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 있게 만들어진 제품의 가치
ⓒ 논라벨 매거진
패션, 특히 스니커즈를 좋아하시는 분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대부분 학창 시절을 떠올리곤 합니다. 용돈을 한두 푼 모아 사거나, 부모님을 졸라 힘겹게 신을 수 있었던 스니커즈에 대한 추억을 가지고 있죠. 이런 분들에게 스니커즈는 단순히 신발의 개념을 넘어 추억이나 취미 등 그 이상의 존재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최근 한정판 스니커즈의 대중적인 유행은 제품의 가치 판단 기준을 개인 취향이나 추억보다는 가격에 국한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과거 인기 있었던 클래식 모델이더라도 일부 모델에 인기가 쏠리는 모습도 볼 수 있었고요. 이번에 만나고 온 [RETOUCH]의 옥형빈 사장님은 오랜 기간 스니커즈를 사랑했지만, 드로우와 리셀 시장의 확장으로 좋아하던 스니커즈를 구하기 어려워진 탓에 비주류 제품들 중 좋아했던 모델들을 하나 둘 사모으기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지금은 쉽게 만날 수 없는 과거의 멋스러운 제품들이 가득한 리터치 매장에서 이야기 나누어봤습니다.
리터치 [RETOUCH]
주소: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29길 12 1층
연락처: 0507-1370-0371
영업시간: 화요일-일요일 13:00 ~ 20:00
정기휴무: 매주 월요일
ⓒ 논라벨 매거진
안녕하세요.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홍대 와우산로에서 <리터치>라는 셀렉샵을 운영하고 있는 옥형빈 a.k.a 나이키장수 입니다. 리터치 샵은 나이키 빈티지를 중심으로 빈티지 의류와 브랜드 '캠버'등 빈티지가 될 새것들을 판매하는 샵입니다. 특정 무드나 스타일, 트렌드보단 클래식이거나 클래식이 될 것들에 집중하고 있어요.
ⓒ 논라벨 매거진
크게 유행하는 스니커즈를 모아놓고 파는 곳은 여럿 봤는데, 이렇게 주류와 비주류가 섞인 스니커즈가 모여있는 샵은 처음 보는 것 같아요. 지금은 발매되지 않는 컬러의 제품도 많고요. 어떻게 이런 매장을 오픈하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시작은 중학생 때부터 급식비, 학원비를 모아서 나이키 신발을 샀었어요. 그렇게 오랜 기간 나이키를 좋아하고 있었는데, 나이키가 드로우(추첨 판매)를 시작하면서부터는 제가 원하는 신발을 도저히 제값 주고 살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해외, 국내 할 것 없이 저만 알고 있는 과거의 예쁜 신발들을 사서 신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보니 제 사이즈가 아니어도 좋은 매물이 있으면 주위 사람들에게 선물할까 하면서 하나둘 모으기 시작했죠. 그런데 제품이 너무 많아지다 보니 온라인으로 먼저 판매하기 시작했고, 이후 매장을 차리게 됐어요. 다행히 저의 셀렉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여기까지 왔네요.
ⓒ 논라벨 매거진
슬로건 <Old Goods Never Die>는 어떤 의미로 지으신 건가요?
사실 저 슬로건의 맨 앞에는 'Well Made'가 빠져있어요. 모든 오래된 물건들이 죽지 않는 건 아니고 용도에 맞게, 그리고 진정성 있게 만들어진 물건은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여전하거든요. 그걸 사람들은 보통 '클래식'이라고 말해요. 리터치샵은 클래식을 취급하는 상점이니까 그걸 함축적으로 잘 표현할 수 있는 위와 같은 슬로건을 생각하게 됐죠. 잘 만들어진 오래된 물건은 죽지 않는다!
ⓒ 논라벨 매거진
매장 이름이 <리터치>로 정해진 이유도 궁금해요.
