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완벽하게 새로운 창작물은 존재할까?

2022-08-05

공론화 되면 표절, 안되면 천재 작곡가?


74cbef43085a2.jpg

유희열 / 류이치 사카모토 / 이무진 


2022년 가장 큰 연예계 이슈는 작곡가 유희열님의 표절논란이었습니다. 의혹이 제기된 후 유희열씨의 입장 발표, 그리고 류이치 사카모토의 입장문까지는 참 좋은 그림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아쉬움이나 실망감이, 또 누군가에게는 억울한 감정이 들었을 수도 있지만요.


하지만 그 후에도 논란은 종식되지 않았고, 계속해서 다른 곡들까지 의혹에 휘말렸습니다. 이에 대해 7월 18일 발표한 유희열님의 입장문에서는 13년간 진행한 <유희열의 스케치북> 하차 소식과 함께 현재 제기되는 표절 의혹에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대중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가수 이무진 님의 <신호등>도 표절 의혹이 제기됐고요.


음악계 뿐만 아니라 패션계에서도 표절 의혹은 항상 존재했습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표절(카피)인지, 어떤건 레퍼런스라고 보고 어떤건 오마주라고 볼 수 있는지 등의 이야기요. 음악이나 패션 모두 판단은 각자의 몫이고 원작자가 "표절입니다"라고 명확하게 언급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에 항상 찝찝함이나 아쉬움이 남기도 합니다.


평소 패션쪽에서 이런 논쟁이나 언급등을 많이 봤었던 터라 저는 유희열님이나 이무진님의 표절 의혹에 대해 보는 시선이 여론과는 조금 달랐는데, 최근 패션계에서 누가봐도 카피인 경우가 아닌 애매한 카피 의혹 몇개를 소개해보며 왜 다르게 생각했는지에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ADIDAS - YEEZY

38d0f2701496e.jpg

지난 6월, YEEZY의 설립자 칸예웨스트는 인스타그램에 불만을 표출하는 포스팅을 올렸습니다. 위 이미지의 상단에 있는 3개의 슬리퍼, 아디다스의 <아딜렛22>가 아래에 있는 이지의 <이지 슬라이드>를 카피했다고 한 것인데요, 2015년부터 현재까지도 이지와 아디다스는 협업 관계에 있는 상황에서 아디다스의 신제품이라고 나온 슬라이드가 칸예의 이지 슬라이드와 비슷한 컬러웨이, 비슷한 실루엣을 가지고 나와 논란이 됐습니다.


원작자가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아디다스 측에서는 별다른 해명이 없었지만, 이후 아디다스는 또 다른 신제품을 발매하면서 칸예를 의식한 듯 기존에 하지 않았던 행동을 했습니다. 제품의 영감을 어디서 받았는지, 어떤 디자인을 베이스로 만들었는지 설명한 것인데요.


faced2bb1977a.jpg

신제품 아디폼Q를 공개하면서 2001년에 아디다스에서 제작된 아디다스 <퀘이크> 모델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사실 아디다스의 이런 해명이 없었다면 최근 칸예가 보여주고 있는 이지 <폼러너> 류의 신발과 유사하다는 말이 많이 나왔을 것을 예상한 아디다스의 행동으로 보입니다. 



크록스 - 살레헤 벰버리

b6ab41bbf5fa3.jpg

좌: 크록스x살레헤 벰버리  l  우: 크록스 신제품 'Eco Clog' 


최근 대중적으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신발중 하나는 크록스의 클로그 제품입니다. 그리고 패션에 관심이 있어 조금 더 있는 분들이 차별화된 크록스를 위해 베르사체의 슈즈 디자이너, <살레헤 벰버리>와 콜라보한 제품을 찾기도 하고요.


그런데 크록스에서 내년 초에 출시 예정이라고 밝힌 <ECO CLOG>제품의 디자인을 보고 조금 의아했습니다. 위에 소개한 YEEZY와 아디다스의 경우와 유사해 보였거든요. 특정 디자이너와의 협업해 크게 성공시킨 제품과 유사한 디자인을 브랜드의 신제품으로 내놓는 것이 흔한가 싶었습니다.


물론 이 경우는 살레헤 벰버리가 어떤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고, 디자이너와 브랜드 사이에 이야기가 된 것인지, 살레헤 벰버리가 불만이 있는지, 신경을 쓰지 않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ECO CLOG>의 이미지가 공개됐을때 대중들은 바로 '벰버리 맛'이라고 하더군요.



