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이라는 말은 곧 사라질 겁니다: 랩엠제로

2023-05-23

당연한 말이 될 거니까요.


© 논라벨 매거진


오늘도 수없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브랜드 사이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스타일로 시대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단박에 눈을 사로잡지는 못하더라도, 시대의 맥락을 바라보고 변화를 짚어내는 브랜드 말이죠. 저희와 이야기 나눠본 랩엠제로는 소재가 중심인 제품 ‘언롤서피스’와 소재의 눈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매터매거진'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자 합니다.


언롤서피스와 매터매거진은 랩엠제로의 철학이 담긴 브랜드로, 언롤서피스는 국내에서 연구한 친환경 소재를 중심으로 텀블러나 사무용품 등을 생산하고, 매터매거진은 하나의 소재에 담긴 다양한 시선을 소개하며 소재를 통해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시야를 제공합니다.


랩엠제로의 신태호 대표님은 공간디자인 전공 학사 졸업 후 오브젝트 브랜딩 파트에 근무하면서 신소재를 접했습니다. 그 후에 평소 관심이 많았던 친환경 소재를 좀 더 공부하기 위해 영국으로 유학길에 올라, 소재 관련 연구에 몰두하던 중 UCL (University College London)에서 화학을 전공한 친구와 함께 소재와 디자인을 접목시킨 제품을 제작하기 위해 랩엠제로를 설립했습니다.




소재와 디자인의 접점


© 랩엠제로

© 논라벨 매거진



매터매거진을 흥미롭게 읽었어요. 하나의 소재를 단편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전망해 보는 시선이 좋았어요. 대표님께서도 매터매거진의 시선처럼, 하나의 현상을 여러 각도로 살펴보시는 것을 즐겨 하시는지요.

평소 사물을 볼 때 겉으로 보이는 것이 아닌, 이면의 이야기에 관심을 두는 편이에요. 눈에 보이는 내용보다 조금 더 숨겨진 이야기를 발견하는 일이 저의 흥미를 끌어당겨요. 그리고 디자인이나 미술 작품을 감상할 때에도, 소재라든지 질감에 조금 더 줌인(Zoom In) 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러고 보니 시사 프로그램도 좋아해요. 다큐멘터리도 좋아하고요. 모두 사건이나 이야기에 깊이 접근하고 이면의 이야기를 관찰하잖아요.


친환경은 언제부터 관심을 갖고, 또 비즈니스로 연결해 봐야겠다는 생각은 언제부터 갖게 되셨을까요?

디자인과 친환경의 연결고리를 발견하게 되면서부터 친환경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디자인을 전공할 때 흥미로운 소재를 재해석하고 가공한 뒤 결과물을 내놓으면서 관심을 갖게 되었고, 디자인 활동을 하다 소재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발견했어요. 그때부터 소재를 단순히 흥미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사회 시스템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더 깊이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재활용 소재나 환경적인 이슈가 있는 소재를 작품에 활용하기 시작했어요. 이후 사업을 시작하게 되면서 신소재의 가능성을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싶었고, 이를 비즈니스적인 관점으로 활용하기 시작했죠.


© 논라벨 매거진



디자인 활동을 하시면서 소재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발견하셨다고 하셨는데, 소재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예를 들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만드는 행위'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무언가를 만드는 일은 필연적으로 소재와 환경이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리고, 디자이너는 그 연결점에 있는 사람들이고요.


그렇다면 처음 제품으로 텀블러를 먼저 생각하신 이유도 소재와 디자인, 그리고 환경과의 연결성과 관련이 있을까요?

텀블러라는 제품보다 텀블러를 ‘어떤 소재로 만들 것이냐’가 조금 더 중요했던 것 같아요. 언롤서피스에서 제품을 선정할 때는 소재 중심 방법론이라고, 소재를 중심으로 제품을 전개시켜나가는 방법을 우선에 둡니다. 예를 들어 보편적인 텀블러는 시장 논리에 의해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텀블러가 무엇일까’부터 생각한다면, 저희는 소재의 가능성을 먼저 발견하고 그것을 어떻게 실생활에 적용하고 생산과 사용, 폐기 과정 등 제품의 생애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해서 제품화합니다.