리터치샵의 최종 목표는 빈티지와 빈티지가 될 새 상품, 그리고 업사이클링 제품들을 취급하는 거예요. 이 모든 제품 라인업을 담을 수 있고 사람들에게 그걸 직관적으로 알려줄 수 있는 단어를 고민해 보니 'RETOUCH'만한 게 없더라고요. 세상 사람들이 아직 잘 모르는, 또는 잊힌 것들을 제가 터치해 다시 생명력을 불어넣고 누군가에게 감동을 준다면 '리터치'라는 이름값을 잘 해낸 거겠죠?
나이키 리유저블 MINI & BIG MINI | ⓒ 논라벨 매거진
취급 중이신 제품들 중 업사이클링 제품은 어떤 게 있나요?
현재로서는 나이키의 리유저블 백으로 만든 가방밖에 없어요. 중요한 건 업사이클링에 의미만 있어서는 안되잖아요. 사람들에게 소비가 됐을 때 업사이클링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대부분 프라이탁처럼 디자인과 완성도 있는 제품을 만들어내지는 못해요. 그래서 저도 좋은 디자인과 시장에서 소비자들에게 어필이 될만한 업사이클링 제품들을 다루고 싶어요. 업사이클링 제품들은 최대한 팔릴 수 있게 만들어져야 의미가 있으니, 제가 만든 제품이 아니더라도 괜찮은 업사이클링 제품들을 소개해 나가고 싶습니다.
ⓒ 논라벨 매거진
다시 올드 굿즈 이야기로 돌아와서, 올드 굿즈를 유독 더 선호하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수십 년간 옷을 좋아했고, 대학에서 패션 전공후 이런저런 패션 아이템들을 제작해 보니 알겠더라고요. 옛날 옷들이 지금 만들어지는 옷보다 더 정성껏 공들여 만들었다는 것을요. 현재는 원가 절감의 이유로 잘 사용되지 않는 봉제 기법이나 소재 등이 사용된 옛날 옷들은 같은 스펙으로 지금 만든다면 디자이너 브랜드에서나 감당 가능한 판매가가 나올 거예요.
또 단순한 경제 논리 외에도 노인분들을 보면 살아오신 삶에서 소위 '아우라'라고 불리는 어떤 분위기가 나오잖아요? 옛 물건들도 똑같아요. 잘 낡은 오래된 물건들은 절대 새 물건에서는 느낄 수 없는 고유한 분위기가 있어요. 그래서 올드 굿즈를 애정 합니다.
ⓒ 논라벨 매거진
오래전 나왔던 제품이 재발매되어도 올드 굿즈를 더 선호하시나요?
스니커의 경우로 한정한다면 케바케인데요, 같은 제품이 재발매될 때에도 전작과 거의 동일하게 나오는 모델이 있는 반면 어떤 제품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컬러나 소재 등이 미세하게 차이가 날 때가 있어요. 그리고 차이가 날 땐 보통 재발매판이 원판에 비해 못한 경우가 많고요. 그래서 대부분 레트로보다는 OG(오리지널)를 선호하죠.
그렇지만 스니커는 보통 수명을 10년 정도로 봐요. 10년이 지나면 접착제와 일부 소재 등의 수명이 다해 수리를 해줘야 해요. 아직 리페어를 맡길만한 업체가 많지 않기 때문에 비용이 저렴하진 않고요. 컬렉터 입장에서는 올드 굿즈를 더 선호하지만 셀러 입장에서는 레트로 버전을 더 선호하는 것 같네요.
나이키 샥스 R4 | ⓒ @nikemania_vntg
혹시 매장에서 소개하고 싶은데 어려운 제품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나이키의 '샥스 R4'라는 신발이요. 2000년대 나이키의 혁신적인 디자인과 기술력이 집약되어 있는 모델이에요. 좋아하는 모델이라 이 비즈니스 초기부터 간간이 구해서 팔기도 했었는데, 지금 Y2K, 고프코어 같은 스타일이 유행하고 마틴로즈에서 콜라보 제품까지 발매한 후로는 가격이 너무 올라버렸어요. 마지막 레트로가 2018년도였는데, 당시에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구하기 어렵지도 않고 가격도 괜찮았었는데 지금은 구하기 어렵고 가격도 올라버리니 매장에서 판매하기가 쉽지는 않아졌어요.
