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나의 언어, AI는 나의 도구”, IAMHAY 인터뷰

2025-05-13

창작자로서의 자의식과 진심이 담긴, 전하윤 작가의 작업 세계



© 논라벨 매거진


예술과 인공지능의 결합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이 존재하는 가운데, 인공지능을 창작의 도구로 적극 활용하며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펼쳐나가는 작가 iamhay 님을 만났습니다. 그녀는 연작을 통해 꾸준히 새로운 작업을 선보이며, 기술을 예술적으로 해석하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죠.


스스로를 ‘맥시멀리스트’라 소개하는 그녀는, 취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작업 공간에서 인공지능을 통해 어떻게 창작의 경계를 확장해나가는지 들려주었는데요. 이번 인터뷰를 통해 예술과 기술이 만나는 흥미로운 접점, 그리고 그 안에서 피어나는 개성 있는 창작의 이야기를 함께 나눠보았습니다.




© iamhay

© 논라벨 매거진


안녕하세요.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사진을 언어로 다양한 창작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전하윤입니다. 필명은 인스타그램 아이디와 동일하게 ‘iamhay’를 쓰고 있어요. 만나서 반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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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라는 매체가 작가님께 어떤 의미를 갖는지 궁금합니다.

Photography is my everything! 다소 진부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정말 저의 전부예요. 저는 사진을 오래도록 짝사랑해왔어요. 대학 시절 전공은 제품 디자인이었지만, 정작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쏟은 건 사진이었거든요. 그래서 졸업 후 자연스럽게 사진 작업을 이어가게 되었고요. 정식으로 사진을 전공하진 않았기에 ‘짝사랑 기간이 길었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시기엔 ‘앞으로 내가 뭘 하고 싶은지’와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사이에서 꽤 갈팡질팡했죠.


그럼에도 사진을 계속 해봐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뒤부터는 내면적으로 많이 단단해졌어요. 전업 작가가 되겠다고 선언한 이후엔 혹시 ‘내가 진짜로 작업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니면 어떡하지?’라는 걱정도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불안이 전혀 없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작업을 하면 할수록 사진이 더 좋아지니까요. 소망이 있다면, 앞으로도 더 많은 사진을 제 이름 아래 수집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역시나 맥시멀리스트다운 소망이죠?


지금까지 작업하신 작품 중 대표작을 소개해 주세요.

© iamhay


지금 시점에서 하나만 꼽자면, 저의 첫 인공지능 사진 연작인 </imagine prompt: a swimming pool for artist>를 소개하고 싶어요. 2023년에 제작된 이 시리즈는 인공지능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인 미드저니(Midjourney)를 통해 완성한 작업입니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예술가들을 위한 사적인 수영장’이라는 이미지를 AI에 명령해 생성했고, 그 결과물로 총 103점의 이미지를 수집할 수 있었어요.


이 연작에는 사진작가뿐 아니라 영화감독, 건축가, 제품 디자이너, 패션 디자이너, 화가 등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가 평소에 좋아하거나 개성이 뚜렷하다고 느낀 인물들인데요, 동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들도 있고, 이미 세상을 떠난 이들도 있어요. 이 작업을 계기로 저는 ‘/imagine prompt’라는 제목을 붙인 다양한 인공지능 사진 연작을 이어가고 있고, 지금까지 10개가 넘는 시리즈를 완성했습니다. 모든 작품은 개인 웹사이트에서 온라인으로 감상하실 수 있고, 책으로도 출간했습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작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 논라벨 매거진


그동안 ‘AI로 만든 이미지가 과연 창작물로 인정받을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를 지켜보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저도 한 번 직접 시도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미드저니를 가볍게 사용해봤죠. 그런데 그 결과가 생각보다 훨씬 충격적이었어요. 이미지 퀄리티가 기대 이상이었거든요.


당시 저는 ‘Birthday Brothers’라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는데요. 생일이 같은 인물들을 찾아서 포트레이트로 기록하는 작업이었어요. 본격적으로 인물 사진을 촬영해보는 첫 시도였던 만큼 어려움도 많았고, 고민도 깊어지던 시점이었습니다. 그런데 인공지능은 제가 고심하며 작업하던 이미지를 몇 초 만에, 그것도 훨씬 높은 품질로 생성해내더라고요. 물론, 전 세계의 프로 사진가들이 찍은 이미지를 학습하고 다양한 스타일을 모방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겠지만, 직접 경험하니 그 가능성이 굉장히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작업의 프로세스도 궁금한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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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주제를 잡을 때는 ‘현실에서 카메라로는 담을 수 없는 피사체’가 무엇일지 고민했어요. 현실에서 직접 방문하거나 촬영할 수 없는 장소를 상상해보고 싶었고, 그래서 미드저니를 활용하게 되었죠. 앉아서 명령만으로 이미지를 수집할 수 있다는 점이 무척 재미있었고, 덕분에 3일 밤을 새며 몰입해서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수많은 이미지를 생성했고, 순식간에 연작이 완성됐어요.


이미지를 다 수집한 이후에는 실제 사진 작업과 마찬가지로 선별 과정을 거칩니다. 어떤 이미지를 연작 안에 포함시킬지, 어떤 이미지는 제외할지를 신중하게 판단하는 방식이죠.


