 저희는 큰 자본으로 시작한 브랜드가 아니다 보니, 일반적인 브랜드처럼 SS, FW로 시즌을 나누진 않아요. 첫 번째 시즌은 저희 직업인 ‘청소부’를 테마로 했고, 이후에는 다른 기술직군도 다뤄볼 계획입니다. 사실 청소부는 공간을 깨끗하게 만드는 사람이지만, 정작 본인은 더럽혀도 되는 옷, 멋과는 거리가 먼 옷을 입는다는 인식이 있잖아요. 그런 고정관념을 바꿔보고 싶었어요. “더러워져도 괜찮아, 세탁하면 되지”라는 마음으로 밝은 컬러를 사용했고, 작업을 마친 뒤에도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옷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투명한 남자: 이번 시즌은 몸으로 겪고 마음으로 느꼈던 시간들을 옷에 담은 시즌이에요. 단순히 유니폼이 아니라, ‘청소하는 사람’의 시선과 태도, 그리고 유쾌하면서도 메시지를 담은 그래픽들로 기획했어요. 무시 프로젝트는 옷을 파는 브랜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무시받던 시간과 시선에 질문을 던지는 브랜드입니다. 누군가에겐 그냥 옷일 수 있지만, 저희에겐 ‘존중받고 싶던 마음’을 표현한 결과물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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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웨어 브랜드를 표방하지만,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청소의 고수: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패션을 전공한 분들 사이에서 워크웨어는 일종의 ‘근본’ 같은 영역이더라고요. 그래서 저희 같은 청소부가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카테고리가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청소부가 옷을 만든다고 했을 때 “티셔츠나 몇 장 만들겠지”라는 시선도 있었고요. 그런 인식 속에서 시작하다 보니, 저희끼리 가장 많이 했던 말이 “깊이 있는 브랜드가 되자”였어요. 단순히 옷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만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습니다.
클리닝버디 : 사실 ‘워크웨어 브랜드’라는 단어를 쓰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국내에서 워크웨어라 하면 조 맥코이,버즈릭슨 같은 일본 브랜드나 미국의 벤 데이비스같이 밀리터리 복각에 기반을 둔 소위 말해 ‘근본’있는 브랜드를 떠올릴 것 같은데 사실 저희가 의도한 건 그게 아니었거든요. 우리가 대단한 장인 정신을 강조할 것도 아니고, 사실은 현장뿐 아니라 어디서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옷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저는 무시프로젝트의 옷을 작업복의 디테일을 딴 캐주얼웨어 정도로 부르고 싶어요. 물론 무시프로젝트의 연차가 쌓일수록 그만큼 브랜드의 깊이감도 쌓이게 될 거고 그렇게 하기 위해 봉제 기법이나 원단의 특성, 히스토리 등에 대해서도 계속 공부를 해나갈 계획입니다.
© 무시 프로젝트
브랜드 외에도 청소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여러 활동을 하고 계신다고요.
청소의 고수 : 저희는 SNS 활동을 꽤 열심히 하고 있어요. 청소를 하는 사람도 이런 멋진 바이브로 멋진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클린 그래피티 같은 프로젝트도 그런 시도의 일환이에요.
투명한 남자 : 일상 브이로그나 직접 영업하는 과정을 담은 영상을 꾸준히 만들고 있어요. 청소라는 일이 단지 생계 수단이 아니라 젊은 사람들이 당당하게 선택하고, 그걸 통해 자신만의 인생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요. 그게 제가 하고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식의 ‘인식 변화’라고 생각해요.
클리닝버디 : 저희는 청소뿐 아니라 모든 현장 노동자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계속 메세지를 던지고 있고, 사람들의 편견들을 바꾸기 위해 ‘우리는 스스로 존중받을 행동을 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지기도 해요. 매너를 갖춘 한 사람으로서 멋진 옷을 입고 흥미로운 본인만의 라이프스타일을 가꾸는 것, 작은 일이지만 본인 삶에 품격을 더할 수 있는 그런 것들을 제시하고 싶어요. 그리고 은민이형(청소의 고수)이 아이디어가 넘쳐나서 조만간 또 재미있는 일을 하지 않을까요.(웃음)
*클린 그래피티: 벽이나 바닥의 오염을 일부러 지워 이미지나 텍스트를 만들어내는 거리 예술의 한 형태. 전체적으로 청소되거나 비가 오면 사라지는 형태로, 일시적인 특성이 있다.
향후 무시 프로젝트로 꼭 해보고 싶은 새로운 시도나 계획이 있을까요?
© 논라벨 매거진
청소의 고수: 예전부터 매거진을 만들고 싶었어요. 왜 기술직 현장 사람들을 위한 잡지는 없을까, 늘 그런 고민을 했거든요. 패션 매거진, 힙합 매거진은 넘쳐나잖아요. 반면 현장의 고충과 재미, 이야기를 담은 매체는 거의 없어요. 그래서 이번 무시 프로젝트를 계기로 그 생각을 천천히 풀어가고 싶습니다. 자극적인 성공담보다는, 일상의 고단함과 사람 냄새가 담긴 이야기를 담고 싶어요. 그래서 이번 논라벨 매거진과의 인터뷰도 저에겐 정말 설레는 일이었습니다. 버킷리스트 하나 이룬 기분이에요. (웃음)
© 논라벨 매거진
클리닝버디: 재미있고 의미 있는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해보고 싶어요. 함께하는 팀원들이 열정적이고 아이디어도 많아서 앞으로 더 다양한 시도들을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제품 관련해서는 저희가 시즌 단위로 꾸준히 컬렉션을 내는 브랜드는 아니지만, 재밌는 컨셉이 떠오르면 언제든 준비해서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일 계획이에요.
세 분의 콘텐츠를 통해 ‘직업으로서의 청소’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분들도 생겼다고 들었습니다. 같은 길을 꿈꾸는 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 논라벨 매거진
청소의 고수: 누구나 시작할 수 있지만,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저에겐 블루오션이지만, 누군가에겐 레드오션일 수도 있어요. 결국 본인이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이 업계는 특히 노력에 따른 결과가 아주 솔직하게 드러나는 곳이에요.
투명한 남자: 제가 아무리 유리창 청소에 대해서 많이 알렸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청소’라는 말에 물음표를 붙이는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그 시선을 일일이 바꿀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중요한 건 남들의 눈보다 내가 내 일에 느낌표를 찍을 수 있느냐예요. 그 믿음이 흔들리지 않는다면, 도전해 볼 가치가 충분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클리닝버디 : 제가 한마디 할 입장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이 일을 하면서 만족하는 부분이 많아요. 이 일이 스스로에게 매력적이라고 느껴진다면, 도전하지 않을 이유가 없겠죠. 단순히 청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에게 어떤 만족을 줄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면 더 오래, 더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업이 될 거예요.
© 논라벨 매거진
Editor: 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