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의 여정과 현재의 고민, 앞으로의 꿈까지

© 구미래
빈티지와 중고 거래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요즘, 2~3개월마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플리마켓이 있습니다. 단순히 ‘재미있게 해보자’는 마음으로 작게 시작됐던 이 마켓은, 어느덧 5년의 시간을 거쳐 수십 팀의 셀러들이 참여하는 대형 플리마켓으로 성장했는데요.
각자의 방식으로 이 씬을 만들어 온 두 호스트, 수박 빈티지의 김정열 대표와 배드포드 브루클린의 김신호 대표를 제34회 구미래 플리마켓에서 만났습니다. 구미래가 자리 잡기까지의 과정부터 현재의 고민, 그리고 앞으로의 꿈까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수박 빈티지 김정열 대표, 배드포드 브루클린 김신호 대표 | © 논라벨 매거진
안녕하세요. ‘구미래 플리마켓’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정열: 구미래는 빈티지를 중심으로 모든 물건을 팔 수 있는 플리마켓이에요. 5년 전에 신호와 함께 “재밌는 거 한번 해보자”했던 것이 시작이었고, 수박 빈티지, 배드포드 브루클린, 파인애플사우나, 너드개러지 네 팀이 모여서 작게 플리마켓을 열면서 시작됐어요.
구미래처럼 국내에서 정기적으로 열리는 대규모 플리마켓은 찾아보기 어려웠던 것 같아요.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정열: 미국 LA의 ‘로즈볼 플리마켓’이나 독일 베를린의 ‘마우어 파크’, 프랑스 파리의 ‘방브’, 일본의 ‘후루기’, ‘도쿄 시티’ 등 해외에는 정기적으로 열리는 대규모 플리마켓이 있거든요. 우리나라엔 그런 게 없어서, 저희도 그런 걸 목표로 꿈꾸면서 시작했어요.
신호: 사실 거창한 이유보다는, 저희는 그냥 하고 싶은 게 있어서 ‘해보자’하면 뭐든 캐주얼하게 시작해 보는 편이에요. 재밌어서 꾸준히 하다 보니까 어느새 5년이 된 거고,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되어있네요.

수박 빈티지 김정열 대표, 배드포드 브루클린 김신호 대표 | © 논라벨 매거진
정기적으로 구미래 플리마켓이 열리니, 빈티지를 친숙하게 느끼는 사람들도 많아진 것 같아요.
정열: 그쵸. 저희가 ‘씬에 기여한다’나 ‘문화에 기여하겠다’라는 걸 생각하고 시작한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빈티지 문화가 대중들에게 친숙해지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신호: 거창한 목표를 가지고 하고 있는 건 아닌데, 그냥 ‘즐겁게 하다 보면 사람들이 알아주겠지’라는 생각은 있는 것 같아요. 매번 플리마켓을 열 때마다 와주시는 분들도 감사하지만, 저희는 늘 같이 참여해 주는 셀러 분들에게 감사드리고 있거든요. 5년 동안 함께 하셨던 분들이 계속 같이 하는 경우가 많아요. 진정성을 알아주는 것 같아서 감사한 마음이 있어요.

© 구미래
현재 두 번째 플리마켓을 진행하고 있는 EQL 성수와 더불어 PLATZ2, 에스팩토리, 더현대 까지. 핫하고 사람이 많이 모인다는 곳은 모두 섭렵하신 것 같아요. 플리마켓 장소를 정하는 데에 있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있다면?
신호: 우선 저희는 먼저 불러주시면 갑니다. 저희가 1년 차 때 했던 곳이 부산에 있는 ‘딥슬립커피’라는 작은 공간이었거든요. 그때만 해도 되게 소박하게 운영했어요. 그때 우스갯소리로 말했던 게 “혹시 나중에 구미래가 엄청 커져도, 친정집 가듯이 예전에 했던 곳에서도 계속하자” 였거든요. 그럴 정도로 저희는 장소에 구애를 받지 않고 있고, 먼저 제안이 오면 가는 편이에요.
근데 유동인구가 너무 적은 지역이면 고민하게 되는 건 있어요. 팀을 꾸려서 플리마켓을 열었으면 같이 간 분들이 경비라도 벌어야 하는데, 너무 사람이 없는 곳은 어려울 수 있으니까요. 이제 그런 부분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공간에서 먼저 연락이 오는 경우도 많은가 봐요.
정열: 연락도 많이 받아요. 그래도 일단 기본적인 사이즈가 어느 정도 커지다 보니, 웬만하면 뻥 뚫리고 40~50팀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선호하긴 해요.
회차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한 회차에 몇 팀의 셀러가 참여하나요?
정열: 보통 30팀에서 80팀 사이로 참여하는 것 같아요.