@Greykimmm


이상을 실현하기까지


소재 중심의 제품이라, 전에 없던 방식이었기에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아요.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에서도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것 같고요. 제품을 생산하기까지 겪었던 시행착오가 있으셨을까요?

많았죠! 아시다시피 하나의 제품이 만들어지기까지 정말 많은 과정들이 있거든요. 예상은 했지만 조금 더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어요. 기간으로 따지면 8개월 이상 소요되었던 것 같아요. 기존에 없던 방식으로 제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제품을 실질적으로 생산하는 협력 업체의 서포트가 많이 필요했어요. 수많은 테스트 과정도 거쳐야 하고요. 테스트 과정이에서 협력업체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직접적인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으니, 먼 목표만을 바라보고 버텨야 했거든요. 지금 생각해 보면 함께 목표를 바라볼 수 있는 협력업체를 만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해요.


말씀처럼, 이해관계가 맞지 않는다면 협력업체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일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 나가셨나요?

저희도 여러 군데와 미팅을 진행했는데, 아무래도 생산 업체들도 기존에 없었던 방식이다 보니 어려움이 있었죠. 그냥 기존에 있던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면 아무 문제 없었겠지만 말이죠... 그래도 다행히 우리의 방식을 이해해 주는 협력 업체를 찾아서 시도해 볼 수 있었어요. 업체와 컨텍하는 방식은 굉장히 아날로그적인 방식이 통하더라고요. 직접 찾아뵙고 우리가 원하는 목표를 계속해서 나누며 인간적인 소통을 지향했어요. 사실 직접 찾아뵙는 방식은 어렵기도 하지만 한번 통하고 나면 관계가 지속되는 편인데, 저로서는 이 방법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브랜딩하시면서 기억남은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저희 브랜드를 처음 알린, 와디즈를 통한 론칭 때가 기억에 남습니다. 그때 텀블러 제품을 개발하고 ‘와디즈’라는 플랫폼을 처음 이용해 보는 거였는데, 생각보다 준비해야 할 일들이 많았고 시간도 상당히 많이 소요되는 일이었습니다. 저희도 이전에 경험이 없다 보니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고요. 다행히 론칭하고 나서는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어낼 수 있었습니다.


펀딩을 통해 제품 론칭을 하셨던 이유가 궁금합니다. 선택하셨던 계기나 기대하셨던 효과가 있으신가요?

와디즈는 새로운 소재나 기술에 관심이 많은 사용자가 모여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흔히, 얼리어답터(Early Adopter)라고 지칭되어 서비스와 관련된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좋은 론칭 방식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와디즈 펀딩 당시 좋은 호응을 보였던 언롤 서피스


제품을 처음 선보였을 때, 여러 가지 피드백이 있었을 것 같아요. 고객들의 피드백은 어떤 식으로 활용되었나요?

일단 부정적인 피드백을 내부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의견을 모았어요. 대부분 내열성이나 밀폐 등 수정 가능한 문제들이어서 상세히 안내해 드리거나, 다음 제품에 수정 반영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습니다. 그리고 작은 반응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편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사용자들도 제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져서 1년이 지난 지금은 안정기에 들어섰죠.


문제의 공론화와 적극적인 피드백이 랩엠제로를 만들어 나가는 원동력처럼 보입니다. 대표님과 팀원분들이 지향하는 브랜딩 태도나 관점이 있을까요?

앞서 말했듯이 브랜드는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초기에 너무 많은 것을 세팅해놓으면 변화의 폭을 쉽게 가져갈 수 없죠. 그래서 저희는 딱 한 줄로 우리의 서비스를 정의했어요. 언롤서피스로 예를 들면 “석유 기반 플라스틱 0%”이라는 목표를 세웠죠. 그래서 하나의 목표 속에서 데스크 용품이나 생활용품 등 더 다양한 제품들이 나올 수 있었어요. 최소한의 슬로건을 기준으로 계속 변화하는 거죠. 매터 매거진도 마찬가지죠.