80-90년대 디자인된 농구화 | ⓒ 논라벨 매거진
ⓒ 논라벨 매거진
매장에 판매 중인 비주류 스니커즈들도 종류가 굉장히 다양한데, 그중에서도 유독 애정이 있거나 좋아하시는 스니커즈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90년대 물건이요. 시대마다 나오는 디자인적 특징들이 있어요. 왜 90년대 디자인을 좋아하는지를 생각해 보면 부모님이 이따금씩 매장에서 사주시던 나이키 매장에 대한 향수가 있어요. 농구를 워낙 좋아하기도 하다 보니 90년대 농구화에 가장 끌리는 것 같아요. 재밌는 건 GD와 태양이 약 10년 전쯤 90년대 농구화에 한창 빠져있을 때가 있었어요. 업템포를 핫하게 만들기도 했었고, 그 외에 90년대 시절 농구화들을 많이 신었던 적이 있었어요. 지금은 그 신발들이 다시 비주류가 됐지만요. 지금 트렌드와도 너무 잘 맞는 것 같아요. 90년대 농구화들의 실루엣이 투박한데, 통이 좁은 바지랑은 어울리기 쉽지 않잖아요? 지금은 바지 통이 큰 것들이 유행이기도 하니까 현대적인 감성을 조금 넣어주면 트렌디해지는 것 같아요. 앰부시(AMBUSH)처럼요.
CAMBER | ⓒ 논라벨 매거진
마르지엘라 제품들 | ⓒ @nikemania_vntg
빈티지 제품 외에 다른 제품도 판매 중이신데, 어떤 제품들이 있는지 소개해 주세요.
앞서 말씀드렸듯 리터치는 빈티지샵을 넘어 '클래식'을 취급하는 샵이에요. 요즘 말로 하면 '찐'인데 그걸 판단하는 기준은 지극히 주관적이에요. 캠버(CAMBER)는 제조업 기반의 공업도시였던 필라델피아에서 80년 전 노동자들의 유니폼으로 출발했고, 지금도 노동자들에게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어요. 그 단순한 디자인으로 기능에만 충실한 점이 충분히 '클래식'이라 부를만하죠.
그 외에도 마르지엘라 제품들을 취급하고 있는데, 2008년 마르지엘라 은퇴 후 2011년 마르지엘라가 H&M과 협업해 자신의 과거 컬렉션 중에서 선별해 복각한 리메이크 피스들이에요. 지금 마르지엘라에는 마르지엘라가 없고 마르지엘라의 디자인 철학도 없어요. 저 같은 마르지엘라 올드팬들은 마르지엘라가 마지막으로 주고 간 선물 같은 H&M과의 협업 컬렉션의 가치를 잘 알고 있을 거예요. 그래서 마르지엘라 팬들에겐 '클래식'이 될만한 수년간 콜렉한 제품들을 리터치에서 판매하고 있고요. 이처럼 리터치에서 판매하는 제품들은 다 이유가 있고 매장에서 관심을 갖는 분들께는 성실하게 제가 셀렉 한 이유를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 논라벨 매거진
앞으로 리터치에서 더 선보이고 싶은 모습이 있을까요?
저희 샵의 굿즈를 기획하고 있어요. 얼마 전 제가 뉴욕에 갔을 때 마음에 드는 샵이 있었는데, 피클이랑 책을 같이 파는 샵이었어요. 국내로 치면 김치랑 책을 같이 파는 느낌이죠. 그런데 그 두 개가 섞인 느낌이 전혀 이질감이 없었어요. 너무 신선하기도 했고 마음에 들었는데, 샵에서 판매 중인 비니, 티셔츠, 스티커 등의 굿즈들이 너무 귀엽더라고요.