© 구미래
구미래의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현실적인 고민도 많아졌을 것 같아요.
정열: 그렇죠. 예를 들어 플리마켓을 하루만 한다고 하면 셀러들을 정말 쉽게 모을 수 있어요. 근데 우리는 보통 3일씩 진행했거든요. 이번 ‘구미래 마라톤 VOL.2’는 총 9일간 진행하고요. 그러면 셀러 분들은 본인 가게를 닫아두고 와야 하는 상황이 생겨요. 그래서 많은 셀러 분들이 모이기 어려운 것도 있고요.
게다가 구미래에 참여한다고 해서 매번 잘되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어떤 셀러는 참여해서 많은 매출을 내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참여할 때마다 매출이 잘 안 나올 수도 있고요. 또 어떤 회차에는 준비된 부스보다 많은 셀러 분들이 신청해 주셔서 자리가 부족한 경우도 있고, 반대로 셀러 모집이 잘 안되는 회차도 있어요.
신호: 이런 부분도 있어요. 성수동이 팝업의 성지잖아요? 이번에 저희가 성수동에서 진행하지만, 만약에 성수동이 아닌 다른 지역이라면 대관료가 상대적으로 낮아지거든요. 이럴 경우 대관료에 비례해서 참가비가 조금씩 변동이 있을 수 있어요. 결과적으로 참여하는 셀러 분들의 입장에서는 매장을 오래 비우는 데다가 참가비까지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조금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생각이에요. 그리고 회차가 거듭될수록 셀러 분들의 매출이 더 신경 쓰이기도 해요. 기분 좋게 참가해서 매출까지 올리고 가시면 좋은데, 100% 보장된 게 아니다 보니 그 부분을 1순위로 고려하게 되는 것 같아요.
반대로 구미래를 진행하면서 만족스러운 점이 있다면
정열: 기존 매장에서 판매가 잘되지 않던 셀러 분들이 구미래를 통해 판매를 많이 하는 경우가 있어요. 어떤 때는 며칠 만에 한 달 치 매출을 내는 셀러도 있고요. 그런 경우가 가장 뿌듯한 것 같아요.
신호: 그리고 구미래가 열리기를 기다리는 셀러 분들도 계셔요. 그분들께 저희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기분 좋은 것 같아요.

수박 빈티지 김정열 대표, 배드포드 브루클린 김신호 대표 | © 논라벨 매거진
셀러가 아닌 호스트로써, 현재 구미래의 상황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정열: 아직까지는 세금 내고 나면 마이너스일 것 같아요. 울며 겨자 먹기로 하고 있어요.
신호: 실제로 한 번씩 울더라고(웃음). 그래도 ‘뭔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들면 하는 거죠. 연차가 쌓여가면서 ‘누군가는 알아주겠지’라는 마음이 조금은 있는 것 같아요.

© 논라벨 매거진
현실적으로 수익이나 운영 구조에 대한 고민도 많으실 것 같은데요.
신호: 저희는 사실 호스트잖아요. 정열이는 전체적으로 현장을 컨트롤하고, 저는 분위기를 내는 역할을 하는 거라 저희 제품을 팔기보다는 호스트의 역할에 집중하고 있어요. 장소를 섭외하고, 부스를 세팅하고, 플리마켓 기간 동안 상주하는 것도 다 인건비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호스트로써 플리마켓에 어느 정도 기여를 하고 싶기도 하고, 즐겁게 할 수 있어서 계속하고 있는 것 같아요.
현재 구미래의 모습에서 더 확장해 나가고 싶은 방향이 있을까요?
신호: 아직까지는 ‘구미래’하면 빈티지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에요. 그런데 사실 빈티지뿐만 아니라 브랜드나 개인도 참여해서 함께해보면 좋을 것 같거든요. 옷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참여해서 함께 즐기면 좋을 것 같아요.

© 논라벨 매거진
5년 동안 참여한 셀러들도 다른 셀러 분들을 많이 만나면서 변화가 있었을 것 같아요.
정열: 저희는 동종업계끼리 견제가 심해요. 왜냐하면 어느 샵에서 특정 물건을 잘 팔면, 다른 샵에서 당장 그 물건을 소싱할 수 있어요. 중고 제품이다 보니 만드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게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서로 견제가 심했거든요. 그런데 5년 동안 구미래를 운영하면서 많은 셀러 분들을 직접 만나고 인사도 나누다 보니, 서로 경쟁하는 분위기에서 조금씩 친구처럼 지내는 분위기로 변해가고 있는 것 같아요.

