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를 뜨겁게 달궜던 브랜드, 아메리칸어패럴은 어디로 갔을까?

브랜드의 흥망성쇠, 그리고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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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중반까지 국내에서 뜨거운 인기를 자랑했던 브랜드, 아메리칸어패럴(AMERICAN APPAREL)은 테니스 스커트를 비롯한 래글런 티셔츠, 시티 토트백, 디스코 팬츠 등 브랜드의 상징적인 아이템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습니다. 현재의 유니클로처럼 베이직한 아이템을 주로 선보이기는 했지만, 보다 다양한 컬러 베리에이션과 몸의 실루엣이 드러나는 핏으로 패션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요. 심지어는 매장의 스탭들마저 스타일리시하다는 소문이 많았습니다. 서울의 한 매장에서 일하던 도중 모델로 스카웃된 김원중(@keemwj)님의 일화도 유명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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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디자인과 준수한 퀄리티, 쿨하면서도 핫한 이미지로 오랜 기간 사랑받을 것만 같았던 아메리칸어패럴은 2015년 갑작스레 파산했습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브랜드가 왜 사라지게 됐는지, 그리고 지금 다시 그 감성을 만나볼 수 없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MADE IN USA의 성공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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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어패럴은 도브 차니(Dov Charney)에 의해 설립됐습니다. 고등학생이었던 도브 차니는 헤인즈(Hanes)와 프룻오브더룸(Fruit of the Loom)의 티셔츠를 캐나다로 수입해 판매했었는데요, 이 경험을 바탕으로 1989년 브랜드 아메리칸 어패럴을 설립합니다. 


당시 인건비가 저렴한 해외 공장으로 눈을 돌리던 타 기업들과는 달리, 아메리칸 어패럴은 로스앤젤레스에 공장을 지었습니다. 공장 노동자들에게는 평균 임금의 2배를 지급했고, 대부분의 직원이 영어가 서툰 이민자임을 감안해 영어 강좌를 개설, 의료보험을 제공하는 등 직원 복지에 많은 신경을 썼는데요. 이는 직원 복지의 수준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도브 차니의 신념에서 비롯했습니다. 이에 더해 친환경 생산과 MADE IN USA를 표방했고, 소비자들은 아메리칸 어패럴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갖게 됩니다.


© 아메리칸 어패럴


아메리칸 어패럴의 성공에는 노이즈 마케팅도 큰 몫을 했습니다. 도발적이고 외설적인 캠페인은 영국 내에서 금지되었을 정도로 파격적이었는데요. 양말만 신은 포르노 배우를 모델로 세우거나, 속옷을 벗기고 있는 이미지, 특정 부위를 클로즈업한 이미지 등 나체에 가까운 이미지들을 주로 사용했습니다. 반대로 트렌스젠더나 60세 이상의 여성 모델을 사용하는 등 다양성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 이러한 파격적인 행보에 힘입어 아메리칸 어패럴은 2015년 기준 전 세계 19개 나라에 260개의 매장을 운영할 만큼 성장하게 됩니다.



변태적 행위가 불러온 종말

© 아메리칸 어패럴


아메리칸 어패럴의 외설적인 캠페인에 등장한 인물들은 대부분 실제 모델이 아니었습니다. 회사의 직원이나 길거리에서 도브 차니가 직접 캐스팅한 소녀들이었죠. 팬들은 평범한 사람들의 아마추어 같은 컨셉에 열광했고, 쿨하고 멋진 모습을 동경하는 청소년들에게는 아메리칸 어패럴의 제품을 입으면 자신도 캠페인 속 인물처럼 보일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지나치게 성적인 모습을 연출한다며 불편한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많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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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어패럴은 결국 성적인 스캔들로 내리막을 걷게 됩니다. 도브 차니가 지난 2007년,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자사 직원에게 수차례 성폭행을 일삼았다는 혐의로 소송에 휘말린 것인데요. 이후 그에 대한 증언들이 연달아 쏟아졌습니다. 잡지사 리포터 앞에서 자위행위를 하거나 여직원을 성 노예처럼 부렸다는 이야기들이었죠. 


그뿐만 아니라 자사 직원 채용 시 능력보다는 외모에 중점을 두고, 인종차별까지 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아메리칸 어패럴의 외설적인 캠페인은 도브 차니의 변태적인 욕구에서 비롯했다는 평가를 받게 됩니다. 결국 소송은 기각됐지만, 그는 자신이 창업한 회사에서 쫓겨났고 2015년 10월 아메리칸 어패럴은 파산하게 됩니다.



이름만 바뀐 브랜드, 로스앤젤레스 어패럴

© 로스앤젤레스 어패럴


2017년, 아메리칸 어패럴은 캐나다의 스포츠 웨어 업체인 길단 액티브 웨어에 매각됩니다. 2024년 현재에도 아메리칸 어패럴은 정상적으로 전개되고 있는데요. 기존의 아메리칸 어패럴과 애매하게 비슷한 느낌을 주는 것과 달리  로스앤젤레스 어패럴(Los Angeles Apparel)이라는 브랜드는 과거 우리가 알고 있던, 당시의 아메리칸 어패럴이 완벽하게 구현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노출이 많은 화보와 다양한 컬러 베리에이션의 제품들, 이미지를 촬영하는 방식, 특정 제품군까지 그 시절의 아메리칸 어패럴의 향수를 느낄 수 있죠.


© 로스앤젤레스 어패럴


로스앤젤레스 어패럴이 과거의 아메리칸 어패럴과 많이 닮아있는 이유는, 도브 차니가 2016년 다시 한번 회사를 설립했기 때문입니다. 아메리칸 어패럴 특유의 디자인이나 감성을 좋아하셨던 분들이라면 반가워할 만한 아이템들이 가득하죠.


도브 차니는 아메리칸 어패럴 운영 초기 제품의 품질, 친환경 제조, 직원 복지 등으로 호평을 받으며 주목받았지만 이후 변태적인 욕구에서 비롯된 행동, 인종차별 등으로 자신의 회사를 몰락시켰습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자신의 브랜드를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만들었죠. 하지만 큰 논란이 있었던 것과는 별개로, 현재 도브 차니는 로스앤젤레스 어패럴을 운영하면서 YEEZY의 CEO 자리에 앉아있습니다. 도브 차니는 과거의 만행들을 뒤로한 채 또다시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을 수 있을까요?



Editor: 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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