저희 샵도 외국인 손님들이 오면 가게 분위기를 좋아하는 게 느껴지는 분들이 있어요. 직접 좋다고 이야기해 주는 분들도 계시고요. 그런데 당장 사이즈가 맞는 제품이 없어서 사갈 게 없는 상황도 생길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샵의 아이덴티티가 담긴 굿즈 하나가 있으면 그분들이 기념품처럼 사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곧 아주 예쁜 리터치 굿즈가 나올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Editor: 정민
진정성 있게 만들어진 제품의 가치
ⓒ 논라벨 매거진
패션, 특히 스니커즈를 좋아하시는 분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대부분 학창 시절을 떠올리곤 합니다. 용돈을 한두 푼 모아 사거나, 부모님을 졸라 힘겹게 신을 수 있었던 스니커즈에 대한 추억을 가지고 있죠. 이런 분들에게 스니커즈는 단순히 신발의 개념을 넘어 추억이나 취미 등 그 이상의 존재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최근 한정판 스니커즈의 대중적인 유행은 제품의 가치 판단 기준을 개인 취향이나 추억보다는 가격에 국한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과거 인기 있었던 클래식 모델이더라도 일부 모델에 인기가 쏠리는 모습도 볼 수 있었고요. 이번에 만나고 온 [RETOUCH]의 옥형빈 사장님은 오랜 기간 스니커즈를 사랑했지만, 드로우와 리셀 시장의 확장으로 좋아하던 스니커즈를 구하기 어려워진 탓에 비주류 제품들 중 좋아했던 모델들을 하나 둘 사모으기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지금은 쉽게 만날 수 없는 과거의 멋스러운 제품들이 가득한 리터치 매장에서 이야기 나누어봤습니다.
ⓒ 논라벨 매거진
안녕하세요.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홍대 와우산로에서 <리터치>라는 셀렉샵을 운영하고 있는 옥형빈 a.k.a 나이키장수 입니다. 리터치 샵은 나이키 빈티지를 중심으로 빈티지 의류와 브랜드 '캠버'등 빈티지가 될 새것들을 판매하는 샵입니다. 특정 무드나 스타일, 트렌드보단 클래식이거나 클래식이 될 것들에 집중하고 있어요.
ⓒ 논라벨 매거진
크게 유행하는 스니커즈를 모아놓고 파는 곳은 여럿 봤는데, 이렇게 주류와 비주류가 섞인 스니커즈가 모여있는 샵은 처음 보는 것 같아요. 지금은 발매되지 않는 컬러의 제품도 많고요. 어떻게 이런 매장을 오픈하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시작은 중학생 때부터 급식비, 학원비를 모아서 나이키 신발을 샀었어요. 그렇게 오랜 기간 나이키를 좋아하고 있었는데, 나이키가 드로우(추첨 판매)를 시작하면서부터는 제가 원하는 신발을 도저히 제값 주고 살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해외, 국내 할 것 없이 저만 알고 있는 과거의 예쁜 신발들을 사서 신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보니 제 사이즈가 아니어도 좋은 매물이 있으면 주위 사람들에게 선물할까 하면서 하나둘 모으기 시작했죠. 그런데 제품이 너무 많아지다 보니 온라인으로 먼저 판매하기 시작했고, 이후 매장을 차리게 됐어요. 다행히 저의 셀렉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여기까지 왔네요.
ⓒ 논라벨 매거진
슬로건 <Old Goods Never Die>는 어떤 의미로 지으신 건가요?
사실 저 슬로건의 맨 앞에는 'Well Made'가 빠져있어요. 모든 오래된 물건들이 죽지 않는 건 아니고 용도에 맞게, 그리고 진정성 있게 만들어진 물건은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여전하거든요. 그걸 사람들은 보통 '클래식'이라고 말해요. 리터치샵은 클래식을 취급하는 상점이니까 그걸 함축적으로 잘 표현할 수 있는 위와 같은 슬로건을 생각하게 됐죠. 잘 만들어진 오래된 물건은 죽지 않는다!
ⓒ 논라벨 매거진
매장 이름이 <리터치>로 정해진 이유도 궁금해요.
리터치샵의 최종 목표는 빈티지와 빈티지가 될 새 상품, 그리고 업사이클링 제품들을 취급하는 거예요. 이 모든 제품 라인업을 담을 수 있고 사람들에게 그걸 직관적으로 알려줄 수 있는 단어를 고민해 보니 'RETOUCH'만한 게 없더라고요. 세상 사람들이 아직 잘 모르는, 또는 잊힌 것들을 제가 터치해 다시 생명력을 불어넣고 누군가에게 감동을 준다면 '리터치'라는 이름값을 잘 해낸 거겠죠?