© 논라벨 매거진
구미래를 중심으로 두 분이 업계에서 차지하는 위치도 많이 달라졌을 것 같은데요.
신호: 그렇게 말하는 건 너무 거창하고, 솔직하게 저희는 나이가 대수인 사람들이에요. 왜냐하면 이 친구나 저나 빈티지 업계에서는 나이가 좀 있는 편이잖아요. 그리고 나름대로 타인에게 나쁘게 대하면서 산다고는 생각을 안 해요. 그래서인지 동종업계에 있는 동생들이 형님이라고 부르면서 따라 주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수익적인 측면이나 운영에 있어 구미래는 비정상적일 수도 있어요. 저희가 운영하는 방식도 그렇고요. 정말 자주 하는 얘기 중에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이게 정말 저희거든요. 현실적인 어려움은 있지만, 그냥 이제는 동종업계 분들과 두세 달에 한 번씩 즐겁게 하는 놀이 같은 게 됐어요.

© 논라벨 매거진
구미래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가장 큰 목표는 무엇인가요?
정열: 사실 큰 목표는 없는데, 굳이 바라자면 로즈볼 플리마켓같이 되고 싶은 거죠. 서울을 대표하는 관광 상품이 되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 반, 나머지는 관광객분들이 절반 정도 와서 재미있게 놀 수 있는 플리마켓이 됐으면 좋겠어요. 4인 가족이 오면 아이스크림도 사 먹고, 다트 던지기도 하고, “아빠 젊은 시절에 유행하던 물건이야” 하면서 쇼핑도 하고, 그런 모습을 꿈꿔요. 구미래가 빈티지 매니아들의 어떤 전유물이 아니라 많은 분들이 즐길 수 있으면 좋겠어요.
신호: 한 3년 정도면 될 줄 알았는데.. 30년을 해야 하지 않을까.. 아마 우리 다음 세대가.. (웃음)
EQL에서 두 번이나 진행할 만큼 큰 규모로 성장했는데, 금방 목표를 달성하지 않을까요?
정열: 아이 안돼요(웃음)
신호: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에서 보면 뭐다? 다 비극이다. 정확합니다.