Misfits, Kapital, Supreme, Neighborhood

bcb8be9fce606.jpg

KAPITAL 


앞서 소개한 두가지 사례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 최근 몇년간 트렌디함의 최전선에 있는 브랜드 중 하나인 캐피탈의 제품들인데요, 캐피탈의 <본> 제품들은 사람의 뼈를 표현한 자수 혹은 프린팅으로 강렬한 인상을 주며 힙한 스타일로 올해도 사랑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2021년, 모 유튜버가 뼈를 표현한 디자인의 티셔츠를 굿즈로 발매했습니다. 당시 일부 여론은 "캐피탈을 카피했다"라는 의견도 있었고요. 해당 유튜버는 바로 반박했습니다. 이 디자인의 원판은 1970~1980년대 활동한 밴드 미스핏츠(MISFITS)가 오리지널이라고요.


f67f8baa2bb00.jpg

Misfits 


이런 경우처럼 평균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 일반인들보다 해당 업종에 종사하는 경우 훨씬 더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카피,레퍼런스,오마주의 경계나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빈티지에 대한 지식들이요. 


68cece574ce14.jpg

좌:Neighborhood / 우:Supreme 


네이버 후드도, 슈프림도 캐피탈의 해당 제품이 유행한 후에 발매했습니다. 모 유튜버의 굿즈는 이 두 브랜드보다 먼저 발매했습니다. 자신들이 캐피탈을 카피한 것이면, 네이버후드와 슈프림도 카피한 것이냐고 헀습니다. 캐피탈도 미스피츠의 디자인을 오마주했다는걸 알았으면 캐피탈 카피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겠죠? 




사실 서두에 이야기했던 유희열님의 표절 의혹과 패션에서의 디자인 유사성은 크게 의미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제가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디자인, 창작, 작곡 등 예술 분야에 있어서 과연 "완벽하게 새로운 것이 존재할까?" 라는 것입니다. 대중음악이나 대중적인 패션 모두 역사가 수십년은 되었고, 그 기간동안 우리가 아는, 또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창작해낸 셀 수도 없이 많은 작품들이 있었겠죠. 거기에 음악의 경우는 코드 진행이나 장르, 패션의 경우는 입을 수 있는 형태 라는 한정적인 제약이 있으니 완벽하게 새로운 것은 탄생하기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어디에선가 영감을 받기 위해 접했던 것이, 또 무의식중에 알던 것을 창작물로 착각하여 세상에 나오게 될 수도 있습니다. 유희열씨는 그런 부분에서 인정을 하고 사과를 했던 것이고요. 이런 점에서 류이치 사카모토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했습니다.



모든 창작물은 기존의 예술에 영향을 받습니다. 

거기에 자신의 독창성을 5~10% 정도를 가미한다면 그것은 훌륭하고 감사할 일입니다. 그것이 오랜 나의 생각입니다. 


류이치 사카모토 입장문 中



물론 판단은 본인의 몫입니다. 자신이 듣기에, 혹은 보기에 너무나 똑같다고 생각되지만 원작자나 논란의 중심에 있는 사람(혹은 브랜드)이 표절이 아니라고 하면 어쩔 방법이 없겠죠. 그 대상에게 실망했다면 더이상 그 사람의 창작물을 소비하지 않으면 됩니다. 실망했고 아쉬울 수 있지만 "내가 기대했던 것 만큼 A부터 Z까지 완벽하게 창작해내는 사람은 아니었구나" 하는 정도면 되지 않을까요? 해당 분야와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이 댓글로 표절을 확정짓는 것이 아니라요. 물론 표절을 옹호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직 표절이라고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이미 유희열씨는 표절을 밥먹듯이 한 작곡가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모든 활동을 중단했고요. 지금은 논란의 중심이 되면 사과를 받아내고 사과를 하더라도 그 사람을 바닥까지 끌어내리고 나서야 잠잠해집니다.


유희열씨의 표절 의혹 기사나 영상의 댓글에서는 다른 가수들의 표절 의혹, 무단 샘플링 의혹이 되는 곡들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누가 들어도 유희열씨의 곡 정도로 유사하다 싶은 것도 있고, 그대로 가져다 쓴 것 같은 샘플링 곡들도 존재합니다. 이런 경우는 공론화가 되지 않았기 떄문에 방송에 출연하고 활동을 이어나가도 괜찮은건지, 공론화된 사람은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모든 것을 내려놔야하는지 의문이 듭니다.


"표절이다"라는 여론에 휩쓸려 전문 분야가 아님에도 표절이라고 확신하고 댓글을 달며 그 사람을 바닥까지 끌어내리는 문화는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Editor: 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