나이키 리유저블 MINI & BIG MINI | ⓒ 논라벨 매거진
취급 중이신 제품들 중 업사이클링 제품은 어떤 게 있나요?
현재로서는 나이키의 리유저블 백으로 만든 가방밖에 없어요. 중요한 건 업사이클링에 의미만 있어서는 안되잖아요. 사람들에게 소비가 됐을 때 업사이클링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대부분 프라이탁처럼 디자인과 완성도 있는 제품을 만들어내지는 못해요. 그래서 저도 좋은 디자인과 시장에서 소비자들에게 어필이 될만한 업사이클링 제품들을 다루고 싶어요. 업사이클링 제품들은 최대한 팔릴 수 있게 만들어져야 의미가 있으니, 제가 만든 제품이 아니더라도 괜찮은 업사이클링 제품들을 소개해 나가고 싶습니다.
ⓒ 논라벨 매거진
다시 올드 굿즈 이야기로 돌아와서, 올드 굿즈를 유독 더 선호하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수십 년간 옷을 좋아했고, 대학에서 패션 전공후 이런저런 패션 아이템들을 제작해 보니 알겠더라고요. 옛날 옷들이 지금 만들어지는 옷보다 더 정성껏 공들여 만들었다는 것을요. 현재는 원가 절감의 이유로 잘 사용되지 않는 봉제 기법이나 소재 등이 사용된 옛날 옷들은 같은 스펙으로 지금 만든다면 디자이너 브랜드에서나 감당 가능한 판매가가 나올 거예요.
또 단순한 경제 논리 외에도 노인분들을 보면 살아오신 삶에서 소위 '아우라'라고 불리는 어떤 분위기가 나오잖아요? 옛 물건들도 똑같아요. 잘 낡은 오래된 물건들은 절대 새 물건에서는 느낄 수 없는 고유한 분위기가 있어요. 그래서 올드 굿즈를 애정 합니다.
ⓒ 논라벨 매거진
오래전 나왔던 제품이 재발매되어도 올드 굿즈를 더 선호하시나요?
스니커의 경우로 한정한다면 케바케인데요, 같은 제품이 재발매될 때에도 전작과 거의 동일하게 나오는 모델이 있는 반면 어떤 제품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컬러나 소재 등이 미세하게 차이가 날 때가 있어요. 그리고 차이가 날 땐 보통 재발매판이 원판에 비해 못한 경우가 많고요. 그래서 대부분 레트로보다는 OG(오리지널)를 선호하죠.
그렇지만 스니커는 보통 수명을 10년 정도로 봐요. 10년이 지나면 접착제와 일부 소재 등의 수명이 다해 수리를 해줘야 해요. 아직 리페어를 맡길만한 업체가 많지 않기 때문에 비용이 저렴하진 않고요. 컬렉터 입장에서는 올드 굿즈를 더 선호하지만 셀러 입장에서는 레트로 버전을 더 선호하는 것 같네요.
나이키 샥스 R4 | ⓒ @nikemania_vntg
혹시 매장에서 소개하고 싶은데 어려운 제품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나이키의 '샥스 R4'라는 신발이요. 2000년대 나이키의 혁신적인 디자인과 기술력이 집약되어 있는 모델이에요. 좋아하는 모델이라 이 비즈니스 초기부터 간간이 구해서 팔기도 했었는데, 지금 Y2K, 고프코어 같은 스타일이 유행하고 마틴로즈에서 콜라보 제품까지 발매한 후로는 가격이 너무 올라버렸어요. 마지막 레트로가 2018년도였는데, 당시에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구하기 어렵지도 않고 가격도 괜찮았었는데 지금은 구하기 어렵고 가격도 올라버리니 매장에서 판매하기가 쉽지는 않아졌어요.