© 논라벨 매거진
Editor: 정민
그간의 여정과 현재의 고민, 앞으로의 꿈까지
© 구미래
빈티지와 중고 거래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요즘, 2~3개월마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플리마켓이 있습니다. 단순히 ‘재미있게 해보자’는 마음으로 작게 시작됐던 이 마켓은, 어느덧 5년의 시간을 거쳐 수십 팀의 셀러들이 참여하는 대형 플리마켓으로 성장했는데요.
각자의 방식으로 이 씬을 만들어 온 두 호스트, 수박 빈티지의 김정열 대표와 배드포드 브루클린의 김신호 대표를 제34회 구미래 플리마켓에서 만났습니다. 구미래가 자리 잡기까지의 과정부터 현재의 고민, 그리고 앞으로의 꿈까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수박 빈티지 김정열 대표, 배드포드 브루클린 김신호 대표 | © 논라벨 매거진
안녕하세요. ‘구미래 플리마켓’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정열: 구미래는 빈티지를 중심으로 모든 물건을 팔 수 있는 플리마켓이에요. 5년 전에 신호와 함께 “재밌는 거 한번 해보자”했던 것이 시작이었고, 수박 빈티지, 배드포드 브루클린, 파인애플사우나, 너드개러지 네 팀이 모여서 작게 플리마켓을 열면서 시작됐어요.
구미래처럼 국내에서 정기적으로 열리는 대규모 플리마켓은 찾아보기 어려웠던 것 같아요.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정열: 미국 LA의 ‘로즈볼 플리마켓’이나 독일 베를린의 ‘마우어 파크’, 프랑스 파리의 ‘방브’, 일본의 ‘후루기’, ‘도쿄 시티’ 등 해외에는 정기적으로 열리는 대규모 플리마켓이 있거든요. 우리나라엔 그런 게 없어서, 저희도 그런 걸 목표로 꿈꾸면서 시작했어요.
신호: 사실 거창한 이유보다는, 저희는 그냥 하고 싶은 게 있어서 ‘해보자’하면 뭐든 캐주얼하게 시작해 보는 편이에요. 재밌어서 꾸준히 하다 보니까 어느새 5년이 된 거고,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되어있네요.
수박 빈티지 김정열 대표, 배드포드 브루클린 김신호 대표 | © 논라벨 매거진
정기적으로 구미래 플리마켓이 열리니, 빈티지를 친숙하게 느끼는 사람들도 많아진 것 같아요.
정열: 그쵸. 저희가 ‘씬에 기여한다’나 ‘문화에 기여하겠다’라는 걸 생각하고 시작한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빈티지 문화가 대중들에게 친숙해지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신호: 거창한 목표를 가지고 하고 있는 건 아닌데, 그냥 ‘즐겁게 하다 보면 사람들이 알아주겠지’라는 생각은 있는 것 같아요. 매번 플리마켓을 열 때마다 와주시는 분들도 감사하지만, 저희는 늘 같이 참여해 주는 셀러 분들에게 감사드리고 있거든요. 5년 동안 함께 하셨던 분들이 계속 같이 하는 경우가 많아요. 진정성을 알아주는 것 같아서 감사한 마음이 있어요.
© 구미래
현재 두 번째 플리마켓을 진행하고 있는 EQL 성수와 더불어 PLATZ2, 에스팩토리, 더현대 까지. 핫하고 사람이 많이 모인다는 곳은 모두 섭렵하신 것 같아요. 플리마켓 장소를 정하는 데에 있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있다면?
신호: 우선 저희는 먼저 불러주시면 갑니다. 저희가 1년 차 때 했던 곳이 부산에 있는 ‘딥슬립커피’라는 작은 공간이었거든요. 그때만 해도 되게 소박하게 운영했어요. 그때 우스갯소리로 말했던 게 “혹시 나중에 구미래가 엄청 커져도, 친정집 가듯이 예전에 했던 곳에서도 계속하자” 였거든요. 그럴 정도로 저희는 장소에 구애를 받지 않고 있고, 먼저 제안이 오면 가는 편이에요.
근데 유동인구가 너무 적은 지역이면 고민하게 되는 건 있어요. 팀을 꾸려서 플리마켓을 열었으면 같이 간 분들이 경비라도 벌어야 하는데, 너무 사람이 없는 곳은 어려울 수 있으니까요. 이제 그런 부분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공간에서 먼저 연락이 오는 경우도 많은가 봐요.
정열: 연락도 많이 받아요. 그래도 일단 기본적인 사이즈가 어느 정도 커지다 보니, 웬만하면 뻥 뚫리고 40~50팀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선호하긴 해요.
회차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한 회차에 몇 팀의 셀러가 참여하나요?
정열: 보통 30팀에서 80팀 사이로 참여하는 것 같아요.
© 구미래
구미래의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현실적인 고민도 많아졌을 것 같아요.
정열: 그렇죠. 예를 들어 플리마켓을 하루만 한다고 하면 셀러들을 정말 쉽게 모을 수 있어요. 근데 우리는 보통 3일씩 진행했거든요. 이번 ‘구미래 마라톤 VOL.2’는 총 9일간 진행하고요. 그러면 셀러 분들은 본인 가게를 닫아두고 와야 하는 상황이 생겨요. 그래서 많은 셀러 분들이 모이기 어려운 것도 있고요.
게다가 구미래에 참여한다고 해서 매번 잘되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어떤 셀러는 참여해서 많은 매출을 내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참여할 때마다 매출이 잘 안 나올 수도 있고요. 또 어떤 회차에는 준비된 부스보다 많은 셀러 분들이 신청해 주셔서 자리가 부족한 경우도 있고, 반대로 셀러 모집이 잘 안되는 회차도 있어요.