그렇다면 인공지능을 활용한 작업도 결국 하나의 작품으로 볼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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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실제로 인공지능으로 만든 결과물이 전통적인 사진 작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느꼈어요. 셔터를 직접 누르진 않지만, 여전히 창작의 주체는 저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인식이 저에게 미드저니를 창작 도구로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된 계기가 되었고요.


완성된 작품을 통해 제가 느낀 창작자로서의 실감이나 고민, 기대 같은 것들이 자연스럽게 전달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어요.


업계에서는 인공지능을 두고 부정적인 시선이 존재하는데, 작가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논라벨 매거진


맞아요. 현재도 업계 안팎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이 많이 존재합니다. 저 역시 인공지능을 무조건적으로 옹호하거나 환영하려는 건 아니에요. 다만 AI 기술로 인해 예술계가 다시 한번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 지금, 작가로서의 저는 조금 더 열린 태도를 유지하고 싶어요.


기존의 전통 회화 시장에서 오랫동안 멸시당했던, 어쩌면 지금도 멸시당하고 있는 ‘사진’이라는 매체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그런 태도는 더더욱 필요하다고 느끼고요.


작가님에게 영감을 주는 요소는 주로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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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논라벨 매거진 에디터님과 만났을 때, 제 작품을 보고 “작품마다 전부 다른 사람의 작업 같아요. 그만큼 스타일이 다양하네요”라고 하셨던 게 기억에 남아요. 실제로 저 역시 특정한 방식이나 테마에만 국한되지 않고, 그때그때 다른 공간과 순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영감을 받곤 합니다.


하지만 그 모든 영감의 바탕에는 항상 같은 질문이 있어요. “나는 어떤 세상을 보고 싶은가?” 저는 그 질문을 기준으로 작업을 완성해나갑니다. 오늘 어떤 음식을 먹고 싶은지, 어떤 옷을 입고 싶은지 같은 소소한 관심부터, 앞으로 어떤 태도로 살아가고 싶은지 같은 큰 고민까지요. 그런 성향 덕분에, 제가 하는 거의 모든 생각과 호기심이 자연스럽게 작업으로 이어지곤 해요. 물론 사진이라는 매체를 다루는 만큼 시의성을 반영하는 경우도 있지만요. 어쩌면 이 모든 말이 다소 자의식 과잉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저는 작가라는 직업 자체가 강한 자아를 전제로 한다고 생각해요.


작업 공간도 인상적이에요. 이 공간은 작가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 논라벨 매거진


저는 누군가가 제 작품을 좋아해주길 바라는 만큼, 저 역시 이미 많은 사람들의 팬이에요. 제 작업실은 사진집, LP, 피규어,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 제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워져 있어요. 맥시멀리스트답게 어느 정도 물건이 꽉 차 있어야 오히려 안정감을 느끼는 편이죠. 친구들은 이 공간이 마치 소품 숍 같다고들 해요.


작업실은 본래 저의 창작을 위한 공간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은 다른 창작자들의 결과물로 채워져 있어요. 작업 중 잠시 쉬고 싶을 때, 모니터에서 눈을 떼면 제 작업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멋진 작업이 보이는 게 좋아요. 여유가 있을 때는 컬렉션을 하나하나 닦고 정리하면서 힐링하곤 합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제 작업 공간을 조금이나마 공개할 수 있어서 기쁘네요!


작업을 통해 궁극적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 논라벨 매거진


관객에게 어떤 편향된 메시지를 주입하고 싶진 않아요. 앞서 말씀드렸듯, 제가 사진이라는 매체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주관과 객관을 동시에 담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TMI일 수도 있지만, 이런 이유로 저도 한동안 매거진 에디터로 활동한 적이 있어요. 텍스트 기반 매체 중에서도 기사라는 형식은 객관적인 정보를 기반으로 약간의 주관을 덧입히는 방식이잖아요. 사진 작업을 통해서도 ‘이런 것들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여기 있다’는 메시지를 조심스럽게 전달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가 제안하는 아름다움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진다면, 그것만큼 기쁜 일도 없겠죠.


앞으로 창작자로서 나아가려는 방향이 있다면?

© 논라벨 매거진


가만히 있질 못하는 성격 덕분에, 또 인공지능이라는 도구 덕분에 생각보다 많은 작업을 벌써 만들어냈어요. 아직 걸어야 할 길이 훨씬 많지만요. 그래서 단기적으로는 지금까지 완성된 작품들을 더 많은 분들께 소개하고 싶습니다. 아무리 좋은 작업이라도 향유하는 이가 없다면 의미가 없으니까요. 이 인터뷰를 통해 저를 알게 되신 분들이 계시다면, 제 개인 웹사이트에 들러 온라인으로 사진을 감상해 주시면 정말 감사할 것 같아요.


장기적으로는 다작(多作)하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어릴 적엔 과작(寡作)하더라도 한 작품 한 작품에 강렬한 개성을 담고, 매번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아티스트가 더 멋져 보였어요. 부럽기도 했고요. 그런데 작업을 계속 이어가다 보니 제 방향은 자연스럽게 달라졌습니다. 사진이라는 매체 안팎에서 경계를 넘나들며 더 다양한 작업을 하고 싶고, 보는 사람마다 ‘좋아하는 작품’이 전부 다른 작가가 되고 싶어요.



Editor : 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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