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뮤지컬 시카고, 화려함 속에 감춰진 시대적 풍자

자극적인 삶과 부패한 시대


© movie Chicago


뮤지컬 <시카고>는 1975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개막한 뮤지컬입니다. 실화를 모티브로 한 이 작품은 시대적 풍자가 가득한 내용으로 2000년도 초연되었는데요. 내한공연을 포함해 국내에서만 16번째 시즌을 전개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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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카고의 모든 이야기는 미국의 극작가이자 각본가인 모린 달라스 왓킨스(Maurine Dallas Watkins)로부터 시작이 됩니다. 왓킨스는 시카고 트리뷴의 기자로 일하며 살인 사건 재판을 취재하게 되었습니다. 시카고의 1920년대는 마약, 도박, 매춘은 물론이고 폭행이나 살인 같은 범죄까지도 용인됐던 시대였는데요. 왓킨스는 미모의 가정주부 ‘뷸라 아난’과 카바레 가수인 ‘벨바 게트너’의 살인 사건 재판을 취재하게 되었습니다. 이들의 사건은 1926년 희곡으로 탄생할 만큼 미국 전역에서 떠들썩한 사건이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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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의 주인공, 아름다운 범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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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에 등장하는 첫 번째 캐릭터 '록시 하트'의 모티브가 된 뷸라 아난은 21살의 어린 나이에 정비공이었던 알버트 아난과 두 번째 결혼을 하게 됩니다. 그녀는 늘 결혼 생활을 지루해했고, 내연남 칼스텟과 불륜을 저지르게 되죠. 1924년 4월 3일, 뷸라는 칼스텟과 다툼을 벌이던 중 그를 총으로 살해했습니다.


칼스텟이 죽은 이후에도 범행 장소인 침실에서 약 4시간 동안 칵테일과 음악을 즐겼던 뷸라 아난. 그녀의 경악스러운 행동보다 세상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그녀의 아름다운 미모였습니다. 당시 시카고 신문에는 ‘시카고의 가장 아름다운 학살자’ 같은 기사가 쏟아지기도 했죠. 이후 뷸라는 법정에서 번복되는 진술로 교수형에 처하나 싶었지만, 자신의 임신 사실에 화가 난 칼스텟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총을 쐈다는 거짓 진술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게 됩니다. 남편인 알버트 아난은 체포된 아내를 위해 최고의 변호사를 구해주며 그녀의 곁을 지켰지만, 둘은 결국 재판이 끝난 후 2년 뒤 이혼하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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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캐릭터인 ‘벨마 켈리’의 모티브는 벨바 게트너(Belva Gaertner)로 시카고에서 일하던 카바레 가수였습니다. 1924년 벨바는 유부남이었던 월터 로와 불륜을 저질렀고, 그를 총으로 살해한 혐의로 체포되었습니다. 월터는 벨바의 차 앞좌석에서 술병과 총을 옆에 둔 모습으로 숨진 채 발견되었고, 벨바는 본인의 집에서 피에 젖은 옷을 입은 채 발견되었습니다. 벨바는 법정에서 월터 로를 살해한 혐의에 대해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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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바는 왓킨스와의 인터뷰에서  “어느 여자도 남자를 죽일 만큼 사랑할 수 없어요. 그들은 그럴 가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남자는 항상 차고 넘치기 때문입니다.”라며 무책임한 진술을 했습니다. 이런 무책임한 진술에도 불구하고 벨마의 미모는 재판을 유리하게 만들었고, 그렇게 그녀는 심신미약이 인정되어 무죄를 선고받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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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모의 범죄자들이 스타가 되는 뮤지컬 속 해피엔딩과 달리, 실제 이야기는 그렇게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뷸라 아난은 이혼 후 에드워드 할립과 재혼을 하지만 불과 3개월 만에 파혼을 하게 되고, 네 번째 결혼을 하지만 얼마 못가 28살 나이에 결핵으로 사망하게 됩니다. 벨마 게트너는 두 번째 남편인 윌리엄과 재결합하지만 남편으로부터 알코올 중독자로 신고를 당했고, 남편을 살해 협박하여 고소 당하기도 했습니다.


시대적 배경을 풍자한 뮤지컬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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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카고는 미국의 연출가이자 안무가인 밥 포시(Bob Fosse)의 아내 그웬 버든(Gwen Verdon)이 왓킨스의 시카고 극본을 추천하며 시작됩니다. 밥 포시는 아내의 말을 따라 수차례 왓킨스에게 찾아가 시카고 판권을 구매하려 했지만 쉽게 얻어내지 못했죠. 왓킨스는 실제 살인 사건을 작품으로 만들어버린 자신의 행동에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었고, 더 이상 미화되어 사람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고 싶지 않아 거절하였습니다. 이후 1969년 왓킨스가 세상을 떠난 후 그녀의 대리인은 마침내 판권을 팝 포시에게 판매하게 되죠.


하지만 왓킨스의 우려와는 달리 뮤지컬은 밥 포시의 연출 아래 큰 성공을 거두고, 70년대 브로드웨이를 대표하는 작품이 됩니다. 뮤지컬은 1920년대 선정적으로 변해가는 당시 시대의 타락상을 담아내는데요. 시카고의 사회와 언론을 비판하고, 진실보다는 포장을 중시하는 외형 주의에도 일침을 가하는 블랙 코미디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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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밥 포시가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고, 1996년 그를 기리고자 연출가 월터 바비와 안무가 앤 레인킹에 의해 리바이벌 공연으로 새롭게 재구성하게 됩니다. 공연은 큰 호평을 받으며 토니상 6개 부문을 수상하게 되죠. 2002년 개봉한 뮤지컬 영화 시카고 또한 2003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어 작품상과 감독상 등 총 6관왕을 차지하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무대 위에서 울리는 재즈, 상징적인 의상을 입은 배우들의 연기와 관능적인 퍼포먼스가 매력인 뮤지컬 시카고. 당시 사회의 위선을 고발하고 풍자하는 작품으로 아직까지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Editor : 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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