© 랩엠제로



매거진의 역할


랩엠제로는 매터매거진도 발행하고 계신데, 제품 생산에서 매거진 발행까지 이어지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개인적으로 사물을 깊게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고, 사람들도 소재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의도를 담아봤어요. 왜냐하면 사물이나 현상의 내면을 바라보다 보면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는데, 단순히 겉모습만 보게 되면 이해하기 쉽지 않잖아요. 단편적으로 무언가 물건을 샀을 때, 단순히 어떤 기능만을 바라보고 물건을 취하다 보면 그 기능이 다 했을 때 바꾸거나 버려야 하잖아요.


 © 랩엠제로



플라스틱도 처음 나왔을 때는 ‘신의 선물’로 불렸지만 지금은 천덕꾸러기가 되었잖아요.

하지만 생산 초기에는 시대의 맥락이 ‘성장’에 포커스가 맞춰져있던 시대라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자유로운 변형이 가능했던 플라스틱이 각광받았던 거죠.


이미 가지고 있는데도 디자인이 질려서 새로 구매하는 심리를 말씀하시는 걸까요?

네 맞습니다. 그런데 소재에 관심 갖게 되면 이 소재가 무엇으로 만들어졌고, 누가 만들었으며 버려지면 어떻게 되는지, 제품의 처음과 끝이 보이면서 세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매터매거진은 소재로부터 얽혀있는 세상의 연결고리를 관찰하고, 읽는 분들이 소재에 관심 가질 수 있는 트리거가 되길 기대해요.


매터매거진을 발행하시면서 뿌듯했던 순간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최근 무신사에 입점을 하게 되었는데, 무신사 어스(Earth)를 론칭하면서 지속 가능한 브랜드들을 찾고 있는 중에 저희에게 연락을 주셨습니다. 흥미롭게도 담당 팀장님께서 저희를 알게 된 계기가 매터매거진 때문이라고 하시면서, 팬이라고까지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단지 소재를 좀 더 깊이 다룬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 만든 매거진인데 브랜드 활동까지 연결되어서 봐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었습니다.


© 논라벨 매거진


랩앰제로가 나누는 가치


랩앰제로가 브랜드를 만들어 나가는 구성원들과 나누고자 하는 가치가 있을까요?

저희는 각자가 모두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권위로 만들어진 브랜드가 아닌, 구성원 개개의 컬러와 취향이 모여 만들어진 브랜드가 바로 언롤서피스(Unroll Surface)라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즉, 만드는 사람 모두가 브랜드인 것이죠. 그래서 실제로 저희 브랜드팀의 개성이 브랜딩 활동에 잘 녹여져 있습니다.


그리고 브랜드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해요. 브랜드는 계속 움직여야 되고 활동하면서 살아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브랜드에 ‘ing’를 붙여 브랜딩이라고 말하잖아요. 그런데 브랜드가 움직이려면 그 동력원은 결국 만드는 사람들로부터 출발한다고 생각해요. 사실 브랜드는 제가 만들었지만, 만드는 사람이 저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저는 그저 일원일 뿐, 실제로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사람부터 매체를 만들어내는 사람까지, 하다못해 문구 한 줄을 만들어내는 사람까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해내는 일 자체가 브랜딩의 한 과정이죠.


또한 브랜드 어떻게 전달하느냐의 문제인 것 같아요. 그렇기 위해서는 명료해야겠지요. 앞서 이야기했던 것과 연결되는데, 너무 많은 기준으로 자신을 설명하는 문구는 오히려 더 방해가 되는 것 같아요. 간결한 슬로건으로 브랜드를 알리고 자신과 회사, 제품을 알리게 되면, 소비자, 혹은 브랜드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더 명확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랩앰제로 인스타그램

언롤서피스 인스타그램

매터 매거진 인스타그램



Editor : 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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