80-90년대 디자인된 농구화 | ⓒ 논라벨 매거진
ⓒ 논라벨 매거진
매장에 판매 중인 비주류 스니커즈들도 종류가 굉장히 다양한데, 그중에서도 유독 애정이 있거나 좋아하시는 스니커즈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90년대 물건이요. 시대마다 나오는 디자인적 특징들이 있어요. 왜 90년대 디자인을 좋아하는지를 생각해 보면 부모님이 이따금씩 매장에서 사주시던 나이키 매장에 대한 향수가 있어요. 농구를 워낙 좋아하기도 하다 보니 90년대 농구화에 가장 끌리는 것 같아요. 재밌는 건 GD와 태양이 약 10년 전쯤 90년대 농구화에 한창 빠져있을 때가 있었어요. 업템포를 핫하게 만들기도 했었고, 그 외에 90년대 시절 농구화들을 많이 신었던 적이 있었어요. 지금은 그 신발들이 다시 비주류가 됐지만요. 지금 트렌드와도 너무 잘 맞는 것 같아요. 90년대 농구화들의 실루엣이 투박한데, 통이 좁은 바지랑은 어울리기 쉽지 않잖아요? 지금은 바지 통이 큰 것들이 유행이기도 하니까 현대적인 감성을 조금 넣어주면 트렌디해지는 것 같아요. 앰부시(AMBUSH)처럼요.
CAMBER | ⓒ 논라벨 매거진
마르지엘라 제품들 | ⓒ @nikemania_vntg
빈티지 제품 외에 다른 제품도 판매 중이신데, 어떤 제품들이 있는지 소개해 주세요.
앞서 말씀드렸듯 리터치는 빈티지샵을 넘어 '클래식'을 취급하는 샵이에요. 요즘 말로 하면 '찐'인데 그걸 판단하는 기준은 지극히 주관적이에요. 캠버(CAMBER)는 제조업 기반의 공업도시였던 필라델피아에서 80년 전 노동자들의 유니폼으로 출발했고, 지금도 노동자들에게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어요. 그 단순한 디자인으로 기능에만 충실한 점이 충분히 '클래식'이라 부를만하죠.
그 외에도 마르지엘라 제품들을 취급하고 있는데, 2008년 마르지엘라 은퇴 후 2011년 마르지엘라가 H&M과 협업해 자신의 과거 컬렉션 중에서 선별해 복각한 리메이크 피스들이에요. 지금 마르지엘라에는 마르지엘라가 없고 마르지엘라의 디자인 철학도 없어요. 저 같은 마르지엘라 올드팬들은 마르지엘라가 마지막으로 주고 간 선물 같은 H&M과의 협업 컬렉션의 가치를 잘 알고 있을 거예요. 그래서 마르지엘라 팬들에겐 '클래식'이 될만한 수년간 콜렉한 제품들을 리터치에서 판매하고 있고요. 이처럼 리터치에서 판매하는 제품들은 다 이유가 있고 매장에서 관심을 갖는 분들께는 성실하게 제가 셀렉 한 이유를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 논라벨 매거진
앞으로 리터치에서 더 선보이고 싶은 모습이 있을까요?
저희 샵의 굿즈를 기획하고 있어요. 얼마 전 제가 뉴욕에 갔을 때 마음에 드는 샵이 있었는데, 피클이랑 책을 같이 파는 샵이었어요. 국내로 치면 김치랑 책을 같이 파는 느낌이죠. 그런데 그 두 개가 섞인 느낌이 전혀 이질감이 없었어요. 너무 신선하기도 했고 마음에 들었는데, 샵에서 판매 중인 비니, 티셔츠, 스티커 등의 굿즈들이 너무 귀엽더라고요.
저희 샵도 외국인 손님들이 오면 가게 분위기를 좋아하는 게 느껴지는 분들이 있어요. 직접 좋다고 이야기해 주는 분들도 계시고요. 그런데 당장 사이즈가 맞는 제품이 없어서 사갈 게 없는 상황도 생길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샵의 아이덴티티가 담긴 굿즈 하나가 있으면 그분들이 기념품처럼 사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곧 아주 예쁜 리터치 굿즈가 나올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Editor: 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