신호: 이런 부분도 있어요. 성수동이 팝업의 성지잖아요? 이번에 저희가 성수동에서 진행하지만, 만약에 성수동이 아닌 다른 지역이라면 대관료가 상대적으로 낮아지거든요. 이럴 경우 대관료에 비례해서 참가비가 조금씩 변동이 있을 수 있어요. 결과적으로 참여하는 셀러 분들의 입장에서는 매장을 오래 비우는 데다가 참가비까지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조금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생각이에요. 그리고 회차가 거듭될수록 셀러 분들의 매출이 더 신경 쓰이기도 해요. 기분 좋게 참가해서 매출까지 올리고 가시면 좋은데, 100% 보장된 게 아니다 보니 그 부분을 1순위로 고려하게 되는 것 같아요.
반대로 구미래를 진행하면서 만족스러운 점이 있다면
정열: 기존 매장에서 판매가 잘되지 않던 셀러 분들이 구미래를 통해 판매를 많이 하는 경우가 있어요. 어떤 때는 며칠 만에 한 달 치 매출을 내는 셀러도 있고요. 그런 경우가 가장 뿌듯한 것 같아요.
신호: 그리고 구미래가 열리기를 기다리는 셀러 분들도 계셔요. 그분들께 저희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기분 좋은 것 같아요.
수박 빈티지 김정열 대표, 배드포드 브루클린 김신호 대표 | © 논라벨 매거진
셀러가 아닌 호스트로써, 현재 구미래의 상황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정열: 아직까지는 세금 내고 나면 마이너스일 것 같아요. 울며 겨자 먹기로 하고 있어요.
신호: 실제로 한 번씩 울더라고(웃음). 그래도 ‘뭔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들면 하는 거죠. 연차가 쌓여가면서 ‘누군가는 알아주겠지’라는 마음이 조금은 있는 것 같아요.
© 논라벨 매거진
현실적으로 수익이나 운영 구조에 대한 고민도 많으실 것 같은데요.
신호: 저희는 사실 호스트잖아요. 정열이는 전체적으로 현장을 컨트롤하고, 저는 분위기를 내는 역할을 하는 거라 저희 제품을 팔기보다는 호스트의 역할에 집중하고 있어요. 장소를 섭외하고, 부스를 세팅하고, 플리마켓 기간 동안 상주하는 것도 다 인건비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호스트로써 플리마켓에 어느 정도 기여를 하고 싶기도 하고, 즐겁게 할 수 있어서 계속하고 있는 것 같아요.
현재 구미래의 모습에서 더 확장해 나가고 싶은 방향이 있을까요?
신호: 아직까지는 ‘구미래’하면 빈티지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에요. 그런데 사실 빈티지뿐만 아니라 브랜드나 개인도 참여해서 함께해보면 좋을 것 같거든요. 옷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참여해서 함께 즐기면 좋을 것 같아요.
© 논라벨 매거진
5년 동안 참여한 셀러들도 다른 셀러 분들을 많이 만나면서 변화가 있었을 것 같아요.
정열: 저희는 동종업계끼리 견제가 심해요. 왜냐하면 어느 샵에서 특정 물건을 잘 팔면, 다른 샵에서 당장 그 물건을 소싱할 수 있어요. 중고 제품이다 보니 만드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게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서로 견제가 심했거든요. 그런데 5년 동안 구미래를 운영하면서 많은 셀러 분들을 직접 만나고 인사도 나누다 보니, 서로 경쟁하는 분위기에서 조금씩 친구처럼 지내는 분위기로 변해가고 있는 것 같아요.
© 논라벨 매거진
구미래를 중심으로 두 분이 업계에서 차지하는 위치도 많이 달라졌을 것 같은데요.
신호: 그렇게 말하는 건 너무 거창하고, 솔직하게 저희는 나이가 대수인 사람들이에요. 왜냐하면 이 친구나 저나 빈티지 업계에서는 나이가 좀 있는 편이잖아요. 그리고 나름대로 타인에게 나쁘게 대하면서 산다고는 생각을 안 해요. 그래서인지 동종업계에 있는 동생들이 형님이라고 부르면서 따라 주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수익적인 측면이나 운영에 있어 구미래는 비정상적일 수도 있어요. 저희가 운영하는 방식도 그렇고요. 정말 자주 하는 얘기 중에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이게 정말 저희거든요. 현실적인 어려움은 있지만, 그냥 이제는 동종업계 분들과 두세 달에 한 번씩 즐겁게 하는 놀이 같은 게 됐어요.
© 논라벨 매거진
구미래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가장 큰 목표는 무엇인가요?
정열: 사실 큰 목표는 없는데, 굳이 바라자면 로즈볼 플리마켓같이 되고 싶은 거죠. 서울을 대표하는 관광 상품이 되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 반, 나머지는 관광객분들이 절반 정도 와서 재미있게 놀 수 있는 플리마켓이 됐으면 좋겠어요. 4인 가족이 오면 아이스크림도 사 먹고, 다트 던지기도 하고, “아빠 젊은 시절에 유행하던 물건이야” 하면서 쇼핑도 하고, 그런 모습을 꿈꿔요. 구미래가 빈티지 매니아들의 어떤 전유물이 아니라 많은 분들이 즐길 수 있으면 좋겠어요.
신호: 한 3년 정도면 될 줄 알았는데.. 30년을 해야 하지 않을까.. 아마 우리 다음 세대가.. (웃음)
EQL에서 두 번이나 진행할 만큼 큰 규모로 성장했는데, 금방 목표를 달성하지 않을까요?
정열: 아이 안돼요(웃음)
신호: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에서 보면 뭐다? 다 비극이다. 정확합니다.
© 논라벨 매거진
Editor: 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